뜬공+직선타 속도 138.9㎞…시속 150㎞ 이상 타구 4.6%포인트 증가
홈런 왜 늘었나 봤더니…타구 속도 빨라지고 강한 타구도 많고
팀당 11∼12경기를 치른 올해 프로야구에서 18일 현재 홈런은 114개(전체 57경기)가 나왔다.

경기당 평균 2개꼴로 작년 비슷한 경기수(55경기·홈런 98개)의 평균 홈런(1.78개)보다 많다.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은 분명히 증가했고, 그 원인 분석은 현재 진행형이다.

KBO 사무국은 7일 공인구 1차 수시 검사 결과, 모든 샘플이 반발계수 0.4034∼0.4234, 둘레 229∼235㎜, 무게 141.7∼148.8g, 솔기폭 9.524㎜ 이하를 모두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반발계수 허용 범위를 줄인 새 공인구의 영향으로 지난해엔 2018년 대비 홈런이 40%나 급감했다.

그러나 올해엔 초반부터 홈런과 장타가 터져 '타고투저'(打高投低) 시대로 회귀 가능성마저 보인다.

장타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푼 이상 급등해 0.427을 찍었다.

홈런 왜 늘었나 봤더니…타구 속도 빨라지고 강한 타구도 많고
공인구가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 홈런 증가와 관련한 가설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지난해 고전한 타자들이 준비를 잘했다는 게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 개막이 3월 하순에서 5월 초로 늦어졌다는 게 두 번째, 실전이 적어 투수들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게 세 번째다.

KBO리그 공식 통계회사인 스포츠투아이에 문의했더니, 시즌 초반이라 표본의 수가 적긴 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가설은 수치로 입증됐다.

16일까지 생산된 홈런 102개를 분석한 스포츠투아이의 자료를 보면, 홈런 타구의 평균 속도(시속 155.8㎞)와 평균 비거리(116.1m) 등은 지난해와 큰 차이 없었다.

다만 타구추적시스템(HTS)에 찍힌 직선타(라인 드라이브) 속도(시속 141.2㎞)와 뜬공 타구 속도(시속 135.8㎞)는 지난해보다 약 3㎞ 이상 증가했다.

또 시속 150㎞ 이상의 강한 타구의 비율도 작년 22.4%에서 올해 27%로 4.6%포인트 올랐다.

이런 미세한 차이가 홈런 증가로 이어졌다.

타자들은 또 3∼4월보다 날이 더워지는 5월에 정규리그가 개막한 이점도 누렸다.

지난 4년간 3∼4월 평균 타율은 2할 6∼7푼대였다가 5월에 2할 8∼9푼대로 1푼 이상 올랐다.

타고투저 시절이던 2016∼2018년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3∼4월 4점대 초반에서 5월 4점대 후반으로 상승했다.

홈런 왜 늘었나 봤더니…타구 속도 빨라지고 강한 타구도 많고
투수들에게 눌렸던 타자들이 5월에 기지개를 켜는 양상이 반복되다가 새 공인구를 쓴 지난해에만 투수들이 더 나은 5월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한동민(SK 와이번스)과 함께 홈런 공동 1위(5개)인 KIA 타이거즈의 프레스턴 터커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홈런 등 장타가 양산되는 배경으로 공인구 영향보다 더워진 날씨를 꼽았다.

스포츠투아이 홍승규 팀장은 "직선타 등 뜬공 타구의 속도가 2016∼2018년 수준을 회복했다"며 "타자들이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는 등 조정을 통해 정확한 타격으로 빠른 타구를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울러 월간 투수·타격 지표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을 볼 때 따뜻한 5월에 개막한 점도 타자들에게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

홈런 왜 늘었나 봤더니…타구 속도 빨라지고 강한 타구도 많고
미국프로야구(MLB)는 최첨단 장비를 통한 발사 각도, 어퍼 스윙의 정밀한 분석을 거쳐 '뜬공 혁명' 시대를 맞이했다.

타자들의 진화 방법은 비교적 많은 데 반해 어깨와 팔꿈치, 회전력 등 온전히 몸에 의존해야 하는 투수들의 발전 방법은 거의 없다.

남들보다 더 빠른 볼을 던지거나 제구를 한층 날카롭게 다듬는 수밖에 없다.

프로 10개 구단 감독들은 개막 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올해 외국인 투수들의 수준이 예년보다 높다고 경계했다.

코로나19로 예전보다 훨씬 적은 실전을 치르고 정규리그에 뛰어든 투수들이 제 컨디션을 찾고, 외국인 투수들도 KBO리그에 적응한다면 타고투저 형세는 또 바뀔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