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에서 사우디의 에르베 르나르 감독. /사진=연합뉴스
22일(현지 시각)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에서 사우디의 에르베 르나르 감독. /사진=연합뉴스
우승 후보였던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린 사우디의 에르베 르나르(54·프랑스) 감독이 한국 지휘봉을 잡을 뻔했던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2일(한국 시각)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2 대 1로 이겼다.

아르헨티나의 A매치 3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이 이렇게 끝나면서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이변'이자 '충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는 국왕령으로 23일을 임시공휴일로 제정할 정도로 국가가 축제의 도가니다.

이 가운데 승리를 이끈 르나르 감독에게 시선이 쏠린다. 현역 시절 수비수였던 그는 1983년 프랑스 AS 칸에서 입단했으나 한 번도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했고, 서른 살에 은퇴했다. 사실상 무명 선수였던 그는 하부리그 팀에서 감독과 코치를 지내며 지도자 초기에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던 그의 커리어에 '기회의 땅'은 아프리카였다. 글로벌 이적시장 사이트인 트랜스퍼마켓에 따르면 그는 2007년 가나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2009년 잠비아, 2010년 앙골라를 이끌었다. 2011년 알제리의 USM 알제를 이끈 후에는 2012년에 다시 앙골라로 돌아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을 견인했다.

르나르 감독은 2015년 코트디부아르에서 네이션스컵 우승을 차지했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선 모로코의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끄는 등 주로 대표팀 성과가 두드러진 명장으로 평가된다. 한국과의 대결에서도 잠비아를 이끌었을 때는 1승 1패, 모로코를 이끌었을 때는 1승을 하기도 해 인연이 있다.

그의 러시아 월드컵 여정이 끝난 후 일본, UAE, 알제리 등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던 중 그가 한국 대표팀을 맡을 뻔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이 물러난 뒤, 2018년에 대한축구협회는 르나르 감독을 후보로 선정했다. 르나르 감독 또한 한국 대표팀에 대한 의지가 강했으나, 모로코축구협회와 남은 계약상의 문제로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한국은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지난 2020년 한 블로거 A씨는 사우디 여행에서 르나르 감독을 만난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A씨는 "'한국에서 왔다'(I am from Korea)라고 하니 '한국 거의 갈 뻔 했다'(I was very close to you but oh well) (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르나르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르나르 감독은 2019년 네이션스컵에서 16강 탈락한 뒤 자진 사퇴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을 맡았다. 사우디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일본을 제치고 B조 1위를 차지했다.

사우디는 본선에선 아시아 팀 최초로 아르헨티나를 격파했다. 르나르 감독은 "축구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영원히 남을 이야기를 만들었다"며 기뻐하면서도 "아직 2경기가 남았다"며 16강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우디는 26일 밤 10시 폴란드와 2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2경기 만에 16강행을 확정 짓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