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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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그러진 초상
동그랗게 말아 놓은 1만원짜리 지폐가 연분홍 리본으로 장식돼 있다. 초록을 배경으로 지폐를 꾸며 찍은 ‘돈의 초상’ 9개를 이어붙여 놓으니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처럼 산뜻해 보인다. 사진가 윤창수의 사진전 ‘나인(NINE)’의 전...
2021.04.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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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테이블 위에 자두와 유리병이 있다.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붉은 자두와 푸른빛의 테이블과 빈 병이 어디선가 들어오는 빛을 받아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 작품은 사진가 김용훈이 빈 병과 제철 과일을 함께 찍은 연작 ‘사계(四季)’의 하나다. ...
2021.04.0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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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들
히잡을 쓴 두 여성이 흙이 드러난 골목길 끝, 푸른 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서로를 감쌌다. 집은 낡았지만, 골목을 비추는 햇볕과 인물들의 모습에서 온기가 넘친다. 사진가이자 시인 조병준이 모로코 쉐프샤우엔에서 촬영한 이 사진은 우리와 ...
2021.03.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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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숲
기암괴석이 이어져 있다. 하얗고 부드러운 배경을 뚫고 바위들이 솟아올랐다. 안개에 싸인 산봉우리들을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사진가 조득환이 강원 삼척 해변의 바위들과 그 주변의 파도를 촬영한 ‘시간의 숲’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오늘 같은 ...
2021.03.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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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에 대하여
한 건물의 표면이 일그러졌다.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금세라도 흘러내릴 듯하다. 어둑한 하늘엔 짙은 구름이 떠 있고, 건물의 표면은 보랏빛으로 가득 찼다. 신비한 기운의 이 장면은 사진가 한성필의 ‘파사드’ 시리즈의 하나로, 프랑스 파리에서 공사 중인...
2021.03.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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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현장…욕망의 알레고리
산산이 부서진 건축물의 잔해 가운데 반쯤 허물어진 아파트가 있다. 초라하고 그늘진 콘크리트 더미 너머, 반듯한 초고층 아파트들이 우뚝 섰다. 그리고 그사이에 마치 다른 세계의 일원인 듯 단정한 교회 건물 하나가 보인다. 이 사진은 정지현의 ‘재건축현장&rsq...
2021.03.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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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그들의 시선
검은 모자와 코트 차림의 두 남성과 난간에 기댄 두 여성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비슷한 외모지만 서로 다른 곳을 향한 인물들과 직선의 난간이 어우러져 묘한 긴장감이 가득 찼다. 이 사진은 독일 사진가 아르노 피셔(1927~2011)가 1956년 독일 뮈리츠 호수에서...
2021.03.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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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한계에 칼을 꽂다
수박 껍질에 칼이 꽂혀 있다. 피어오르는 흰 연기와 검은 배경, 쏟아져 내리는 빛과 수직의 금속이 의미심장한 순간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 사진은 미국 현대 예술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정물 ‘수박과 칼&rsqu...
2021.02.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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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의 '황금 여인들'
화려한 터번을 머리에 두른 아프리카 여인들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금목걸이 등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이들은 모두 밝은 표정이다. 이 여성들은 지난 12일 아프리카 말리 바마코에서 열린 ‘국제 골드 페어’의 패션쇼에 모델로 등장한 광부들이다. ...
2021.02.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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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이 바라보는 곳은
북극곰 한 마리가 눈 쌓인 벌판을 바라보고 있다. 갈라진 빙판 사이의 바닷물과 하늘의 푸르름이 설원과 북극곰의 흰빛과 어우러져 동화의 한 장면처럼 정겹고 포근하다. 이 사진은 사진가 케이채가 3년 동안 남극과 북극 등 극지를 촬영한 작품으로 열고 있는 ‘원더...
2021.02.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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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얼굴에 담긴 역사
한 여인이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애잔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반백의 머리에 반듯한 가르마를 탄 이 여성의 얼굴엔 무슨 이유에선지 검은 선이 촘촘하게 그려져 있다. 사진가 신제섭이 촬영한 미얀마 소수민족인 므락우 친족 여인의 모습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 소수민족의 삶을 기...
2021.02.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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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닮은 그들의 모습
탁구대를 가운데 두고 두 여성이 시합을 벌이고 있다. 왼쪽 여인의 온 몸을 던지는 강력한 공격에 상대방은 안정된 수비 자세로 맞서고 있다. 그런데 경기하는 선수부터 그 뒤의 사람들까지 사진 속 모든 인물들이 똑같은 유니폼과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이 독특한 장면은 인도...
2021.01.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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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다
잎이 노랗게 물든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물의 형태는 정교하지 않다. 나무와 벌판과 하늘을 채운 거친 입자들로 인해 늦가을의 정취가 더욱 강렬하게 드러났다. 빈센트 반 고흐가 굵은 붓 터치로 그린 ‘알리스캉의 가로수길’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장...
2021.01.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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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정신을 담다
갓 쓴 선비가 한지에 붓으로 글을 쓰고 있다. 양쪽에 앉은 선비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기만 하다. 사극에나 나옴 직한 이 모습은 한국유네스코안동협회가 최근 출간한 사진가 이동춘의 사진집 《고택문화유산 안동》의 한 장면으로, 이씨가 경북 안동 고산서원에서 조선의 유학자 ...
2021.01.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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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된 미루나무
나무 한 그루가 희미하게 서 있다. 초록 이파리들은 솜을 뭉쳐놓은 것처럼 폭신해 보이고, 풀밭과 나무 뒤의 배경은 흐릿하기만 하다. 파스텔로 그린 회화작품 같지만 사진가 엄효용이 촬영한 ‘광나루 한강공원 미루나무 봄’이란 작품이다. 한강 둔치 공원...
2021.01.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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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저무는 꿈
해가 진다.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너머로 저물어가는 태양은 무엇이 아쉬운지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렸다. 2020년은 ‘다사다난’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해였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는 격랑에 빠져들었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2020.12.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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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새로운 구상
가로와 세로로 줄지어 선 100개의 네모마다 작은 돌을 담은 원형이 들어 있다. 신조형주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사진가 이상신의 ‘돌, 새로운 구상’ 시리즈의 하나다. 다양한 모양의 돌을 찍은 사진들을 네모와 동그라미 속에 배치해 기하학적 ...
2020.12.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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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잠긴 고향
흰 점들이 사방에 가득 찼다. 호수와 숲이 동그란 형상들과 뒤섞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뤘다. 사진가 이일재가 대청호를 찍은 연작 사진 가운데 하나로, 하얀 눈처럼 보이는 동그란 것들은 빗방울이다. 비 오는 초저녁에 플래시를 터뜨려 촬영해 빛에 반사된 빗방울들이 흰 원형...
2020.12.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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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족 이야기
빙판처럼 매끄러운 수면에 기묘한 형태의 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수평선 위로 펼쳐진 은빛 하늘이 나무들과 신비하게 조화를 이룬 이 장면은 사진가 김석은이 인도네시아 숨바섬의 맹그로브나무를 촬영한 ‘나무가족 이야기’ 연작의 하나다. 얕은 바다에서 자라...
2020.12.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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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전하는 이야기
분홍색 벽면에 한 여인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짧은 머리, 꽃무늬 민소매 차림에 반달형 핸드백을 든 여인의 패션이 예사롭지 않다. 그 옆의 대출광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전기계량기들이 그림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사진가 유병용 씨가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찍은 사진으로 ...
2020.12.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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