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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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
해녀들이 바다로 향하고 있다. 해녀복 차림에 채취한 해산물을 담을 망사리와 바다에 몸을 뜨게 해주는 테왁을 짊어지고 언덕을 걷고 있다. 짙은 먹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나란히 가고 있는 해녀들의 모습에서 비장한 기운마저 감돈다. 수십 년 동안 위험을 무릎 쓰고 거친 바...
2020.02.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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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멈춰 있는 곳
눈밭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나무 주위는 짙은 안개에 싸여 있고, 그 위로 빛을 빼앗긴 해가 희미하게 떠 있다. 나무와 해 외에 아무것도 없는 이곳은 시간까지 멈춘 듯 고요하다. 이 고독하고도 아늑한 겨울 풍경은 사진가 남인근의 ‘위로(Consolati...
2020.01.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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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오로라'의 향연
밤하늘에 붉은빛의 커튼이 내려왔다. 화사하게 반짝이는 하늘은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신비하다. 이 장면은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촬영한 ‘붉은 오로라’다. 오로라는 변화무쌍하다고 한다. 다채...
2020.01.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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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기와의 숨결
밤새 눈이 내린 고궁의 아침, 담장과 기와지붕 사이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지붕의 수키와가 드리운 그림자는 빗살무늬를 이뤘고, 그 앞의 고목은 사방으로 가지를 뻗고 있다. 눈과 기와가 만들어낸 흑백의 직선과 곡선의 무대에서 나무가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이 장면은 ...
2020.01.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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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베네치아
초록 플라스틱 의자 뒤에 파란 천으로 출입문을 가린 집이 있다. 평평하지 않은 복잡한 구조의 분홍 벽면, 오른쪽 위의 작은 초록색 문, 그 아래 걸린 화분 하나가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색의 대비를 이뤘다. 이 풍경은 러시아 사진가 팀 파르치코프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
2020.01.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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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낚는 고깃배
경자년의 첫 새벽, 고깃배 한 척이 강원 고성군 명파마을 앞바다에 떠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 마을의 어부는 붉게 물든 아침 하늘을 바라보며 올해는 늘 만선의 행운만 계속되길 기원한다. 갈매기들이 어부의 새해 첫 조업을 축하라도 하듯 끼룩끼룩 배를 따라나섰다. 어부들은 ...
2020.01.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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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하게 핀 베트남 '향 마을'
마당 한가득 붉은 꽃이 활짝 피었다. 한 여성이 베트남 꽝푸까우 마을에서 향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꽝푸까우는 100년 넘게 향을 만들어온 곳인데 음력 설인 ‘뗏 응우옌 단’을 앞두고 연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혹적인 붉은색은 향을 입힌 얇은 나무 작대기에 염색한 것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음력 설에 사용할 것이다. 베트...
2019.12.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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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인형마을'의 기적
초록 모자를 쓰고 붉은 날개를 단 천사 인형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목각 인형들은 독일 동북부 작센 자유주에 있는 ‘인형마을’ 자이펜의 한 인형제조업체가 올 성탄절을 위해 내놓은 상품이다.자이펜에선 인형을 모두 손으로 깎아 만든다. 정교한 형태와...
2019.12.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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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바다
프랑스 통신사 AFP가 ‘AFP 올해의 사진’을 발표했다. AFP가 세계 곳곳에서 취재한 사진들 가운데 2019년을 상징하는 99개 장면을 뽑은 것이다. 시리아 내전, 홍콩 시위, 남미 국가들의 반정부 시위 장면이 여러 장 선정돼, 올 한 해는 여느 때보다 충돌과 저항이 지구촌을 휩쓸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어린이...
2019.12.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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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내려온 희망의 빛
포도밭 가운데로 길게 뻗은 고랑에 작은 불빛이 가득하다. 붉은 하늘과 포도밭, 강물처럼 흐르는 노란 빛의 물결이 자아낸 풍경엔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묘한 기운이 서려 있다. 이 장면은 사진가 이정록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한 포도밭에서 찍은 작품 ‘길...
2019.12.0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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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나라
발레리나가 춤을 춘다. 두 팔을 올려 회전하자 발레복이 나팔꽃처럼 활짝 피었다. 사진가 정미수가 물이 낙하해 수면에 부딪칠 때 튀어오르는 물방울과 작은 물결을 찍은 사진 위에 디지털페인팅 작업을 더한 연작 ‘나만의 동화’의 하나인 ‘발레...
2019.11.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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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구름이 빚은 풍경
운해 사이로 봉우리들이 솟았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와 구름이 진경산수를 이뤘다. 산세가 낯설지 않은 이 풍경은 사진가이자 산악인 강레아 씨가 설악산 울산바위를 담은 작품이다. 강씨가 찍은 산 사진들 가운데, 맑은 날 찍은 것은 많지 않다. 대개 짙은 구름이나 안개에 싸...
2019.11.2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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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의 첼로 소리
첼리스트 자나 세만(오른쪽)과 나이리 가자리안이 레바논 베이루트 시내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레바논 반정부 시위대를 응원하고, 부패한 정치세력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기 위해 거리 연주회를 마련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세만은 레바논 시위가 시작되자 주저 없이 고국으로 돌아가 첼로를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음악은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2019.11.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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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름다운 것들을 위하여
꽃을 단 줄기가 화분에 솟아 있다. 하얀 화분, 누르스름한 꽃과 흰 배경이 어우러진 담백한 정물사진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꽃은 시들었고, 그것을 받치고 있는 화분은 두루마리 휴지심 세 개를 모아 놓은 것이다. 이 사진은 사진가 정현목의 ‘아직 아름다운(S...
2019.11.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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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라이트 '당신 찾는 전화예요'
침대 위의 여인이 전화기를 들고 있다. 여인의 손은 창가의 남성에게 향해 있다. 푸른 벽, 우아한 조명으로 장식된 방에서 말끔한 정장을 입고 초조한 듯 창밖을 엿보고 있는 남성과 속옷 차림의 여인이 심상찮은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 사진은 영국 사진가 존 라이트의 ...
2019.10.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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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만 '기억의 시작'
시골 아낙이 길을 걷고 있다. 작은 보따리를 이고, 한 손에는 토종닭 한 마리를 들었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가 보다. 여인의 어깨 너머, 택시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 길을 달리고 있다. 둥근 산과 부드럽게 굽어진 길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장면은, ...
2019.10.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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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꿈 속의 여인
한 여인이 눈을 감고 있다. 푸른 얼굴은 밝게 빛나는 머리카락과 나비와 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피사체의 색이 다르다. 마치 꿈속의 한 장면처럼 오묘하다. 이 사진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 고상우의 ‘인 블러썸(In Blossom)&rsqu...
2019.10.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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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된 한글
한 여성이 ‘빛’이라고 쓰인 글자들을 사진 찍고 있다. ‘빛’은 오른쪽으로 가면서 조금씩 모양이 바뀌어 간다.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의 한 장면이다. 올해로 여섯 번째인 이 ...
2019.10.0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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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위트 홈
붉은 커튼 사이로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커튼의 한쪽 면은 둘둘 말려 텅 빈 책장 가운데 올라가 있고 그 앞에는 소화기 하나가 보인다. 이 장면은 사진가 장화경의 ‘홈 스위트 홈’ 시리즈의 ‘소화기’란 작품으로, 작가가 자...
2019.10.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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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환상
한 여인이 수영장 다이빙대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듯한 심각한 표정이다. 그 뒤로 한 소년이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강렬한 색과 인물들이 일으키는 긴장감이 텅 빈 수영장에 가득 차 있다. 이 작품은 중국계 캐나다 사...
2019.09.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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