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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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기댄 상상
사방이 하얀 공간에 흰 셔츠가 매달려 있다. 그 옆엔 흰 의자와 흰 하이힐 한 켤레가 있고, 그 위로 파란 나비 한 마리가 날고 있다. 셔츠 주머니엔 작고 푸른 나비가 비친다. 사진가 임안나 씨의 ‘사물에 기댄 상상’ 전시 사진의 하나인 &lsqu...
2019.05.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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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안개 낀 아늑한 숲을 묘사한 그림 같은데, 나뭇잎이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나무들은 실제가 아니다. 얇고 누런 무언가를 정교하게 쌓아 올려 나무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이 작품은 미국 사진가 크리스 조던의 사진전 &lsq...
2019.05.0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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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자라서 하늘로 올라가네
한 소녀가 물뿌리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공중에는 수십 그루의 나무들이 떠오르고 있다. 방금 땅에서 뽑아 올린 것처럼, 나무의 뿌리에는 잔뿌리와 흙까지 붙어 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라스테르 마날도의 ‘뿌리와 날개’란 작품인데, ...
2019.04.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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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환상 그리고 현실
유럽풍의 건축물과 긴 머리를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는 여인, 그리고 그와 반대 방향으로 쓰레기통을 끌고 가는 환경미화원이 한 앵글에 담겨 있다. 서로 무관한 듯 보이는 이 셋은 묘한 조화와 긴장을 이루고 있다. 이 사진은 사진가 원춘호 씨가 2016년 한·프...
2019.04.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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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시간'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관람객들이 지난 8일 이탈리아 밀라노대 캠퍼스에 설치된 ‘물체’로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다. 이 희한한 설치물은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맞아 건축가 이코 밀리오레가 제작한 ‘완벽한 시간’이란 이...
2019.04.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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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고 우아한 걸음으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관광객들이 지난 2일 경복궁을 거닐고 있다. 두루마기에 갓까지 쓴 남성과 고운 빛깔의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성은 한국의 옛 복장이 신기한 듯, 줄곧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화려한 무늬의 변형된 한복이 휩쓸고 있는 요즘, 이렇게 전통 한복 차...
2019.04.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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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영혼의 목소리'
여러 개의 굵은 선이 서로 다른 농도로 층을 이루고 있다. 먹으로 그린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사진가 김명옥 씨가 나무를 찍은 연작 사진 ‘목(木)소리’의 하나인 ‘양평 2017’이다.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 한 그루를 다중촬...
2019.03.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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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슬라브족의 봄마중
동슬라브족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지난 주말 러시아 베레시키에서 줄지어 선 이들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는 민속놀이를 하고 있다. 동방정교의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1주일 동안 벌어지는 동슬라브족의 가장 큰 축제 마슬레니차의 한 장면이다. 원래는 겨울이 끝나가는 이즈음, 봄을 마중하는 동슬라브족의 전통 축제였는데 동방정교가 전파된 뒤 종교적 의미가 더해졌다고...
2019.03.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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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령 라팔마 '화이트 파티'
흰옷에 흰 모자를 쓴 사람들이 하얀 가루를 뿌리고 있다. 아프리카 북서부 대서양에 있는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섬 가운데 하나인 라팔마에서 지난 4일 시작한 ‘로스 인디아노스’ 축제의 한 장면이다. ‘화이트 파티’라고도 불리는 이 축제가 시작되면, 라팔마의 거리는 흥겨운 라틴 음악과 음식으로 가득 차고, 사람들은 ...
2019.03.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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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파킨슨 '스타일은 영원하다'
붉은 수영복 차림의 여성이 하이힐을 신은 채 해변의 구조물 위에서 다이빙 자세를 취하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가 노먼 파킨슨(1913~1990)의 작품으로, 1975년 패션잡지 보그지의 표지에 게재됐던 사진이다. 모델이 딛고 있는 물체의 표면엔 ‘소...
2019.02.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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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의 속살을 보셨나요?
푸른 나뭇잎 하나가 있다. 그런데 잎의 색과 표면이 독특한 느낌이다. 물과 양분이 지나가는 잎맥의 미세한 형태와 잎 표면에 난 작은 상처들까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 사진은 사진가 이지선 씨의 작품으로,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암실에서 인화지 앞에 피사체를 놓고 빛...
2019.02.2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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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빛나는 '불멸의 나무'
오렌지빛 하늘 아래 푸르게 빛나는 올리브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뒤틀리고 갈라진 줄기에는 이 나무가 살아온 2000년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다. ‘나무 사진가’ 이흥렬 씨가 세계적 올리브 산지인 이탈리아 풀리아주에서 담은 ‘푸른 올리브 ...
2019.02.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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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가장 오래된 축제, 스페인 '요알두나크'
털옷을 입고 긴 모자를 쓴 사람들이 스페인 피레네산맥 남쪽 바스크 지방의 이투렌 마을에서 행진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로 알려진 ‘요알두나크 축제’의 꽃인 거리행진 장면이다. 요알두나크는 ‘종 치는 사람’이란 뜻으로 이 지역의 전설 속 인물이다. 이 지역에서 선발된 남자들은 깃털과 오색 천으로 꾸민 5...
2019.02.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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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반짝이는 순간들
여성의 모습을 한 조각이 테이블에 앉아 있고 창문 너머로 길게 뻗은 강과 다리가 인상적인 도시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사진가 김정언 씨의 ‘블루 모멘트#1’이란 작품으로, 사람 모양의 오브제와 실제 풍경을 조합해 담은 사진작품이다. 우리는 가끔 일...
2019.01.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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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포콩 '향연'
야외 파티장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마당 한쪽엔 불이 났고, 놀란 소년들은 술병과 음식 접시가 나뒹구는 테이블 주위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 특이한 장면의 사진은 프랑스 사진가 베르나르 포콩의 ‘여름방학’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향...
2019.01.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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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기 위해 버려야 할 몇 가지 것들
살다 보면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늘어난다. 값나가지 않더라도, 추억이 담긴 물건은 오래 간직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집은 사물들로 가득 찬다. 사진가 양재광 씨는 문득, 그런 물건들을 사진 작품으로 남기고 나서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사물들이 담고 있는 의미...
2019.01.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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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은 무엇을 바라보는 걸까?
두 여인이 헤어롤로 머리를 말아 올린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 입을 살짝 벌린 한 여성과 속옷 차림을 한 다른 인물의 자태가 도발적이다. 호기심과 욕망이 교묘하게 뒤섞인 두 사람의 눈빛이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휴가지에 온 우아한 도시...
2019.01.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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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개선문을 비춘 '화합'의 빛
새해를 맞아 지난 1일 밤 세계 주요 도시에선 화려한 축하 행사가 이어졌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프랑스 파리 개선문의 빛 축제였다. 올해의 주제인 ‘프라테르니테(fraternit)’를 상징하는 영상이 밤새 개선문의 전면에서 펼쳐졌다. ‘프라테르니테’는 프랑스 혁명 정신 가운데 하나로, 우리에게 &...
2019.01.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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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밝힌 '사랑의 빛'
12월 서울 명동의 밤공기는 들떠 있었다. 상점을 장식한 화려한 조명과 시끌벅적한 캐럴이 뒤섞여, 묘한 흥분감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그 거리의 끝자락, 명동성당이 나타나자,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성당 들머리에 LED 장미 4000송이로 꾸민 ‘라이트 ...
2018.12.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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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색은 핑크가 아닙니다"
왼쪽 사진 속 어린이는 온통 핑크색 물건들로 가득 찬 방 안에 있다. 옷, 장난감, 신발 등 아이의 거의 모든 것이 핑크빛이다. 오른쪽 사진 속 소녀의 복장과 물건들은 지극히 평범한 색이다. 두 사진 속 인물은 동일인이다. 사진가 윤정미 씨가 한 인물의 방을 2007년...
2018.12.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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