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집는 예술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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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부터는 '힙한 종갓집 왕언니'로 살겠다
추석도 지나 달력이 두 장밖에 남지 않은, 가을입니다. 다들 느꼈을 테지만 올해 추석은 참으로 더웠습니다. 그래서 가을 ‘추(秋)’ 대신에 여름 ‘하(夏)’를 ‘하석’이라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고들 말합니...
2024.10.2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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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더위에 대한 무기력한 상상”
제가 처음 만난 폭염은 1994년의 여름이었습니다. 가건물처럼 지어진 옥탑방 자취생에게는 더욱 잔인한 더위였습니다. 무작정 긴 노선의 버스를 타고 열대야로 부족했던 잠을 채우거나 책을 읽기도 했고, 견디기 힘들 땐 노래방이나 비디오방에 가기도 했습니다. 1994년의 폭...
2024.09.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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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교토의 노포에서 밥값을 내려고 동전을 세다 생각한 것
얼마 전 교토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한여름의 교토는 정말 더웠습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는데요. 속칭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처럼, 교토도 지형이 분지라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더 습하고 덥다고 합니다. 날씨 탓도 있고, 시간문제도 있어서 일본 ...
2024.08.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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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이 아니라 저질러 보고 생각하는 돈키호테가 낫지 않을까
최고 오프닝 성적에 역대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2>는 제목에 붙은 숫자 ‘2’가 보여주듯이 속편인데요.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1편 개봉 2015년), 이 영화 1편의 부제는 ‘진짜 나를 만날 시간&rs...
2024.07.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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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감정을 잃어가는데 Her의 사만다는 사랑을 알아가지
“문득 문득,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거의 다 느껴본 거 같아. 그래서 이젠 별다른 느낌 없이 그저 덤덤히 사는 거지. 그냥 이미 다 느껴봐서 시큰둥할 뿐."마치 여러 번의 생을 살아본 것처럼 말하는 이 사람은 남의 편지를 대...
2024.06.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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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결코 혼자 걷게 하지 않을 거에요”
4월이 가기 전에 오래된 노래를 듣습니다. 저는 이 노래가 그렇게 오래된 노래인 걸 몰랐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 우연히 본 영상에서, 격리된 의료진을 위해 격리병동 밖 의료진들이 응원의 노래를 합창하며 서로 연대의 힘을 나누는 모습에 감동하여 찾아보게...
2024.05.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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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클래스에서 방구소리가 나면 우리는 남자 회원을 본다
지금은 필라테스가 대세인 듯한데, 얼마 전까지 요가가 핫트렌드였습니다. 저도 7년이나 요가원을 다녔는데요. 요가수업이 여성전용은 아니어도 대부분 수강생은 여성일 경우가 많은데, 간혹 한 두 분 정도 남성 수강생이 참여 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요가수업 때의 ...
2024.03.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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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사라진 바로 다음 날, 자연은 집 청소부터 하기 시작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 가죽의 가치 혹은 유용함 만큼이나 인간에겐 명예가 중요하다는 뜻이었을까요? 그런데 우리가 아는 옛이야기들에서 항상 빌런은 호랑이 였습니다. 인간이 기술로 무장하기 전, 호랑이와 같은 맹...
2024.02.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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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면서 온종일을 보내면 불안한 삶이 견고해지는 것 같았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이 한 해가 시작되면 다들 올 한해 나의 삶이 어떠할지 궁금해집니다. 그 궁금증을 참지 못해 소극적으로는 운세어플을 깔고 들여다보거나, 소심하게 사주카페를 찾거나, 과감하게 역술인을 찾아가기도 하지요. 아마 어떤 경우에도 싫은 소릴 듣지...
2024.01.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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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도 안 들키면 실력일까...드라마 '안나' 원작이 건넨 화두
한 달에 한번, 에디터 선배들과의 만남에서 서로 읽었던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새로운 작가를 발견합니다. 각자 담당 분야가 달랐기에 추천의 관점도 특이하고 참신한 편입니다. 정한아 작가의 <친밀한 이방인>도 몇 해 전 추천을 받고 구매해두었다가 올해 봄, 긴 여행 끝에 ...
2023.12.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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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말란은 왜 하필 오두막의 '동성애 가족'을 파괴해야 했을까
어느 가족이 평화롭게 휴가를 즐기는 호숫가 외딴 오두막에, 딱 봐도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거구의 사내와 무시무시한 연장을 든 몇몇 사람이 찾아와 문을 두드립니다. 똑.똑.똑. 이상하죠? 문을 부수고도 남을 정도로 보이는 거구의 사내와 살벌한 연장을 손에 쥔 사람들이 노...
2023.11.0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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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둘러앉아 함께 TV를 볼 때의 위안… 미드 <프렌즈>가 떠올려주는 것들
혼술, 혼밥, 그리고 혼영. 나 혼자 살아도 얼마든지 재미나게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결혼에 ‘적령기’가 따로 있어서, 그 때를 놓쳐 혼자 살게 되면 죽어서도 몽달이라는 이름의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게 된다는 괴담은 이미 전설의 고향이 되었지요. 한때는 이런 귀신을...
2023.10.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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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을 뒤집어 쓴' 악(惡)에는 답이 없다… 아직까지도
(2008)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한 이 작품은 배우 케이트 윈슬렛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안겨주었는데요. 2차 세계대전이라는 혼돈의 시기에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다시 말해 문맹인 한 여인의 기구한 삶과 죽음에 관한 ...
2023.09.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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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단 한번 뿐이어서 다행인 신박한 이유?!”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 자신의 처지나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과한 보상이 주어진 경우에 흔히들 이렇게 말합니다.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보상이 지나칠 정도로 과하진 않다면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요. “최소한 전생에 나라를 구한 큰 무리들 중 하나는 되었나 보다!” ...
2023.08.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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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그루트가 마침내 새로 뱉은 한마디
우리 집에는 하루 종일 집사를 기다리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강아지처럼 뛰어 나와 반겨주는 모습에 가끔 감동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나를 이렇게 변함없이 좋아해주는 생명체가 있다니!’ 하면서 말이지요. 사랑이 아무리 움직이는 것이라 해도 집사를 ...
2023.07.1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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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그거 별 거 아니라고? 김영하의 <작별인사>로 본 AI의 미래
ChatGPT가 세상에 나온 이후,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집 고양이들도 알아들을 정도로 핫이슈가 되었습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ChatGPT 경험이 감탄과 경이로움으로 이어지지만, 동시에 그 이면에서는 앞으로 사라지게 될 일자리에 대한 걱정과 불...
2023.06.1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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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진실의 가벼움에 대해 - 영화 ‘돈 룩 업’
2022 화제의 넷플릭스 영화 은 정확히 6개월 14시간 후 에베레스트 정도 크기의 혜성이 지구를 때리고,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생명체는 멸종하게 될 이른바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둔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첨단과학의 시대답게 대멸종의 원인과 시기를 아주 정확히 예측하...
2023.04.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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