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물려줄 아버지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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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은 갈 일을 해라
종합기획실 발령을 받고 출근하기 전날 밤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눈치챈 아버지가 어머니를 시켜 아래층으로 호출했다. 그제야 발령받은 걸 말씀드렸다. “걱정도 되겠지”라며 아버지는 술 한 잔을 따라 주며 마시라고 했다. 이어 “걱정은 내가 할 수 없을 때 생긴다. 내가 ...
2023.11.1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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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로 태어난 아이, 둔재로 키우지 마라
결혼하던 해 아들을 얻고 삼 년 뒤에 딸을 얻었다. 직원회식 중에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들었다. 축하 잔을 물리치지 못해 만취한 채 아내가 입원한 산부인과에 갔다. 몸을 일으키려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니 안쓰러워 머뭇거리자 어머니가 느닷없이 “왜? 딸 낳아 서운하냐?”고 ...
2023.11.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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뽐내는 글은 읽히지 않는다
결혼 준비 때 벌어진 일이다. 예식장을 구하지 못해 안달 내다 지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구했다. 토요일 오후 3시와 4시 결혼식 중간에 3시 30분으로 끼워 넣었다. 30분 만에 결혼식을 끝낸다는 조건이었다. 예식장이 정해지니 일이 한번에 밀려들었다. 맘이 급해 청첩장...
2023.10.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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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국어를 담당하던 여선생님이 작문 숙제를 내줬다. 자유 주제였다.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형식에 상관없이 써오라고 했다. 잘 쓰고 싶었다. 몇 날을 끙끙댔다. 숙제를 내야 하는 전 날밤엔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있었다.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눈치챈 아버지가...
2023.10.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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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야 할 땐 반드시 나서라
병원 원장실 유리창을 깼다. 하굣길에 학교 앞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서 축구를 하다 벌어진 일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친구들 여럿이서 공 뺏기를 하다 찬 공이 하필이면 그쪽으로 날아갔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비명이 들리자 우리는 모두 놀라 학교로 되돌아 도...
2023.10.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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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말은 간명하다
평소와 다르게 아버지는 소파에서 등을 떼고 내 말을 경청했다. 군 복무 중 포상휴가를 받아 아버지 회사에 들렀을 때다. 비서 안내를 받아 사장실로 들어가자 아버지는 놀란 표정이었다. 아버지가 전에 없이 내 말에 관심을 보이자 신나서 여러 얘기를 했다. 아무나 포상휴가를...
2023.10.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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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은 오직 연습에서 나온다
아버지가 생을 마감했다. 음력으로 2003년 9월 23일. 올해가 20주기다. 부음은 거래처와 점심에 폭탄주를 많이 마셔 잠깐 졸고 나서 들었다. 더 사실 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웠다. 본가로 가는 차 안에서 전화로 장례식장 등 장의 절차 논의를 끝냈다. 아버지는 당신의 ...
2023.10.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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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수 있어야 전통이다
내가 중학교 다니던 때 추석날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상차림을 두고 크게 다퉜다. 끝내 차례를 모시지 못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진설된 차례상을 점검하던 큰아버지가 “배는 왜 안 올리느냐?”고 했다. 독촉하는 큰소리가 나자 배 한 개를 담은 접시가 상에 받쳐 들여왔다. 큰아...
2023.09.2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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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는 실천이다
인삼을 쪄 꿀에 재서 오래 두고 먹는 ‘인삼 꿀절임’을 안 건 대학 다닐 때였다. 해 뜨기 전 곤한 잠을 깨운 건 아버지였다. 가족들 깨지 않게 조용히 따라오라고 했다. 차를 타고 간 게 경동시장. 가게 문을 열기 전이라 근처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아버지는 이전...
2023.09.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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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먼저다
회사가 부도가 나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해 경영권을 넘기고 나서 아버지는 심한 화병을 앓았다. 믿었던 부하 직원의 배신에 몸서리쳤다. 분노나 답답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억지로 꾹 눌러 담았다가, 그 화가 삭아 비틀어져서 생긴 심화병(心火病)이다. 지나칠 정도로 화를 ...
2023.09.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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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탓하지 마라
언덕에 지은 집으로 이사했다. 대학 다닐 때다. 이삿짐 오기 전에 먼저 온 아버지는 지붕만 빼고는 모두 꼼꼼하게 살폈다. 문이란 문은 다 여닫아보고 수도꼭지는 물이 잘 나오는지를 살폈다. 집 감정하는 사람처럼 물을 부어 가며 하수구들도 빼놓지 않고 점검했다. 집 뒤 좁...
2023.09.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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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잊지 마라
국을 마실 때 아버지는 국그릇을 양손에 받쳐 들었다. 비운 밥그릇에 물을 부어 마실 때도 꼭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마셨다. 결혼해서 부모님과 같이 살 때다. 며느리가 시집올 때 예물로 해온 백자 반상기(飯床器) 그릇을 쓸 때만 그랬다. 다른 그릇으로 마실 때는 한 손만...
2023.08.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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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을 이기는 힘은 목표에서 나온다
종로 담배 가게 골목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담배를 배워 그날 처음 사던 날이다. 나오다 골목으로 들어오는 아버지와 마주쳤다. 서로 놀랐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다. 뭐라고 말씀드렸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집에서 만난 아버지는 말씀이...
2023.08.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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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를 품은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
그해 12월 31일 큰 아이가 태어났다. 사무실에서 송년회 중에 전화를 받았다. 늦장가 간 그해 아들을 얻었다고 누가 얘기하자 엄숙하던 송년회가 축하 술잔이 오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만취해 동네 산부인과 병원에서 본 내 첫 자식은 그저 핏덩이였다. 신년 연휴라 이튿날...
2023.08.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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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할 거면 그만둬라"
금융실명제는 모든 금융거래를 실명으로 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1993년 8월 12일에 시행됐다. 탈세, 조세포탈, 자금세탁, 불법금융거래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도입은 정부가 했지만, 시행은 거래가 일어나는 금융기관 몫이다. 은행의 대외소통 창구를 담당한 ...
2023.08.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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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울타리다
학교에 신고 간 노랑 고무신을 잃어버렸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다. 서울 다녀온 아버지가 사다 준 노랑 고무신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검은색과 흰색 고무신만 보았던 나는 학교에는 신고 가지 말라고 어머니가 당부했지만 듣지 않고 이튿날 바로 신고 갔다. 아이들도 처음 보는 ...
2023.08.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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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거짓을 부른다
“나는 평생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다리를 다쳐 뛰어 도망칠 수 없어서다. 거짓말은 곤란한 그 상황을 벗어나려는 기만의 술책일 뿐이다.” 자주 하신 아버지의 저 말씀을 처음 들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외출에서 돌아온 부모님이 남동생과 내가 호박엿 먹는 걸 보고 무...
2023.07.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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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해결의 열쇠는 공감력이다
결혼 전날 밤 아버지가 시부모와 같이 살겠다고 한 내 아내를 칭찬한 뒤 한 얘기다. 들려준 옛 얘기는 이렇다. 아내가 남편한테 늙은 시어머니를 느닷없이 장에 내다 팔라고 했다. 기가 막혔지만, 아들은 어머니를 지게에 업고 장날에 팔러 갔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고운 반지...
2023.07.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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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숨 쉬듯 읽고 또 읽어라
아버지 앞으로 책이 우편으로 왔다. 펴보지 않고 만지기만 하다 책상에 올려놓았다. 아버지는 봉투를 건네주며 책값을 우편환으로 끊어 보내라고 했다. 때로 선물이 들어오면 아버지는 같은 품목으로 사서 꼭 보냈다. 그러나 책 선물은 처음이었다. 며칠 지나도 책상 위의 책은 ...
2023.07.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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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이 손맛을 만든다
서울 종로1가에 있는 음식점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고입 재수 시절 때다. 물 퍼 나르고 쓰레기 버리고, 그릇 닦고 바닥 청소하는 아르바이트였다. 주방 일 배우는 이들에겐 가혹한 환경이지만, 막일하는 주방 막내에겐 배불리 먹는 밥만큼이나 기분 좋은 곳이었다. 마지막...
2023.07.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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