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물려줄 아버지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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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다주려면 집 앞까지 데려다주어라
물에 빠졌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다들 뛰어들길래 덩달아 물에 들어간 것과 가슴을 세게 압박해 깨어났던 게 전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집에서 2킬로쯤 떨어진 시냇물을 시멘트 공장이 용수를 얻으려고 보로 막아 생긴 큰 물웅덩이였다. 제법 큰 아이들은 거기서 멱을 감...
2023.02.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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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한 일은 반드시 바로잡아라
아버지가 경영하던 회사가 부도났다. 대학에 다닐 때다. 집에 온 나를 본 어머니는 떨리는 손을 마주 잡으며 “아버지가 한양대병원에 입원하셨대. 비서가 사람을 시켜 은밀히 알려줬다. 난 발이 안 떨어져 못 가겠다”라고 했다.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는 ...
2023.01.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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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이 없어야 이루어진다
삼국시대 때부터 내려온 구구단의 이름은 중국 관리들이 평민들이 알지 못하게 일부러 어렵게 9단부터 거꾸로 외운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구구단(九九段·요즘 학교에서는 ‘곱셈 구구’라 한다)을 어렵게 배웠다. 초등학교 때 외우지 못해 나머...
2023.01.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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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라
고등학교 입학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니 거기까지 키워준다. 고등학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는 전인교육(全人敎育)을 목표로 한다. 그다음부터는 네 힘으로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
2023.01.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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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덜 됐으면 섣불리 나서지 마라
휴일 새벽 전화벨이 모두를 깨웠다. 은행 다닐 때다. 다급한 전화 목소리는 다짜고짜 부장이 찾는다며 바로 출근하라며 대답을 듣지도 않고 끊어졌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옷을 챙겨입고 나설 때 이미 거실에 나와 앉은 아버지가 “뭔 일이냐?”며 물었다....
2023.01.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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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버릇은 병이다
패싸움에 연루돼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재수에 들어간 나는 서대문 교도소 뒷산 꼭대기에 방을 얻어 자취했다. 고입 재수학원에 다니는 서울 생활은 온통 신기하기만 했다. 지난해 배운 것인데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낯선 거리 풍경은 볼수록 흥미로웠고...
2023.01.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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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가르쳐 너와 똑같은 사람을 만들려 하지 마라
고등학교 1학년 때 성균관대학이 주최한 전국남녀고교생 문예 백일장에서 산문 부문 장원(壯元)을 했다. 시제(試題)는 ‘고양이’였다. 처음 참가하는 백일장이기도 해 떨기만 했던 기억만 난다. 뭘 썼는지 기억은 희미하다. 더듬어 기억을 되살려보니 &l...
2022.12.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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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면 숨 쉬듯 공부해라
들를 데가 많아 첫 휴가를 나와 집에 도착했을 때는 통금이 임박해서였다. 어머니는 맨발로 뛰쳐나와 반겼다. 부모님께 큰절하고 난 뒤 할 말이 많아 말이 엉겼다. 훈련소에서 크림빵 사서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먹던 얘기를 하다 느닷없이 GOP를 아세요? 하며 질문도 했다...
2022.12.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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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아버지가 나를 불러 들려준 옛이야기다. 남편감을 인사시키면 아버지가 반대해 혼기를 놓친 딸이 “집에만 계시니 갑갑하시죠. 바깥바람 좀 쐬고 오세요. 이 도시락을 꼭 산 좋고 물 좋은 데 있는 정자를 찾아서 드시고 오세요”라고 했다. 딸이 싸준 도시...
2022.12.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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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부끄럽지 않게 선물을 들고 가라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전근 발령을 받아 다른 학교로 가게 됐다. 학교서 작별 인사를 끝내고 오자 아버지가 초록색 보자기에 싼 물건을 내주며 선생님께 갖다 드리라 했다. 묵직했다. 몇 걸음 걷다 손을 바꿔가며 들어야 했다. 이삿짐을 다 싼 선생님은 차 시간을 기다리...
2022.12.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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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힘들면 상대도 힘들다
뭘 잘 못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벌 받은 기억은 생생해도 잘못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방 문을 박차고 달려나가 맨발로 도망쳤다. 아버지의 화난 음성이 들리지 않을 때까지 골목길을 뛰었다. 이젠 됐다 싶어 숨을 고르며 뒤돌아보니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뒤쫓아왔다...
2022.11.2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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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설날 아침 큰댁에 차례를 지내러 갔다.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 걸음으로 30분 걸리는 새벽길을 걸었다.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를 지날 때다. 멈춰 선 아버지가 지팡이로 가리키며 “숨구멍이 저기 있었구나”라고 했다. 저수지 산 쪽...
2022.11.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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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한결같음에서 싹튼다
“구두 닦아 신고 다녀라.” 은행에 입행해 첫 출근 인사드릴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딱 그 한마디만 하셨다. 모든 게 서툴러 정신없이 지내느라 잊고 있다 며칠 지나 지점 앞 구두 수선집에 구두를 닦아달라 했다. 구두를 이리저리 들춰본 주인이 ...
2022.11.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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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 수 있어야 강자다
제천역에 기차를 내리자마자 동생과 함께 서둘러 시발택시를 탔다. 시발(始發)택시는 당시 유행하던 지프를 개조한 우리나라 최초의 택시다. 동생이 초등학교 1학년, 내가 4학년 때다. 탄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택시를 내렸다. 둘이 뛰어서 중국집에 들어갔다. 자장면을 처...
2022.11.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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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보아라
난생처음 서울 남산에 올랐다. 올랐다기보다 ‘갔다’가 맞다. 부모님과 케이블카를 타고 갔으니 말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다. 같은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동생과 함께다. 까만 교복을 입은 두 아들을 쳐다보며 아버지가 좋아했다. 남산에 온 이유를 ...
2022.11.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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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답을 바라고 한 일은 선행이 아니라 거래다
아버지 애창곡은 배호의 ‘안개 낀 장충단공원’이었다. 29세에 요절한 그가 절규하듯 불렀다. 그 노래를 아버지가 부르는 걸 몇 번 들었다. 전상을 입어 다리를 절단한 아버지는 절망 속에서 오랜 병원 생활을 견뎌내는 중에 억척스레 노래 공부를 했다....
2022.10.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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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절대로 앞서가지 않는다
어릴 때 싸움은 코피가 나면 끝난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다. 그날도 그랬다. 나보다 한 뼘이나 키가 더 큰 동급생에게 얼굴을 한 대 맞자마자 바로 코피가 터졌다. 집에 오자 아버지가 이유를 물었다. 나이는 한 살 위지만 한 해 꿇어 같이 다니는 동급생이 형이라고 안 한...
2022.10.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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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게 아니면 네 다리로 걸어라
학교 운동장에서 줄달음치다 철봉에 이마를 부딪쳐 뒤로 넘어졌다.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이마에서 뜨끈한 게 얼굴을 타고 흘렀다. 바로 일어서긴 했지만, 친구들이 소리쳤다. 피범벅이 된 내 얼굴을 보고서다. 덩치 큰 친구가 나를 업고 집으로 내달렸다. 그제야 통증이 밀려...
2022.10.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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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담보하는 집중력은 간절함에서 나온다
아버지가 콩기름 병마개를 발명했다. 기름을 따를 때 찔끔 흘러내리는 건 아까워서라기보다 손에 묻으니 짜증 나서다. 어머니가 기름을 부을 적마다 손을 몇 번씩이나 닦아내는 걸 본 아버지가 병마개를 고쳐주려고 나섰다. 알코올램프를 사다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손으로 만져가며...
2022.10.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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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해야 사람이다
신혼 초 부모님과 함께 살던 본가에 복면강도 둘이 침입했다. 산에 붙은 베란다를 타고 넘어 들어온 강도가 흉기로 어머니와 만삭의 아내를 위협했다. 강도들은 결혼 패물을 비롯해 어머니가 끼고 있는 반지마저 빼앗아 현관을 통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어머니는 첫애를...
2022.09.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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