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과 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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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겨울 해는 점점 늦게 뜨고 빨리 진다. 이미 일년초 식물의 잎과 줄기는 덧없이 시들었다. 활엽수는 한파 속에서 헐벗은 채 떨고 있다. 저물녘 가로수의 그림자가 길어질 때 마음에 고적함과 쓸쓸함이 번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올해 다섯 해 만에 새 시집이 나오고, 책을...
2024.12.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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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새벽에 깨어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새벽에 거실로 나왔는데, 웬일인지 창밖이 대낮처럼 환하다. 거실에서 밀랍인형처럼 서서 창밖을 바라보니,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다. 첫눈이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른다. 첫눈치고는 믿기 힘들 만큼 눈송이는 굵고 양도 풍성하다. 이미 전나무 가지며 이웃집의 지붕에 폭설이 ...
2024.12.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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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을 크게 칭찬함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지난주 목요일 저녁 8시가 막 지나 스웨덴 한림원은 한국 작가 한강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공표했다. 저 대륙 건너에서 발화된 그 공표가 외신으로 날아든 그 순간,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의 이름이 낯선 발음으로 호명되는 그 찰나, 나...
2024.10.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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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얼마나 먹어야 어른이 될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늦더위도 물러간 이른 가을 오후, 동네 카페에서 창밖 단풍 드는 활엽수를 보다가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건 놀랍고도 하찮은 기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낮과 밤이 오고 숱한 생명체들이 번성하는 이 작은 녹색 행성에서 한 생을 보낸다는 게 기적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
2024.09.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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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척을 먼저 알아차리는 기쁨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새벽에 깨자마자 ‘가을이다!’라는 낮은 외침이 입에서 터져 나온다. 온몸으로 체감되는 가을의 기운이 역력하다. 불과 며칠 전 속옷이 땀에 젖은 채 깨어나 망연히 앉아 있던 새벽과는 이마에 닿는 공기가 완연하게 달라진 거다. 여름이 갑자기 끝나버려 ...
2024.09.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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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내게 어떻게 왔던가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새 시집 나오고 몇 달이 지나자 시집 출간의 기쁨과 설렘이 가라앉는다. ‘꿈속에서 우는 사람’이란 제목은 애초부터 정해진 게 아니었다. 처음 제목은 ‘두부’였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제목에 쓴 사람이 있어 그 제목을 철회하고 ...
2024.08.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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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빛 속에서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어느덧 입추인데, 체감온도 35도 안팎의 불볕더위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한낮 열기에 얼굴은 발갛게 익고 머리카락은 불타오르는 듯하다. 염천 아래서 밭일이나 폐지 수거를 하던 노인들이 온열 질병으로 쓰러졌다는 안타까운 뉴스도 간간이 전해진다. 무더위에도 동네 빵집과 ...
2024.08.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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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는가?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창밖의 빗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비는 사납지 않다. 제 의무라는 듯 추적추적 꾸준히 내릴 뿐이다. 우기여서 눅눅한 실내에서 뭔가를 끼적이느라 끼니때를 건너뛰었다. 배는 출출한데 딱히 입맛이 없다. 1분마다 어린애 23명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지옥에서 입맛 타령이...
2024.07.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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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거두라!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밤이었고, 함박눈이 쏟아졌다. 얼마나 큰 그리움이기에 함박눈은 저리도 쉬지 않고 내리는가?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풍랑이 이는 먼 바다와 먼 곳을 스치는 삭풍의 가느다란 기척뿐, 나를 둘러싼 사위는 어둠의 절벽이다. 내가 우주를 상상하는 존재라는 게 믿을 수가 없...
2024.07.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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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그곳이 그립다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여름마다 강원도의 한 대학 캠퍼스 기숙사에 책을 쓰러 들어가곤 했다. 드넓은 캠퍼스 안에는 대학 본부, 학과별 강의동, 기숙사동, 오리들이 한가롭게 떠 있는 호수, 냉방 장치가 찬 공기를 뿜어내는 도서관, 스포츠센터, 우체국과 서점, 학생식당 등이 있었다. 기숙사 학생...
2024.06.1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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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부디 먼 곳으로 떠나라!
여름은 수국, 능소화, 장미꽃, 배롱나무꽃, 달리아, 꽃양귀비, 낮달맞이꽃, 땅비싸리, 우단동자꽃 같은 꽃들을 데리고 온다. 수국은 희고, 능소화와 배롱나무꽃은 붉다. 꽃들의 방향은 종일 데워진 공기 속에 녹아든다. 누군가 초여름 저녁 공기를 들이켜며 커다란 개를 끌고...
2024.06.0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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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아침에 출퇴근을 사유하다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근로자의 날(노동절) 아침 출퇴근의 기쁨과 슬픔과 보람은 무엇인가를 곰곰 생각한다. 노동은 항상 생계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나는 노동이 개별자의 생활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세계를 지탱하고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노동 없는 문명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게 그 믿음의 ...
2023.05.0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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