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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광종의 시사한자

    • 아닐 불(不) 만날 우(遇)

      하루 사이에 1000리를 뛰는 말이 있다. 이른바 천리마(千里馬)다. 건강하고 힘도 좋은 이 천리마가 소금 수레를 끌고 있다면 그야말로 자원의 낭비다. 그런 천리마의 처지와 상황을 우리는 ‘불우(不遇)’라고 적을 수 있다. 명마(名馬)의 역대 최고 감별사라고 알려진 백락(伯樂)이 험준한 산에서 소금 수레를 끌고 있는 천리마를 보고 울음...

      2019.01.24 18:05

    • 만물 물(物) 의논할 의(議)

      소를 지칭하는 牛(우)와 쟁기질 행위나 흔적을 가리켰다고 보는 勿(물)이라는 글자 요소의 합성이 物(물)이다. 나중에 이 글자는 ‘소’라는 동물에 뜻이 더 모아진 듯하다. 특히 털 빛깔이 여러 색으로 이뤄진 소였던 모양이다. 이로써 다시 얻은 새김 하나는 ‘다양한 색이 섞인 비단’이다. 아울러 그런 비단이나 천 등...

      2019.01.17 18:04

    • 朝(조정 조) 廷 (조정 정)

      예전 동양의 정치가 펼쳐졌던 으뜸 장소는 조정(朝廷)이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정부(政府)인 셈이다. 우선 임금이 늘 머물렀던 궁궐(宮闕)의 형식과 관련이 있다. 즉, ‘조정’은 외조내정(外朝內廷)의 준말이다. 공식적이면서 중요한 정치적 행사를 치르는 곳이 외조(外朝)다. 그에 비해 제왕의 비공식적인 업무가 펼쳐지는 곳이 내정(內廷)이...

      2019.01.03 18:19

    • 端(끝 단) 緖(실마리 서)

      개인용 컴퓨터를 때로는 단말기(端末機)라고도 적는다. 중앙의 처리장치로부터 가장 끝에 놓여 정보를 입출력하는 장치다. 중앙에서 볼 때 끝에 놓여 있다는 뜻에서 한자 단말(端末)로 표현했다. “용모 등이 단정하다”고 할 때 ‘단정’의 한자는 端正이다. 여기서는 반듯한 모양을 일컫지만 端(단)이라는 글자의 핵심적인 새...

      2018.12.27 17:32

    • 遺(남길 유) 棄(버릴 기)

      내다 버리는 일이 유기(遺棄)다. 법률 용어로도 자주 쓰인다. 직무를 태만히 하는 정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경우다. 두 글자는 모두 그런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앞의 遺(유)는 남에게 주는 행위, 뒤의 글자 棄(기)는 ‘버리다’의 새김이 강하다. 처음 글자꼴을 보면 그 점이 뚜렷하다. 앞의 遺(유)는 ‘움직이...

      2018.12.13 17:37

    • 危(위태할 위) 機(틀 기)

      사람이 높고 가파른 절벽 끝에 있다. 그러니 아주 불안하다. 그 상태를 그린 글자가 危(위)다. 활보다 화살을 멀리 날려 보내는 무기가 있다. 弩(노)라고 적는 쇠뇌다. 방아쇠 장치가 있다. 그를 가리키는 글자가 機(기)다. 이 방아쇠는 화살이 날아가거나 멈추는 순간을 제어한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때를 가르는 기준이다. 위기(危機)라는 단어는 그 둘의 조...

      2018.12.06 17:27

    • 浮(뜰 부) 沈(가라앉을 침)

      물에 뜨면 浮(부), 가라앉으면 沈(침)이다. 부침(浮沈)은 보통 물에서 벌어지는 일이자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에 그치지는 않는다. 공기 중에서도 마찬가지고, 인생살이라는 개념적인 공간에서도 뜨고 가라앉음은 늘 있다. 글자 浮(부)는 본래 물가에서 어린아이 머리를 누군가 잡고 있는 모습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헤엄치는 방법을 가르치는 뜻이었으리라고 추정한다. ...

      2018.11.22 17:35

    • 尊(높을 존) 嚴(엄할 엄)

      공산왕조 북한의 용례를 제외하면 존엄(尊嚴)은 좋은 뜻이다. 존중과 의젓함 등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두 글자 모두 본래는 주술(呪術) 및 제례(祭禮)와 관련이 있다. 尊(존)이라는 글자에는 술, 또는 그 술을 담는 제기(祭器)의 가리킴인 酉(유)라는 요소가 등장한다. 이어 그를 받치고 있는 손(寸)이 보인다. 사람이 두 손으로 술이 담긴 제기를 떠받치는 형...

      2018.11.08 19:10

    • 回(돌 회) 心(마음 심)

      길에 올라섰어도 돌아서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을 일컫는 말이 회심(回心)이다. 살벌한 전쟁터에서 병력을 이끌고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자주 서는 군대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는 일은 회군(回軍)이다.마음을 돌이키는 회심에서 생각해 볼 한자는 省(성)이다. 반성(反省)이 그렇고, 성찰(省察)도 마찬가지다. 공자의 제자이자 손자이기도 한 증삼(曾參)은 ...

      2018.11.01 17:12

    • 禽(날짐승 금) 獸(짐승 수)

      동물에게 본래 죄는 없었을 텐데, 애꿎게 그를 빌려 사람의 못난 행위를 꼬집는 단어들이 있다. 우선 금수(禽獸)가 그렇다. 날짐승(禽)과 네 발에 털을 갖춘 짐승(獸)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말 쓰임에서 이 단어의 뜻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의관금수(衣冠禽獸)라고 하면 옷과 갓을 걸친 짐승이다. 겉은 모양을 그럴듯하게 갖췄으나 속은 더러움으로 차 있는 사람...

      2018.10.18 17:01

    • 凋(시들 조) 落(떨어질 락)

      가을에는 많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식생이 옷을 벗는 계절이라서 그 느낌이 짙어진다. 그래서 가을을 조락(凋落)과 영락(零落)의 계절이라고 적는다. 두 단어 모두 떨어진다는 뜻의 落(락)이라는 글자를 달고 있다. 조락(凋落)은 우선 가을의 식생을 가리켜 쓰는 말이다. 凋(조)는 무엇인가에 의해 몸을 다치는(傷) 일이다. 특히 차가운 기운에 다치는 뜻을 품었다...

      2018.10.11 18:54

    • 管(피리 관) 轄(비녀장 할)

      행정 영역에서 곧잘 쓰는 말이다. 내가 간여할 부분, 그렇지 않은 곳을 가르는 말이다. 管轄(관할)의 두 글자는 서로 반대의 뜻을 지녔다. 우선 앞의 글자는 일종의 대롱을 가리킨다. 가운데가 비어 소리를 울리는 관악기(管樂器), 커피숍의 빨대 등을 떠올리면 좋다. 그러나 원래의 글자 의미 중 하나는 문을 여는 데 필요한 ‘열쇠’다. 왕...

      2018.09.27 17:47

    • 鄭(나라 정) 人(사람 인) 買(살 매) 履(신 리)

      배경은 중국 춘추시대 정(鄭)나라다. 한 사람이 신발을 사러 집을 나섰다. 출행에 앞서 그는 끈으로 자신의 발을 쟀다. 시장에서 제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사기 위해서였다.장에 도착해 신발 파는 사람을 찾았으나 그는 발을 쟀던 노끈이 집에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바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급히 끈을 찾아 시장으로 다시 향했다. 하지만 신발을 팔...

      2018.09.13 17:20

    • 秋(가을 추)

      가을 무렵이면 바람도 메마르다. 물기가 크게 줄어든 대기의 흐름이 나뭇가지를 흔들 때 서걱거리는 소리가 나 지난주 소개한 대로 ‘슬슬(瑟瑟)’한 분위기가 번지다가 끝내 ‘쓸쓸’해지고 만다. 땅에 내린 식생의 씨앗이 움을 틔워 무더운 여름에 자랐다가 수확의 낫질을 거쳐 창고로 옮겨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그 한자는 秋...

      2018.09.06 19:02

    • 蕭(맑은대쑥 소) 瑟(큰 거문고 슬)

      혹심했던 더위가 지난 다음에 부는 바람을 이 단어로 적을 때가 많다. 그 ‘소슬바람’은 본래 가을 들어 앙상해지는 나뭇가지에 바람이 닿아 나는 소리의 형용이다. 메마른 가지와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며 나는 ‘서걱서걱’ 소리의 의성(擬聲)이다.蕭(소)는 원래 쑥의 일종이다. 다른 쑥에 비해 뒷면에 자라는 수염이 적어...

      2018.08.30 19:10

    • 流(흐를 류) 火(불 화)

      ‘칠월류화(七月流火)’라는 표현이 있다. 상당수는 ‘뜨거운 한여름의 끓는 듯한 더위’로 푸는 경우가 있다. 글자 뜻만 보고 생각해서다. 사실은 그 반대다. 아주 무더웠던 여름의 날씨가 다음 차례의 가을 기운에 자리를 내주는 때를 말한다. 중국의 오랜 옛 시가 모음집 《시경(詩經)》에 등장한다. 여름이 끝나고 닥치는...

      2018.08.16 19:10

    • 時(때 시) 務(힘쓸 무)

      때에 맞춰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과거 농경을 근간으로 삼았던 왕조시절에는 시령(時令)이 있었다. 농사에서 때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을 정령(政令)의 형태로 적은 내용이다. 월령(月令)이라고도 적었다. ‘때’라는 조건이 만들어 놓은 상황을 우리는 시세(時勢)라고 적는다. 그 모습이 좀 더 구체적일 때는 시국(時局)으로도 부른다. 그런 ...

      2018.07.19 19:02

    • 殺(죽일 살) 風(바람 풍) 景(볕 경)

      숨을 꽉 막히게 하는 모습이 살풍경(殺風景)이다. 글자 그대로 살기가 느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문을 열어 놓고 달리는 자동차, 향긋한 차 한 잔 앞의 폭탄주, 음악 연주회에서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등이 그 예에 해당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당(唐)대의 유미파(唯美派) 시인 이상은(李商隱)이 본격적으로 이 단어를 사용했다고 나온다. 그는 《잡찬(雜纂)...

      2018.07.12 18:42

    • 敗(깨뜨릴 패) 北(달아날 배)

      다툼에서 남에게 지는 일이다. 무언가를 손에 쥔 뒤 대상을 두드려 망가뜨린다는 뜻의 敗(패), 등을 보이며 쫓기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北(배)의 합성이다. 옛 한자 세계에서는 北(배)와 사람의 등을 가리키는 背(배)는 통용했다. 패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모든 승부에서 지면 전패(全敗), 아예 다툼이라고 얘기하기에도 민망하면 완패(完敗)다. 결과가 끔...

      2018.06.28 17:21

    • 雀(참새 작) 躍(뛸 약)

      동물의 행위 등에 빗대 뭔가를 설명하는 한자 단어는 많다. 낭자(狼藉)도 그 하나다. 늑대(狼)는 대개 조그만 동굴에 보금자리를 튼다. 보통 마른 풀을 밑에 깐(藉) 뒤 생활한다. ‘낭자’는 원래 늑대가 웅크리고 있던, 엉클어진 자리다.수달(水獺)은 욕심이 많다는 혐의를 받았다. 잡은 물고기를 물가 바위 위에 늘어놓는 버릇이 있어서다....

      2018.06.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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