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시사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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景(볕 경) 致(이를 치)
자주 쓰는 말이지만 풀이가 조금 헛갈린다. 景(경)은 의미가 뚜렷하다. 해를 가리키는 日(일)이 있고, 그 밑에 높은 누각인 京(경)이 붙었다. 따라서 ‘높은 누각에 내리쬐는 햇빛’, ‘눈에 잘 드러나는 모습’ 등의 뜻을 우선 얻었다고 본다.우뚝함, 늠름함, 크고 대단함의 맥락이다. 그로써 번지는 조어(造語)는 적...
2018.06.0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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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여름 하)
꽃이 좋고 열매도 많이 맺는 나무는 뿌리가 깊단다. 한글 창제에 이어 만든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한 대목에 따르면 그렇다. 원문에서 ‘열매’는 ‘여름’으로 나온다. 이 여름과 우리가 지금 맞이하려는 계절 여름은 상관이 있다. 본래는 여름이라는 낱말이 해(日), 나아가 농사를 통해 열매를 가꾸는 일과 관련이 있다...
2018.05.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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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봄 춘) 雨(비 우)
솔직히 ‘봄비’가 더 좋다. 그에 상응하는 한자 단어 ‘춘우(春雨)’보다 말이다. 그럼에도 한자세계의 비 종류는 제법 풍성하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물은 강수(降水)다. 보통은 눈과 비로 나뉜다. 비는 구름에서 만들어지는 ...
2018.05.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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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 (바람 풍) 雨 (비 우)
비 앞에 먼저 닿는 기상(氣象)의 하나가 바람이다. 바람은 그래서 비를 부르는 조짐이다. 바람과 비, 풍우(風雨)는 한자세계에서 새로 닥칠 변화, 나아가 일상의 안온함을 깨는 위기의 요소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그와 유사한 표현이 많다. 풍운(風雲), 풍상(風霜), ...
2018.05.0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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省(살필 성) 察(살필 찰)
진지하게 뭔가를 살피는 행위를 가리키는 글자의 조합이다. 앞의 省(성)은 사람의 눈(目)과 돋아나는 식생(生)이라는 글자 요소가 합쳐졌다. 그러니 뭔가를 뚫어지게 주시하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다음 글자 察(찰)은 신성한 제의(祭儀)와 그를 가두는 집이나 공간()이라는 요소의 합성이다. 따라서 신의 계시 등을 다루는 조심스러운 행위, 더 나아가 살피...
2018.04.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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局(판 국) 面(낯 면)
다툼이나 겨룸의 흐름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국면(局面)이다. 본래 局(국)이라는 글자는 사람 또는 시신이 좁은 공간에 갇히거나 억지로 몸을 구부린 상태를 가리켰다고 추정한다. 그로부터 좁은 공간, 억눌림의 뜻을 얻었다고 본다. 공간이나 장소라는 맥락에서 방송국(放送局), 억눌림의 새김에서 국한(局限)이라는 단어들을 떠올리면 좋다. 그로부터 좁은 공간에서...
2018.04.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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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싸울 전) 爭(다툴 쟁)
이 단어를 이루는 글자는 모두 ‘다툼’과 관련이 있다. 戰(전)은 화살을 날리는 활과 관련 있는 單(단)이라는 글자 요소와 상대를 찌르는 창인 戈(과)의 합성이다. 爭(쟁)은 아래 위 글자 요소 모두 사람의 손을 가리킨다. 두 손이 하나의 물건을 ...
2018.04.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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監(볼 감) 獄(옥 옥)
인류 역사에서 범죄의 자취는 퍽 길다. 그런 범법자를 거두는 곳이 감옥(監獄)이다. 그러나 이 단어의 등장은 아주 늦다. 중국에서는 청(淸)대 이후에야 지금의 뜻으로 나타난다. 한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현한 단어는 土(환토)다. 흙벽으로 둥글게 두른 형태를 ‘둥글다’는 뜻의 (환)으로 적었다. 다음에 출현해 일반적으로 쓰였던 말은 영...
2018.03.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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堂(집 당) 堂(집 당)
동양 사회의 옛 건축을 마주할 때 일반적으로 크고 의젓해 보이는 집채가 있다. 보통은 堂(당)이라는 글자가 붙는다. 옛 동양의 그럴듯한 주택 중에서 공개적인 장소 중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집채다. 그에 견주는 다른 건축이 室(실)이다. 堂(당)은 외부의 손님 등이 집...
2018.03.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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淫(음란할 음) 亂(어지러울 란)
앞 글자 淫(음)은 어떤 흐름을 좇아 묻히거나 흘러가며 이어지는 상태나 행위다. 초기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풀이에 따르면 그렇다. 옷감 등에 물을 들이는 일, 즉 염색(染色)의 영역에도 이 글자가 등장한다. 그 다음에 나타나는 뜻이 남녀 사이의 통간(通姦)이라는 의미다. 이어 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마구잡이로 벌이는 행동인 방종(放縱),...
2018.03.0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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廉(청렴할 렴) 恥(부끄러울 치)
‘얌치’가 없어 남을 끌탕 치게 하는 이를 ‘얌체’라고 한다. 우리말에 자연스레 녹아든 한자 단어 염치(廉恥)의 자취다. 이 염치가 얌치, 나아가 얌체로 발전해 우리 일상에서 자주 쓰인다. 廉(렴)의 원래 출발점은 &lsquo...
2018.02.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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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갈 행) 止(멈출 지)
가다가(行) 멈추는(止) 일이다. 진퇴(進退)와 같이 나아감과 물러섬을 가리킨다. 인생의 중요한 길목에서 나아가거나 물러서는 때를 정확하게 잡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사업의 영역, 사람과의 교제, 일상의 많은 순간에서 이런 때를 잘못 판단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품행을 일컬을 때 흔히 행동거지(行動擧止)라는 말을 쓴다. 비슷한 맥...
2018.02.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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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 계(繼) 이을 승(承)
앞의 것을 이어 나아가는 일이다. 거꾸로 승계(承繼)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홀로 서는 일은 불가능하다. 삶 자체가 부모, 할아버지와 할머니, 먼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계승과 승계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앞 글자 繼(계)의 꼴은 온통 실(絲)이다. 실을 가리키는 글자...
2018.01.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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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구름 운) 霧(안개 무)
한자 세계에서 구름 雲(운)은 아주 많이 등장한다. 좋은 맥락도 있지만 어두운 흐름도 많다. 풍운(風雲)은 ‘바람과 구름’의 1차적 말뜻에서 ‘앞으로 닥칠 위기’ ‘거센 세파’ 등의 새김으로 발전했다. 때...
2018.01.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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失(잃을 실) 格(격식 격)
실족(失足)이라는 단어가 귀에 익다. 흔히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진다는 뜻으로 이 단어를 푼다. 그러나 이 말의 원래 의미는 단순히 ‘넘어지다’가 아니다. 우리가 보이는 행동거지와 관련이 있다. 처음 등장하는 곳은 《예기(禮記)》다. 책에 이런 구절...
2018.01.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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規(법 규) 制(마를 제)
동그라미와 네모를 정확하게 그리는 일이 예전에는 쉽지 않았다. 가운데 중심을 잡아 둘레까지 일정한 길이로 동그라미를 그리는 데 필요한 기기가 컴퍼스다. 이 기기를 지칭한 한자가 規(규)다. 그에 비해 직선(直線)으로 이뤄진 네모를 그리는 기기는 矩(구)다. 이른바 곱자...
2018.01.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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彌(두루 미) 縫(꿰맬 봉)
우리는 이 단어를 조금 나쁜 뜻에서 쓴다.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은 채 일을 서둘러 끝내는 상황을 지칭할 때다. 그래서 미봉책(彌縫策)이라는 말을 써서 대강 일을 끝내려는 낮은 꾀를 가리킨다. 彌(미)는 시위에 화살을 올려 쏘려는 동작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로부터 일...
2017.12.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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租(구실 조) 稅(구실 세)
벼과 식물은 우리 주변에 흔하다. 화곡(禾穀)이라고 적으면 벼 또는 그와 비슷한 잡곡(雜穀)을 모두 일컫는다. 화수(禾穗)라고 적으면 벼의 이삭(穗)을 가리킨다. 벼를 가리키는 禾(화)를 부수로 달고 있는 글자 중 조세(租稅)는 세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논밭에서 나오는 곡식이 옛 사회 세금의 주요 원천임을 의미한다. 과거 동양 사회에서 등장한 세금의 명칭은...
2017.12.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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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들 야) 鄙(더러울 비)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 조악한 성정(性情), 심지어 추악한 품성을 두루 일컬을 때 쓰는 말이 야비(野鄙)다. 여기서 野(야)는 학습 등으로 외양을 제대로 꾸미지 않아 바탕이 그냥 드러나는 상태를 가리킨다. 한자 자전의 우선 새김으로 보면 野(야)는 ‘들판’이다. 그러나 초기의 쓰임에서는 일정한 지역을 가리켰다. 주(周)나라 때의 구역 ...
2017.12.0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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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때 시) 務(힘쓸 무)
때를 그르치면 한 해의 농사는 망가진다. 그렇듯 농가에는 계절에 맞춰 힘써야 할 일이 있다. 그를 적은 단어가 시무(時務)다. 글자 그대로 ‘때(時)에 따라 힘써야 할 일(務)’의 엮음이다. 그러나 농가의 월령(月令)에만 그치지 않는 단어다. 시간...
2017.11.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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