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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왜 아름다운가

      이것은 얼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잃어버린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황홀한 이상향이었다가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가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사랑의 이야기다. 사랑을 잃은 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 그의 손에 남은 것은 사랑의 희미해진 기억뿐이다.나...

      2024.01.30 18:09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왜 아름다운가
    • 싸락눈이 검고 짙은 눈썹을 때리니[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내가 사는 파주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이다. 오늘도 수도권 일대에 눈이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있고 곧 대설주의보로 바뀌더니 오전부터 눈발이 희끗희끗 흩뿌린다. 금세 눈발이 굵어진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방금 피자가게에서 나온 남자의 검은 머리에 눈이 덮인다. 사거...

      2024.01.16 17:59

      싸락눈이 검고 짙은 눈썹을 때리니[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을 태어나라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묵은해와 헤어지기 직전 집에서 멀지 않은 강변에 나가 혼자 마지막 해를 전송했다. 둥근 빵 같고, 방금 딴 오렌지 열매 같은 해는 밤의 장막 속으로 사라졌다. 새날이 밝고 해가 떠올랐다. 새해의 첫해는 동해의 간절곶만이 아니라 페루 마추픽추에도, 바오밥나무가 자라는 마...

      2024.01.02 17:47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을 태어나라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어른의 품격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젊은 시절부터 좋은 어른 되기는 내 인생의 한 화두였다. 이것은 좋은 어른으로서의 삶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서른쯤 되자 어느 정도 인격이 굳어지고, 자기 집단에서의 위치도 정해지며, 신념과 취향도 확고해지면서 주변으로부터 어른 대접을 받았던 것 같다.이맘때 부모의 ...

      2023.12.19 17:20

      어른의 품격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은퇴한 친구를 생각하며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내 친구는 은퇴자다. 20대 초반 은행에 입사해 지점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친구에게 어떻게 소일하느냐고 안부 삼아 물었더니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도서관에 나가 종일 필사한다고 했다. 니체의 이란 책을 필사한다는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그가 가방에서 필사 노트를 꺼내...

      2023.12.05 18:00

      은퇴한 친구를 생각하며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단풍이 절정인 어느 날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에서 보낸 이틀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가을이면 단풍은 북에서 남하하며 백두대간을 차례로 물들입니다. 설악산과 오대산과 치악산의 능선을 거쳐 내장산과 지리산까지 단풍은 남하하며 절정을 이룹니다. 한반도 식물생태계를 이루는 수종 중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신나무, 복자기나무, 빗살나무, 화살나무, 마가목나무,...

      2023.11.21 17:51

      단풍이 절정인 어느 날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에서 보낸 이틀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나를 항상 불타오르게 하라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양배추가 자라는 너른 서쪽 밭에도, 단풍 든 숲의 나무들에도, 나를 절반만 사랑하고 떠난 여자의 좁은 어깨에도 가을의 비가 내린다. 가을의 비는 투명 비커에서 양파가 흰 뿌리를 내리듯이 고요하다. 간혹 비는 구름이 품은 도토리 알들이 소쿠리에 쏟아지듯 소리를 내며 떨어...

      2023.10.31 18:15

      나를 항상 불타오르게 하라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그 많던 이야기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인류는 이야기의 올실과 날실로 짠 세상을 거치며 더 똑똑해졌다. 인류가 이야기의 젖을 물고 성장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야기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고 인류의 온갖 기억을 저장한 보물창고다. 이야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세상도 존재할 수 없을 테다....

      2023.10.17 17:48

      그 많던 이야기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그 많던 '문학소녀'는 다 어디로 갔을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해마다 10월 무렵이면 ‘문학의 밤’이란 연례행사로 학교 안팎은 설렘과 기쁨의 광휘로 둘러싸인 채 술렁거렸다. 학교 대강당에는 시나 산문을 낭독하고, 초청 문인의 강연을 경청하는 청소년들로 넘쳐났다. 그들은 전후 피란지에서 창간된 , 삼중당 문고본들, , 을유문화사의 ...

      2023.09.26 18:10

      그 많던 '문학소녀'는 다 어디로 갔을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편의 시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설악산 공룡능선이나 지리산 피아골 어디에도 늑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고, 그 많던 호랑이를 잡는 포수도 사라진 메마른 나라에서 시 쓰기의 보람을 생각한 것은 내가 한심한 탓이다. 시를 쓴다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기이한 동물 보듯 쳐다보고, 아직 시를 써요! 하고 ...

      2023.09.12 18:06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편의 시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바람이 인다, 다시 살아봐야겠다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엊저녁 아내와 동네 카페에 책을 들고 나갔다가 돌아오는데, 밤공기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레몬처럼 선선했다. 늪과 연못으로 둘러싸인 소택지의 웃자란 풀숲에서 청아하게 우는 풀벌레 울음소리는 데시벨이 높았다. 찌르르르르. 찌르르르르. 저것은 계절의 순환을 찬양하는 풀벌레의...

      2023.08.29 17:56

      바람이 인다, 다시 살아봐야겠다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만년필과 사라지고 말 덧없음의 매혹[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스무 살 청년이 갈망한 것은 혼자만 쓸 수 있는 방과 책상, 그리고 만년필 한 자루가 전부였다. 정말 작고 소박한 꿈이었다. 하지만 호주머니가 비어 있던 20대 청년에게 그 꿈은 요원한 것이었다. 나는 서른 넘어서야 겨우 만년필을 가질 수 있었다. 요즘은 만년필을 쓰는...

      2023.08.15 17:57

      만년필과 사라지고 말 덧없음의 매혹[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여름 한복판에서 '여름'을 노래하라!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한낮 땡볕에 허덕이다가 편백나무 숲속 그늘로 들어서면 금세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도처에서 매미가 울어댄다. 바위를 쪼갤 듯 맹렬하고 처연한 매미 울음소리는 지금이 여름의 한복판이라는 걸 알리는 신호다. 매미의 생명주기는 길어야 여름 한 철이다. 땅속에서 굼벵이로 몇...

      2023.08.01 17:51

      여름 한복판에서 '여름'을 노래하라!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거센 장맛비였다. ‘극강 호우’라고 했다. 연일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긴급재난문자가 들어왔다. 굵은 빗방울은 초목과 지붕을 적시고, 금세 작은 내와 강, 물웅덩이와 호수를 넘치게 했다. 삽시간에 불어난 물은 성난 기세로 제방을 무너뜨려 저지대를 침수시키고, 집과 가축과...

      2023.07.18 17:58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여름 아침에 생각한 것들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수련이 꽃을 피운 여름 아침에는 기쁜 일이 더 자주 일어나고,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지리라는 예감을 품게 한다. 신록은 우거지고 매미들이 숲에서 맹렬하게 울어대며, 빛들은 어디에나 풍부하게 넘쳐난다. 여름의 즐거움과 보람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여름 과일들이 본격적...

      2023.07.04 18:11

      여름 아침에 생각한 것들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그 '점화'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2019년 11월 23일,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점화(點畵)’ 연작 중 하나인 ‘우주(Universe)’가 한 수집가에게 131억8000만원에 낙찰되는 찰나 경매장 여기저기에서 감탄이 쏟아지며 한순간 술렁거렸다. 그것은 추상 회화의 변방인 한국에서 마크 로...

      2023.06.20 17:40

      그 '점화'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왜 인생의 진실은 지나간 뒤에야 알 수 있을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나는 유월의 밤과 날씨를 좋아한다. 하지를 앞둔 유월의 대기에 녹아있는 초여름 향기가 숨 쉴 때마다 폐부 가득 밀려든다. 파주 교하의 들엔 개구리 떼창이 울려 퍼지고, 나는 달랑 책 한 권 들고 동네 카페에 간다. 벚나무 그림자가 드리운 밤길을 걸어가며 살면서 괴로운 ...

      2023.06.06 17:36

      왜 인생의 진실은 지나간 뒤에야 알 수 있을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왜 인생의 진실은 지나간 뒤에야 알 수 있을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나는 유월의 밤과 날씨를 좋아한다. 하지를 앞둔 유월의 대기에 녹아있는 초여름 향기가 숨 쉴 때마다 폐부 가득 밀려든다. 파주 교하의 들엔 개구리 떼창이 울려 퍼지고, 나는 달랑 책 한 권 들고 동네 카페엘 간다. 벚나무 그림자가 드리운 밤길을 걸어가며 살면서 괴로운 ...

      2023.06.05 16:30

      왜 인생의 진실은 지나간 뒤에야 알 수 있을까?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 그 봄날 '꽃밭에서'를 부르던 시인

      갑자기 오른 단골집 칼국수값과 시급 9160원과 암호화폐 열풍과 등에 칼 꽂는 배신의 정치가 난무하는데, 영산홍은 어쩌자고 저토록 무구한 채로 피어난단 말인가? 모란과 작약이 다퉈 꽃을 피우고, 버드나무 가지는 실바람에 낭창낭창 흔들리고, 먼 산 뻐꾸기 소리에 저무는 ...

      2023.05.23 18:11

       그 봄날 '꽃밭에서'를 부르던 시인
    • 봄날 ‘꽃밭에서’를 부르던 시인을 생각하며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갑자기 오른 단골집 칼국수값과 시급 9160원과 가상화폐 열풍과 등에 칼 꽂는 배신의 정치가 난무하는데, 영산홍은 어쩌자고 저토록 무구한 채로 피어난단 말인가? 모란과 작약이 다퉈 꽃을 피우고, 버드나무 가지는 실바람에 낭창낭창 흔들리고, 먼 산 뻐꾸기 소리에 저무는 ...

      2023.05.15 18:44

      봄날 ‘꽃밭에서’를 부르던 시인을 생각하며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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