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의 공간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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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들 살았던 오래된 주택가에, 창이 작은 카페가 있다
지금도 서울의 어느 성곽을 지날 일이 있을 때면, 지난번에 보았던 벽돌의 위치가 바뀌지는 않았을지 유심히 살펴본다. 김승옥의 소설 ‘역사(力士)’에 나온 구절이 오랫동안 잊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역사(力士) 서씨는 새벽이 ...
2024.11.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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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빛과 공기로 공간을 채우고 그리고 커피 한 잔
산업혁명의 여파로 유럽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유례없는 인구 유입은 대도시의 주거 환경을 처참하게 만들었다.한편, 이 시기의 건축은 철근콘크리트의 발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당대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건축의 역사는 빛을 위한 투쟁이나 다름없다...
2024.10.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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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커피가 든 호리병 주전자를 만났을 때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고 13시간의 비행을 마친 짐들이 순서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순간 어디선가 향나무를 태우는 듯한 향이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간다. 연기를 쫓아 간이 칸막이로 둘러싸인 곳에 가보니, 젊은 남녀가 작은 시니(Sinni, Sini) 잔에 커피를 따라...
2024.09.1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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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그들의 취향을 존중하는 공간
커피는 오렌지가 아니다. 호두나 아몬드도, 초콜릿이나 자스민도 아니다. 하지만 커핑테이블 앞에서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과일과 허브, 견과류 등의 이름을 이용해 그 맛을 표현한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단어들 같지만, 커피의 가치를 평가하는 이 방식은 꽤 오랜 역사를 가...
2024.08.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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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붉은 장막의 펠트…작은 오페라 극장의 배우가 된 바리스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1942)에는 어두운 거리 홀로 불을 밝힌 간이식당 주방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주방 공간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드러내는 오픈키친이 등장하자 1940년대에 이미 도입된 ...
2024.07.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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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가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하듯 커피를 만드는 곳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에는 어두운 거리 홀로 불을 밝힌 ‘다이너(Diner)’ 주방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주방 공간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드러내는 오픈키친이 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이너에...
2024.07.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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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들면 창덕궁 담장…바람·햇살·향이 채우는 '차경'의 완성
창덕궁을 둘러싼 서울 원서동 일대는 모든 건물이 궁궐 담장을 따라 낮게 지어졌다. 어디에서든 담장보다 높게 솟은 나무줄기가 보이곤 한다. 바람을 타고 후원의 나무가 소리를 전해오는 동네. 그런 동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한 남자는 원서동에 카페를 개점하며 문을 열고 들...
2024.06.0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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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보헤이둘랑섬의 평온을 담은 공간
입술에 닿아 커피가 흐르기에 적당한 두께를 가진 잔들은 모두 각자의 목적에 맞는 크기로 만들어졌다. 곱게 바른 유약으로 부드러운 질감이 매력적인 한 잔의 용량은 210mL인데, 카푸치노를 담기에 가장 적절한 크기로 만들어졌다. 약간의 굴곡이 있는 바닥은 스팀 우유가 잘...
2024.06.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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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에스프레소, 와룡동 세컨드 커피
이탈리아에는 20세기가 다 되어서도 바(Bar)가 없었다.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1898년 알레산드로 마나레시(Alessandro Manaresi)가 이탈리아 최초로 바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다른 국가들의 바와 다르게 커피와 술, 먹거리를...
2024.05.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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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이 내리는 커피로 삶의 숨소리를 듣는, 아현동 카페 침묵
<침묵의 세계>가 지어진 것은 1949년, 최승자 시인이 번역해 우리나라에 발간한 때는 1985년이다. 30여 년의 시차를 두고&nbs...
2024.04.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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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에서 찾은 천사의 맛…전쟁 말고 커피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사람들은 예멘이 커피 역사에 방점을 찍은 중요한 산지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대체로 그곳의 커피가 “거래하기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고만 생각했다. 커피 외에 예멘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전쟁과 난민을 둘러싼 뉴스가 대부분이다.커피에 대한 ...
2024.02.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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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 온 듯…펠리컨 체어에 안겨 수채화 같은 커피를 마시다
카페는 때로 집과 상업 공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커피 향기를 짙게 풍기는 휴식의 공간이라는 점에서다. 가령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잘 꾸며놓은 어느 가정의 거실과 같은 모습을 마주하면 마치 집으로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서울 한남동 에이프...
2023.10.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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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커피는 싸구려?…그 편견에 도전장 던진 '라까프 팝업스토어'
뉴요커에게 교외에 있는 할인 체인 ‘타깃’은 2000년 초까지 별 매력이 없었다. 1분1초를 쪼개 바쁘게 사는 메트로폴리탄에게 고속도로를 달려 이 지루한 장소에 쇼핑하러 갈 이유는 크게 없었다. 2002년 11월. 타깃은 맨해튼 첼시 부두의 바지선에 92개 할인 품목을...
2023.08.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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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하나에 웃음, 벽돌 하나에 추억…제주도 간 물개커피, 백록회관 살리다
‘백록회관’은 성산일출봉을 마주 본 대로변에 지평선을 따라 낮고 넓게 지어졌다. 붉은 벽돌과 바다를 닮은 푸르른 기와를 얹은 지붕은 이 건물이 지어진 1992년도에는 흔하게 볼 수 있던 주택을 닮았다. 1970년대부터 서울을 비롯한 여느 도시의 골목에는 이처럼 붉은 벽...
2023.07.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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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들어갔는데 가정집 거실과 같은 느낌이라면
현대의 상업 공간에서 쾌적한 온도와 습도는 일종의 서비스와 다름없다. 그러니 무더운 날에는 이따금 유난히도 푹신하고 가지런하게 정돈된 침대 위, 어느 먼 휴양 도시의 호텔 객실에서 보내는 휴가를 꿈꾼다. 하지만 객실에서의 편안함은 집에서의 아늑함과는 조금 다르다. 그곳...
2023.07.2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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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간 물개커피 '프릳츠'…파란 기와 백록회관을 다시 짓다
‘백록 회관’은 성산일출봉을 마주 본 대로변에 지평선을 따라 낮고 넓게 지어졌다. 붉은 벽돌과 바다를 닮은 푸르른 기와를 얹은 지붕은 이 건물이 지어진 1992년도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주택들을 닮았다. 1970년대부터 서울을 비롯한 여느 도시의 골목에는 이처럼 붉은...
2023.07.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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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을지로 지하 지켰다…시골 할머니 집처럼 푸근한 카페
쿠릉쿠릉 쿠르릉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전동차가 지날 때마다 커피잔이 잔 받침에 부딪혀 달그르르 소리를 낸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요란하게 흔들리니 이따금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규칙적으로 테이블과 잔을 흔드는 이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가장 큰 물리적 요소...
2023.06.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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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도 없는 아담한 카페…남매 사장님이 축 처진 어깨를 토닥토닥
누구나 그곳이 청무우 밭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달빛에 반짝이는 것은 무밭이 아니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였다. 어깨를 부딪치며 서로의 갈 곳만 바라보는 고단한 출근길에, 친절하지 않은 수많은 이들과 마주하며 해결해야 하는 숙제 같은 업무에 날개는 금방 물결에 절어...
2023.05.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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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젖은 직장인에 '청무우 밭' 같은, 공릉동 비스킷플로어
누구나 그곳이 청무우 밭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달빛에 반짝이는 것은 무밭이 아닌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였다. 어깨를 부딪치며 서로의 갈 곳 만을 바라보는 고단한 출근길에, 친절하지 않은 수많은 이들과 마주하며 해결해야 하는 숙제 같은 업무에 날개는 금방 물결에 절...
2023.05.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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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책방·바다香 품은 커피…속초에서 발견한 일상 속 위안
꽃봉오리도 간지러울 만큼 햇살이 따뜻하니 옷차림은 가벼워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십 개의 터널을 지나 바닷가에 이르자 그곳은 아직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김영건 동아서점 대표의 에세이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가 떠올랐다. ‘속초에는 3월에 ...
2023.04.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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