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
도달 불가능한 말들이 도착할때…전쟁 속에서 일어난 크리스마스의 기적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를 논하기에는 조금 늦은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점령한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포로수용소, 모두가 뙤약볕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 며칠간의 이야기는 시기를 불문하고 항상 통역과 교통(交通)의 ...
2025.03.10 09:00
-
존엄하게 죽고 싶은 욕심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 죽는다. 인간도 죽음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른다. 나이가 드니 잘 사는 것과 함께 잘 죽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옛 어른들이 얘기하던 ‘자는 듯이 죽는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보통 90살까지는 살고, 재수 없으면 10...
2025.03.05 17:49
-
환멸의 세계에서 "오라! 종말이여" …멜랑콜리아의 장엄한 파멸
우울이 세상을 파멸시킨다. 인류는 절멸하고 지구는 사라진다. 덴마크의 거장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감독의 영화 <멜랑콜리아>(Melancholia, 2012)의 마지막 장면이다. 깊은 우울증에 빠져 일상이 완전히 망가지는 주인공을 보여주던 영화는 ...
2025.02.23 10:28
-
“죽음은 왜?” 톨스토이의 영원한 물음
톨스토이는 <고백록>(1882)을 집필하기 바로 전 시인 페트에게 쓴 편지에서 “엄청난 더위와 목욕, 그리고 과일이 나를 지적으로 안일한 상태로 이끌었다. 나는 두 달 동안 손에 전혀 잉크를 묻히지 않았고, 사상으로 머리를 더럽히지 않았다. 올해처럼 이 세상...
2025.02.05 11:27
-
고갱을 향한 끝없는 집착··· 고흐는 그렇게 망상의 세계에 갇혀버렸다
고흐는 노란 집에서 고갱과 생활하며 일관성 없는 변덕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자신이 그동안 가졌던 생각보다는 불쑥 아무 말이나 내뱉는가 하면 무엇인가를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는데, 알고 보면 그것은 고갱이 한 말들이었다. 마치 내면에 자기가 없는 듯했다.고흐는 그런 자신의...
2025.01.10 15:49
-
히틀러가 좋아한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은 승리와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둘러싼 오해들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은 그의 다른 교향곡에 비해 선율선이 비교적 풍부한 편인데, 특히 이 2악장의 선율은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드라마 이순신의 OST로 사용되어서 많은 분의 귀에 익숙합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
2025.01.10 09:56
-
발레에서 노랑은 죽음을 뜻하지, 중요한 건 파랑인데…
레퀴엠이 울리는 겨울이다. 연이어 들리는 뉴스들에 때로는 새하얀 밤을 지새우고, 때로는 검은 그림자에 짓눌린다. 국가애도기간으로 한 해를 매듭짓고 한 해를 시작한다. 심리학에서 애도는 슬픔에 충분히 들어가 앉아 있다가 잘 이별하고, 잘 보내주고, 다시 잘 일어서는 것을...
2025.01.09 09:36
-
여전히 첫사랑만 보이나요, 2025년 다시 만나는 '러브레터'
아름다운 겨울 영화의 대표작 '러브레터'가 다시 극장에 걸렸다. 설원에 누운 여인, 설산을 향해 달려가 “오겡키데스카(잘 지내나요)”를 외치는 인물의 모습으로 선명하게 기억되는 작품이다. 이번 재개봉은 영화 제작 30주년 기념으로, ...
2025.01.09 09:27
-
자녀 14명 중 8명이 죽었다…가슴에 묻은 아버지가 한 일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자식이 죽으면 땅이 아니라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남자의 가슴에는 아주 많은 무덤이 있었습니다.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열네 명. 그중 다섯 명은 어린 시절을 넘기지 못했고, 세 명이 남자보다 먼저 숨을 거뒀습니다. 전쟁과 전염병으로 죽음이 일상...
2025.01.04 09:32
-
성공가도 달리다 시한부 인생 선고…그제서야 난, '지금'에 집중했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움직이고 싶지가 않았다.”<나는 메트로폴리탄...
2025.01.02 18:40
-
예술의 흔적 남기고…하늘의 별이 된 거장들
삶은 유한하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그래서 러시아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롤리타>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지금 나는 들소와 천사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물감의 비밀을, 예언적인 소네트를,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떠올린다. 너와 내가 함께 ...
2024.12.26 18:50
-
"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였다" 다섯 번의 자살 시도를 한 이 작가
사람들이 처음 만난 뒤 사이가 조금 더 깊어지면 묻는 것이 있습니다. ‘혈액형’을 물으면 옛날 사람. 요즘은? MBTI!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는 극한I 타입일 겁니다. 살면서 누구나가 존경받고 싶어 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합니다....
2024.12.25 21:46
-
'거미 여인' 아라크네가 환생했다, 그의 이름은 시오타 치하루
시오타 치하루로 환생한 거미가 된 아라크네2025년 6월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 갤러리 재개관을 앞두고 첫 전시로 일본 설치 예술가 시오타 치하루(Shiota Chiharu)의 시적이며 감성적인 작품이 선택되었다. 이번 '시오타 치하루, 영혼의...
2024.12.24 16:49
-
'제8요일' 도마엘 감독이 손가락 댄스로 표현한 7개의 죽음
칠흑같이 어두운 무대에 하얀빛을 뿜어내는 스크린이 내려온다. 곧 낭낭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내가 셋을 세면 당신은 잠이 듭니다. 하나, 둘, 셋…”그리고 남자가 말한 것처럼,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상태에서 나는 숲길에 놓인다...
2024.12.17 23:11
-
사회의 찬란한 미래를 외치고, 과거와 현재를 비판하는 독립영화들
올해 50회를 맞은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가 지난 12월 6일에 폐막했다. 매해 영화제가 열리던 압구정 CGV에 더해 올해는 청담 CGV까지 상영관을 확장한 서독제는 열흘에 걸쳐 장·단편을 포함한 147편을 상영, 역대 최대 관객 수...
2024.12.13 14:35
-
숨겨진 고모의 삶과 죽음을 추적한다, 다큐멘터리 '양양'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 중인 양주연 감독의 <양양>은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포함 무려 5개의 영화제에서 이미 초청받았던 작품이다. <양양>은 감독 양주연 본인의 고모, ‘양지영’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여기서 영...
2024.12.05 09:54
-
아래층에서 나는 악취의 정체...숨막히는 감옥으로 변한 소수자들의 아파트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재산을 증식시키기 위한 중요한 상품적 가치로 통용된다. 삶의 기본 조건인 ‘주(住)’로서의 가치보다 부의 척도를 가늠하고 사회적 계급을 구분 짓는 기준이 되어버린 아파트는 대중의 욕망이 집중되는 중요한 대상이기도 하다.인간이...
2024.11.22 15:52
-
기계의 도움으로 환생하는 인간들 "그들은 누구일까"
"퍼스널 인공지능(AI)의 아버지 죽다."‘케이시 김’은 뛰어난 정보기술(IT) 기술자로 범용 AI인 ‘마이텔’의 창시자다. 그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의 아내는 거액의 유산은 포기한 채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을...
2024.11.18 10:52
-
여명과 황혼의 빛이 다 담긴 사카모토 류이치의 '쉐가 데 사우다데'
닮았지만 다른 모호함사카모토 류이치가 파울라·자크 모렐렌바움 부부와 낸 음반 <어 데이 인 뉴욕(A Day in Newyork)>은 브라질 출신의 전설적인 재즈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Antônio Carlos Jobim)을 ...
2024.11.15 09:33
-
죽음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건가…베니스서 18분 기립박수 받은 영화
"눈이 내린다. 모든 산 자와 죽은 자 위로."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에 나오는 구절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룸 넥스트 도어>에는 이 말이 세 번 반복된다. 상황마다 대사는 조금씩 바뀌고 그때마다 느낌도 다르다.주인공 마사(틸다 스윈튼)가 ...
2024.11.07 10:27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