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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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의 고령자 대우법
30여 년 전에는 정년퇴직하는 선배들이 노인 같았다. 신문사 부장급만 해도 백발이 성성한 분이 많았다.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의 눈으로 봐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국장급은 영감님 같기도 했다. 당시 정년이 55세였는데도 그랬다. 그사이 평균수명(기대여명)이 늘어난 걸 보...
2022.10.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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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빅토리아 박물관에서 헤매는 '한류'
먹는 것에 진심이지만 뷔페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차려진 음식을 보면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것저것 먹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차라리 정성껏 끓인 곰탕 한 그릇, 냉면 한 그릇이 더 오래 각인된다. 우리가 ‘맛집’이라고 부르...
2022.10.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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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나지 않는 한, 쇼는 계속된다
9월 중순부터 3주를 미국 뉴욕에서 보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7일 뉴욕에서 연 ‘한경 글로벌마켓 콘퍼런스 NYC 2022’ 준비를 위해서다. 서울에 있는 지인들이 가장 궁금해한 건 뉴욕의 경기였다. 뉴욕 경기는 좋았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2022.10.1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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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줄을 뱀이라 우기는 이들에게
달빛 어스름한 시골길을 걷다가 길바닥에 기다란 무언가가 있어서 화들짝 놀란 경험이 있다. 뱀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누군가 버린 새끼줄이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 그대로였다. 이를 불교의 유식학에서는 변계소집성(遍...
2022.09.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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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없는 미술관'을 상상하라
요즘 미술계의 중심엔 ‘RM’이 있다. 모자를 푹 눌러쓴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다녀간 미술관과 갤러리는 다음 날부터 예외 없이 수많은 방문객을 마주한다. 그림을 그린 작가의 전시 도록이나 관련 책도 매진 사례가 이어진다....
2022.09.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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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시대, 월급의 소중함
유동성 장세가 한창일 때 심심치 않게 들리던 20~30대의 조기 은퇴 소식은 남은 자들을 흔들어 놓았다. 예컨대 A기업의 B사원이 암호화폐 투자로 50억원을 벌어 부서장에게 사표를 집어던지고 퇴사했다는 등의 스토리다. 술자리마다 ‘도대체 어떻게 투자하면 50...
2022.09.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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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츠식' 노동개혁, 정권 명운 걸 준비 됐나
미국 포드자동차가 전기차 분야 투자 확대를 위해 30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한다. 해고 대상 중 2000명은 정규직, 1000명은 하청업체가 파견 형식으로 고용한 직원이다. 한국에서라면 난리가 날 일이다. 시위와 파업이 벌어지고, 부당해고 취소 소송이 봇물...
2022.08.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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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매일 참회하는 도시, 베를린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수많은 강철 조각 사이를 걷는다. 원형의 강철들은 밟힐 때마다 서로 마찰하며 ‘쨍그랑’ 소리를 낸다. 거칠고 맑은 음들이 교차한다. 발밑을 내려다보니 원형 조각은 누군가의 얼굴 모양이다. 굳게 다문 입, 질끈 감은 눈, 크게 놀...
2022.08.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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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가 카카오를 떠나야 하는 이유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기로에 섰다. 카카오 공동체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떠날 것인가의 갈림길이다. 최대 주주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떠나보낼 준비가 됐다. “카카오가 빠지는 게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과 혁신에 도움이 된다&rdquo...
2022.08.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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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자꾸 사과할까
콘클라베에서 교황이 선출되면 그때까지 쓰던 본명 대신 새로운 교황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교황명은 역대 가톨릭 성인 이름 중에서 교황이 직접 고른다. 2013년 미주 대륙 출신 첫 교황으로 선출돼 주목받은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선택한 교황의...
2022.07.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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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라는 심해(深海)
괴로운 날엔 고래를 떠올린다. 바다 위로 솟구쳐 힘차게 숨을 뿜어내는 하얀 포말을 상상한다. 회전문을 지날 땐 잠시 멈춰 숨을 고른다. 김밥이 담긴 접시를 마주하면 재료를 하나씩 눈에 담는다. 그렇다. 나도 ‘우영우 앓이’ 중이다.자폐 스펙트럼 장...
2022.07.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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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트너의 교훈…은행, 배당 늘려야 위기에 강해진다
“캐피털, 캐피털, 캐피털.”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을 지낸 티머시 가이트너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우고 다녔다는 ‘만트라(mantra·주술문)’다. 가이트너는 미국의 금융위기 극복 과정을 돌아보며...
2022.07.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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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손잡고 평화체제를 만든다는 환상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자신의 SNS를 통해 책을 한 권 추천했다. 김희교 광운대 교수가 쓴 《짱깨주의의 탄생》이다. 본문만 650쪽을 넘는 이 책은 문 전 대통령의 말마따나 제목이 도발적이고 내용도 논쟁적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급속히 자리잡고 있는 주류의 중국...
2022.07.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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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천재 피아니스트의 수상한 수상소감
졌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던데 솔직히 부러웠다. 18세에 세계적인 음악 콩쿠르 밴 클라이번에서 최연소 1위를 기록한 피아니스트 얘기다. 흑백의 건반 사이를 물 흐르듯 가르는 화려한 연주 실력 때문이 아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전설의 연주를...
2022.06.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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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또 하나의 유행어로 끝나지 않으려면
블루오션 전략을 국내에 유행시킨 건 한국경제신문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기존 시장(레드오션)에서 벗어나 ‘가치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블루오션)을 창출하라는 블루오션 전략은 프랑스 인시아드대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2004년 주창했다....
2022.06.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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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바보배'에서 탈출해야 산다
“바보라네, 슬기롭게 처신해야지 하면서/ 정도와 도리를 모르는 사람은/ 지혜롭게 살아야지 하면서/ 뻐꾸기를 가지고 매사냥에 나서는 격일세/ 하는 말은 지혜와 슬기가 철철 넘치는데/ 하는 행동은 바보쟁기를 끌고 있다네.”르네상스 시대 독일의 인문주의...
2022.06.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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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라는 감옥
몇 번을 되풀이해도 똑같았다. 나는 ENFP다. 이젠 좀 지겨워진 MBTI 테스트 얘기다. ENFP로 말할 것 같으면 ‘재기발랄한 활동가’다.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이자 분위기 메이커이자 사랑과 꿈과 삶이라는 모험을 위해 ‘기꺼이 바보가...
2022.05.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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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연금개혁, 폴 마틴에게 배워라
캐나다의 이미지는 언제나 총천연색이지만, 1990년대의 분위기는 잿빛이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높은 실업률에 막대한 재정적자까지…. 캐나다 경제는 암울했고,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았다.그중에서도 가장 공포스러운 건 연금이었다. 1992년 맥클린이라는 잡...
2022.05.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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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개정에 이어 또 한 번의 거대한 회오리를 예고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15년 전 평등법 논의가 시작됐지만 부끄럽게도 그동안 국회는 법 제정에 한 발자국도 다가...
2022.05.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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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것' 아닌 '믿는 것'을 말하는 시대
제주도에서의 일이다. 한 책방에 들러 구석에 있는 서가 소개글(사진)을 보고 순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책방에 억지로 따라온 남자들을 위한 책’. 여기엔 통나무집을 짓고 비로소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케빈 폰》, 아저씨들의 숨...
2022.04.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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