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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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北核 이중성
외교용어로 ‘제멋대로’는 참 거친 말이다. 공식 외교문서에는 쓰기 어렵다. 중국이 혈맹이라는 북한에 ‘제멋대로(悍然) 군다’는 비난 성명을 낸 것은 그래서 놀라웠다. 2006년 북한이 첫 핵실험을 했던 때 그랬다. 당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1781호)에 예상을 뒤엎고 찬성했다. 중국은행을 통한 대북 송금도 금지시켰고, 북한 유출입 물자를 ...
201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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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소득공제 헛소동
기부금 소득공제 축소를 두고 말들이 많다. 내년 연말정산부터 소득공제 상한이 연간 2500만원으로 설정되면서 지정기부금의 소득공제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데 대한 불만들이다. “기부했다고 세금 더 내라면 누가 기부하겠나” “기부 의욕 꺾는 졸속 입법 한심스럽다” “기부문화 확산에 찬물…” 등이 그런 비난이다. 그런데 정말 기부했다고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201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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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약, 가짜 공약
대선공약을 둘러싸고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공약 실행이 과연 가능한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한 공공정책 전문가가 언론 인터뷰에서 비유했던 대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자고 하는 식이니 그렇다. 유머대로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은 다음, 문을 닫는 간단한 세 단계 풀이로 넘어갈 수도 없으니 새 정부는 시작부터 막막하게 생겼다.그런 점에서 보면 새누리...
201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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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CEO들의 신년 메시지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일본 히타치(日立) 회장의 신년 화두는 단연 변신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히타치가) 글로벌 플레이어라는 새로운 단계에 도전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해”라며 “제품을 만들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부가가치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히타치가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2006년부터 4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히타치를 2년 연속...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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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털 다 뽑겠다는 정부
서양 속담에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세금 걷는 기술은 흔히 거위털 뽑기에 비유된다. 거위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털을 최대한 뽑아내는 것이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상 콜베르의 말이다. 거위털 뽑기가 요즘 한국에서 한창이다. 돈 쓸 곳은 태산인데 들어올 돈은 빤한 탓이다. 경기침체로 작년 세수가 목표에 미달했고 올해도 2%대 저성장에 세수 ...
201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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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외교'가 궁금하다
박근혜 정부가 다음달 출범한다. 박 당선인은 선거 때 강조했던 민생과 복지를 정책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에 벌써 착수했다. 그러나 외교·안보분야에 대해선 선거유세 때나 지금이나 구체적 언어가 없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고,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으르렁거릴 때도 그랬다. 차기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의 밑그림은 아직 짐작하기...
201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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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 또 바꾼다고?
대통령이 바뀌면 정말 많은 게 달라진다. 대통령의 권한 집중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계산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만도 1만여개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새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고 이행하기 위해 어느 정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주기적 선거를 통해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것 자...
20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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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없으면 금융도 없다
“자금은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다. 유동성은 시장에 흘러 넘친다. 문제는 투자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CEO는 얼마 전 송년회 자리에서 은행들의 난감한 처지를 이같이 토로했다. 장기 저성장·저금리 상황을 맞게 된 데 대한 당황함이 그대로 느껴진다.실제 저금리는 금융회사엔 공포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줄고 불확실성이 커지는데 자금을 끌어다 쓸 ...
201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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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희토류 자충수
중국의 희토류 기업인 바오강시투(包鋼稀土)는 지난달 말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을 1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주로 자동차용 고성능 모터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을 정제 가공하는 회사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희토류 수입물량이 줄면서 지난 10월23일부터 1개월간 생산을 중단했지만 기대했던 수요는 늘지 않았다. 디스프로슘의 가격은 지난해 7월 대비 3분의 1에도 미...
201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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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가짜, 나는 진짜
‘다수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라.’ 200자로 답하는 한경 수습기자 시험문제의 하나다. 답안을 보니 “소수 의견이 무시된다.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히틀러도 절대 다수의 지지로 집권했다. 대중은 휩쓸리기 쉬워 포퓰리즘이 득세한다. 민주주의의 유일한 의사결정 방법이지만 하자가 많다’ 등의 답이 나왔다. 옳은 지적들이다.하지만 사람들이 정치에 함몰되면 생...
201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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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중국權府 3막
공산정권 수립 후 중국 권력의 역사는 크게 두 번의 30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마오쩌둥의 30년이다. 그는 1949년 건국 후 1976년 죽을 때까지 근 30년간 1인 철권체제를 유지했다. 뒤를 잇는 것은 덩샤오핑의 30년. 1978년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은 1997년 사망했다. 그러나 덩샤오핑의 사후에도 중국 권부는 그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권좌에 ...
201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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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의 하드웨어 예찬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꼽히는 발명가다. 산뜻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혁신적 제품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등이 모두 그가 발명한 제품들이다. 그가 최근 영국 BBC 방송에서 하드웨어 시장이 소셜미디어나 다른 실리콘 밸리의 어떤 소프트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며 하드웨어 예찬론을 폈다. 스마트...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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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누가 내나
대선후보들이 제시하는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재정이 파탄날 지경이라고 한다. 나갈 돈은 많은데 들어올 돈은 태부족이다. 얼마 전 강봉균 전 의원이 주도한 건전재정포럼에서 교육, 의료, 일자리 등을 망라한 복지공약을 분석한 결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5년간 75조3000억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같은 기간 164조7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러...
201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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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등이 vs 삼엽충
앱등이는 속칭 ‘애플빠’, 다시 말해 애플 제품 애용자를 낮춰 부르는 말이다. 애플과 징그러운 벌레인 꼽등이의 합성어로 아이폰 맥북 등 애플 제품이라면 맹목적인 찬사를 보내는 소비자에 대한 경멸의 뜻이 담겨 있다. 삼엽충은 ‘삼빠’, 즉 삼성 제품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다. 특히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보다 좋다고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
201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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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학번이 82학번에게
저도 82학번입니다. 올해로 대학 입학 30주년입니다. 홈커밍데이 행사들이 한창입니다. 30년 만에 상봉한 친구들은 정지용의 시구처럼 ‘함부로 쏜 화살’ 같습니다. 주름도, 뱃살도, 흰머리도, 사는 모습도, 생각도. 82학번은 대개 1963년생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이자 386세대의 실질적인 맏형입니다. 정년을 걱정하면서 세상 변혁의 꿈도 채 못 버렸...
201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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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新좌파
지난달 중순 중국 베이징에서 벌어진 반일(反日)시위 현장에선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마오쩌둥의 커다란 얼굴 사진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36년 전에 죽은 마오쩌둥을 ‘중국 신(新)좌파’가 집단시위 현장으로 끌어냈다고 지적했다. 신좌파는 1950년대 미국에서 마르크스주...
201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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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과 호들갑스타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세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가수 최초로 2주 연속 빌보드 싱글차트 2위에 올랐고 지금 기세로 봐서는 1위 등극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세계 진출, 특히 미국에서의 성공에 열광하는 우리 사회분위기는 이번에도 유감 없이 발휘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입만 열면 강남스타일이요, 매스컴과 인터넷에도 온통 싸이와 강남스타일 이야...
201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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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타락
마침내 환율전쟁이 시작된 것 같다. 브라질 재무장관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신형 보호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외환시장 개입과 금융거래세 인상 등을 통해 헤알화를 방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환율전쟁 선포다. 일본도 노골적으로 엔고 저지에 나서고 있다. 엔·달러 환율을 높이려고 달러를 사들여 미 국채에 넣고 있다. 외신은 지난 7월 말 현재 일본의 미국 국채...
201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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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도 가스가 이끄는 시대
일본의 대표적 화학소재업체 클라레가 미국 텍사스에 액정 패널과 종이 첨가물용 합성수지 공장을 짓는다고 한다. 셰일가스가 분출되는 가스전(田)근처다. 화학제품의 기초 소재인 에틸렌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서다. 물류비용도 적게 들고 전기요금도 싸다. 지금까지 제품의 50%를 일본에서 생산해왔던 클라레다.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 향후 3년 이내에 일본 생산 비중을...
201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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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살인인가 필요악인가
참혹한 범죄를 접하면 사형제 찬성론자가 되고 사형집행을 목격하면 폐지론자가 된다. 사형수를 다룬 영화 ‘데드 맨 워킹’을 보고나면 누구나 마음이 무겁다. 사형수로 나온 숀 펜의 신들린 연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형수의 회한과 뉘우침을 마냥 외면하기 힘들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헬렌 프리진 수녀의 말처럼 사형(死刑)은 정말 사법살인인가.하지만 유영철 오원춘 ...
201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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