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문화살롱
-
혹한에도 얼지 않는 나무처럼… [고두현의 문화살롱]
식물을 좋아한 헤르만 헤세는 ‘정원의 구도자’ ‘치유의 정원사’로 불렸다. ‘가지 잘린 떡갈나무’라는 시에서 그는 ‘나무여, 얼마나 가지를 잘라댔는지/ 너무나 낯설고 이상한 모습이구나./ 어떻게...
2024.12.10 17:24
-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 [고두현의 문화살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이 지나면서 양국 사상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러시아가 옛날식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통에 어이없는 죽음이 급증하고 있다. 팔다리를 잃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중상자가 전사자보다 훨씬 많다. 이 순간에도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
2024.11.26 17:46
-
혹시 나도 '환상방황'에 빠진 건 아닐까 [고두현의 문화살롱]
‘짙은 안개나 세찬 눈보라를 만났을 때 (…) 보통 등산자는 자기가 목표한 곳을 향해 곧장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은 자신도 모르는 착각에 의해 어떤 지점을 중심으로 둘레를 빙빙 돌기가 일쑤인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링반데룽이라는 것...
2024.11.12 17:16
-
"고개 빳빳 자만 말고 서릿발 딛듯 신중하라" [고두현의 문화살롱]
벌써 상강(霜降)이다. 서리(霜)가 내리기(降) 시작하는 절기. 이맘때면 온갖 수풀이 시들고, 나뭇잎은 푸른빛을 잃는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비움의 과정이기도 하다. 쇠락의 계절에는 배울 게 많다. 처음 내리는 서리는 ‘첫서리&rs...
2024.10.22 17:41
-
제발 "제가 아시는 분" "제게 여쭤보세요"는 그만 [고두현의 문화살롱]
1. “제가 아시는 분이 참석하신다고 해서 기대가 큽니다.” 2. “혹시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저에게 여쭤보세요.” 3. “할머니를 데리고 가야 하는지 선생님께 물어봐라.”세 문장 모두 잘못된 높임말을 포...
2024.10.01 17:32
-
젊은 아이디어 원하면 '네오테니'를 깨워라 [고두현의 문화살롱]
작가 마크 트웨인은 “우리가 80세로 태어나 점차 18세가 되어 간다면 인생은 더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서 힌트를 얻은 스콧 피츠제럴드는 소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썼다. 이 작품은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벤...
2024.09.10 17:27
-
유럽이 발명한 시계…중국은 왜 500년 늦었나 [고두현의 문화살롱]
700여 년 전인 1309년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세계 최초의 기계식 시계가 이곳 산테우스토르조 교회에 설치됐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거대한 기계 앞에서 탄성을 연발했다. 그전까지는 해시계와 물시계밖에 없었으니 그럴 만했다. 이웃 도시에서 온 구경꾼들도 입을 다물지 ...
2024.08.27 17:23
-
별을 보라…상상력의 스위치를 켜라 [고두현의 문화살롱]
그제 밤부터 어제 새벽까지 전 세계에서 ‘우주 대향연’이 펼쳐졌다. 3대 별똥별 중 하나인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쏟아졌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부스러기가 지구 대기권에 부딪혀 불타면서...
2024.08.13 17:31
-
"나를 키운 스승은 시·청각 장애와 난독증" [고두현의 문화살롱]
“나에게 그림을 가르친 스승은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자연, 그리고 청각 장애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스승은 청각 장애다.”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가 자주 한 말이다. 고야는 46세 때 콜레라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다가 청력을 잃었다. 이후 그...
2024.07.30 17:29
-
귀는 왜 두 개일까…다섯 가지 숨은 이유[고두현의 문화살롱]
카슨 매컬러스 소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의 주인공은 귀먹은 청년이다. 갑작스레 친구를 잃고 동네 카페에서 외롭게 시간을 보내는 그의 곁으로 몇몇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다. 남모를 비밀 때문에 아내와 소원해진 카페 주인, 떠돌이 급진주의자, 음악으로 탈출구를 찾으려는 ...
2024.07.09 17:12
-
내 고장 유월은 비파가 익어가는 시절…[고두현의 문화살롱]
남녘에서 아주 특별한 소포가 왔다. 초여름 햇볕에 잘 익은 황금빛 열매, 남해안 일대에서만 나는 아열대 과일 비파(枇杷). 경남 창원시 진해구 소사동에 있는 김달진 시인의 생가에서 천 리 길을 달려왔다. 김달진문학관 바로 옆 생가 마당의 비파나무는 해마다 살구 크기만 ...
2024.06.25 17:45
-
바닷가재가 오래 사는 건 껍질을 계속 벗기 때문 [고두현의 문화살롱]
‘나이 예순이면/ 살 만큼은 살았다 아니다/ 살아야 할 만큼은 살았다/ 이보다 덜 살면 요절이고/ 더 살면 덤이 된다/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지난 9일 타계한 김광림 시인의 시 ‘덤’의 앞부분이다. 1989년 펴낸 시집...
2024.06.11 18:27
-
카프카의 또 다른 '변신'…안전모까지 개발? [고두현의 문화살롱]
체코 수도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나 포르지치 7번지가 나온다. 이곳에 고풍스러운 호텔 ‘센추리 올드 타운 프라하 M갤러리’가 있다. 1층 로비에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두상이 보인다. 벽에는 카프카 사인이...
2024.05.28 18:13
-
뉴턴을 위대하게 만든 '거인의 어깨' [고두현의 문화살롱]
팔삭둥이 미숙아가 어떻게 인류 역사 를 바꾼 위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근대 과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1643~1727)은 조산아였다. 아버지가 결혼 5개월 만에 죽자 어머니가 큰 충격을 받았고 이 때문에 제대로 발육하지 못했다. 또래보다...
2024.04.23 17:54
-
프랑스를 사로잡은 한국 현대시인 100명 [고두현의 문화살롱]
100여 년 전 한국인이 만난 서양 시의 주류는 프랑스였다. 1918년 창간된 국내 첫 주간지 ‘태서문예신보’에 폴 베를렌과 레미 드 구르몽 등 프랑스 시가 실렸다. 이들 시를 소개한 김억 시인의 번역시집 <오뇌의 무도>(1921)에 실린 작품도 ...
2024.03.26 18:53
-
하멜이 일본으로 탈출한 뒤 받은 54개 질문 [고두현의 문화살롱]
“전원 사망했습니다.” 370년 전인 1654년 10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무역선 스페르베르호와 화물을 결손 처리하면서 승무원 64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바타비아(자카르타)에서 대만을 거쳐 일본으로 가던 배가 악천후 속에서 실종된 지 ...
2024.03.12 17:49
-
160년 전 우주선 상상한 쥘 베른 … 비결은 'SF 노트' [고두현의 문화살롱]
‘과학소설(SF)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작가 쥘 베른(1828~1905). 그는 약 160년 전 지구에서 달나라까지 가는 방법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했다. 그의 예측은 놀라울 정도로 들어맞았다. 달까지의 표준 비행시간과 우주선 무게, 로켓 발사...
2024.02.27 18:18
-
"내가 살아난다면 1초도 허비하지 않을 텐데!" [고두현의 문화살롱]
1849년 겨울, 칼바람이 몰아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세묘놉스키 연병장. 수천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체제 지식인들이 끌려 나왔다. 한 장교가 “죄인들을 반역죄로 다스려 모두 총살한다”고 선고했다. 무장한 병사들이 머리에 두건을 씌웠다. ...
2024.02.06 18:01
-
'불행한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고두현의 문화살롱]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오랫동안 아웃사이더였다. 63세 때까지 ‘무명’이었다. 학계에서 따돌림당했고 대중적인 인기도 없었다. 성격이 모난 데다 얼굴이 못생겼으며, 여자를 미워해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지냈다. 32세에 베를린대 강사가 됐지만, 당대...
2024.01.23 18:02
-
나는 '참치형'인가 '가자미형'인가? [고두현의 문화살롱]
벌써 열 번째 새날이다. 새해 첫날 아침의 푸른 다짐은 그새 빛이 바랬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도 맥없이 무너졌다. 지난해처럼 또 작심삼일로 끝나려나. 야무진 계획은 흐릿해지고 몸놀림이 둔해졌다. 자벌레 걸음처럼 느린 움직임에 조바심까지 난다.바다 생물 중 ...
2024.01.09 17:27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