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문화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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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은 왜 까치를 많이 그렸을까 [고두현의 문화살롱]
“뭐 하는 사람이오?” “까치 그리는 사람입니다.” 통도사 스님의 질문에 대한 화가 장욱진(1917~1990)의 답이다. 장욱진은 까치를 유난히 좋아했고 그림으로 많이 그렸다. 그가 남긴 유화 730여 점 중 440점에 까치가...
2023.12.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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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市)과 우물(井)에서 나는 게 민심이니…[고두현의 문화살롱]
“연경(베이징)의 아홉 개 성문 안팎으로 뻗은 수십 리 거리에는 관아와 아주 작은 골목을 빼놓고는 대체로 길을 끼고 양옆으로 상점이 늘어서 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은 번화한 중국 시장을 처음 보고서는 ‘오로지 말단의 이익만을 숭상...
2023.11.0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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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가 설화'·아스피린…천변만화 '버들 문화'[고두현의 문화살롱]
버드나무는 물만 있으면 잘 자란다. 낙엽 교목이지만 초겨울까지 잎이 파릇파릇하다.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오동나무는 천년 늙어도 항상 그 곡조 간직하고/ 매화는 추운 겨울 꽃 피우나 향기 팔지 않네/ 달은 천 번 이지러져도 본래 그대로이고/ 버드나무는 백번 꺾여도 ...
2023.10.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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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는 100만 개 넘는데 우리는? [고두현의 문화살롱]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가 오는 6일 ‘한글날’ 제정 선포식을 열고,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기로 했다. 5일에는 LA시티칼리지(LACC)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동상 제막식을 개최한다. 미국 대학에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지는 것은 처음이다. 이 학교 한국...
2023.10.0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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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고두현의 문화살롱]
백혈병에 걸린 6세 소녀가 있었다. 이름은 에이미. 시한부로 고통받는 소녀의 소원은 올랜도의 테마파크에 가보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한 호텔 경영자가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소녀는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기쁨에 들떴지만, 안타깝게도 여행 준비가 끝나기 ...
2023.09.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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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몇 번이나 '뒤센 미소'를 짓나요? [고두현의 문화살롱]
‘웃음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먼 커즌스는 웃음을 방탄조끼에 비유했다. 미국 ‘새터데이 리뷰’ 편집인으로 일하던 그는 52세에 ‘강직 척추염’이라는 불치병에 걸렸다. 류머티즘의 일종으로 염증 때문에 뼈와 근육이 점점 굳어지는 중증 질환이다. 완치율이 낮아 500명 중 ...
2023.09.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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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못 쓰자 왼손으로 서예·피아노까지 [고두현의 문화살롱]
처음 보는 필체였다. 신필(神筆)의 경지에 오른 거장이 천진한 아이처럼 놀린 붓인가 싶었다. ‘좌수서전(左手書展)’이라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왼손으로 쓴 글씨인 줄 알았다. 강원 인제 만해마을 인근에 있는 여초서예관. 만해축전 행사의 하나로 ‘님의 침묵 서예대전 수상작 ...
2023.08.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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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을 낳은 무화과나무 [고두현의 문화살롱]
‘내 고장 팔월은 무화과(無花果)가 익어가는 시절….’ 이육사 시 ‘청포도’의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을 살짝 바꾼 패러디다. 내 고향 남해를 비롯한 남부지역에선 이맘때부터 무화과가 본격적으로 익는다. 무화과는 ‘꽃이 없는 과일’이라 해서 은화과(隱花...
2023.08.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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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탈레스와 조선 허생이 큰돈 번 사연 [고두현의 문화살롱]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탈레스는 가난했다. 유럽 철학의 시조이자 수학·지질·천문에 밝았지만 돈 버는 일에는 무관심했다. 별자리를 관찰하며 걷다가 우물에 빠지는 바람에 “하늘의 이치를 알려면서 제 발밑도 볼 줄 모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툭하면 “철학이 밥 먹여 주...
2023.07.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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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색뿐 아니라 경고색도 필요하다 [고두현의 문화살롱]
“설마, 그럴 리가?” 로 유명한 프랑스 학자 장 앙리 파브르. 어느 날 곤충 관련 논문을 읽던 그가 혼잣말을 되뇌었다. 비단벌레노래기벌이 비단벌레를 잡아 애벌레 먹이로 사용하는데, 먹이가 오랫동안 썩지 않는 비결은 벌침으로 일종의 방부제를 주입했기 때문이라는 대목에서...
2023.07.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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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가 리비아 사막에서 배운 생존법
“앗! 하강기류에 휘말렸다. 조심해! 어, 어….”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났다. 비행기가 급속도로 추락하더니 굉음과 함께 땅에 처박혔다. 1935년 파리~사이공 구간 비행시간 단축 신기록에 도전하다가 당한 사고였다. 프랑스 작가이자 조종사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가까...
2023.06.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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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 문학은 '치유 미술'이자 '악보 없는 음악'
독일 문호 헤르만 헤세가 후반생을 보낸 루가노 호숫가의 작은 마을 몬타뇰라. ‘스위스 속의 이탈리아’로 불리는 곳이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푸른 호수가 바다처럼 넓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옮겨가는 신록의 그림자가 물빛에 반짝이며 아른거린다. 헤세는 죽을 때까지 43년을...
2023.06.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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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 호수에 퍼진 시…"오, 경이로운 빛의 인간" [고두현의 문화살롱]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록의 빙하호를 품은 호반 도시 코모. 유서 깊은 건축물과 명사들의 별장이 몰려 있는 이곳에서 지난 19~21일 제13회 국제시축제 ‘유로파 인 베르시(Europa in versi)’가 열렸다. 올해 초대 시인은 7개국 12명. 최동호 김구슬 고두...
2023.05.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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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家가 미켈란젤로를 양자로 삼은 것은… [고두현의 문화살롱]
작은 환전소에서 출발해 유럽 최고 은행가가 되고, 될성부른 ‘떡잎 인재’를 발굴해 위대한 예술가로 키우며, 오페라와 발레를 창시하고, 피아노 발명을 도운 ‘르네상스 후원자’ 메디치 가문. 이 가문의 출발은 의외로 미약했다. 평범한 상인계층으로 모직물을 사고팔며 생계를 ...
2023.05.0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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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家가 미켈란젤로를 양자로 삼은 까닭 [고두현의 문화살롱]
작은 환전소에서 시작해 유럽 최고 은행가가 되고, 될성부른 ‘떡잎 인재’들을 찾아 위대한 예술가로 키우며, 오페라와 발레를 창시하고, 피아노 발명까지 도운 특별한 문화예술 후원자…. 르네상스 황금기를 연 메디치 가문도 출발은 아주 미약했다. 평범한 상인계층으로 직물업에...
2023.05.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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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과 루벤스의 특별한 '젖' 이야기
화창한 봄날,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프랑스 마르세유로 가는 기차에 한 남자와 여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20대 초반 남자는 햇볕에 그을린 일꾼, 20대 중반 여자는 뚱뚱하고 모성적인 인상의 농촌 아낙이었다. 여자는 부잣집 유모로 채용돼 가는 길이고, 남자는 일자리를 얻으...
2023.04.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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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신'에겐 앞머리밖에 없다는데…
이탈리아 토리노박물관에 특이한 대리석 부조(浮彫)가 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조각가 리시포스의 ‘카이로스(Kairos)’다.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간(때)과 기회의 신이다. 그런데 생김새가 이상하다. 앞머리는 무성하고 뒤쪽은 대머리...
2023.04.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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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詩 낭송 듣던 佛 청년이 손수건을 꺼냈다
해마다 3월이면 프랑스 전역에서 ‘시인들의 봄(Printemps des Potes)’ 축제가 열린다. 벌써 25년째를 맞은 최대 규모 문학 행사다. 지난 11일부터 27일까지 펼쳐진 올해 축제의 주제는 ‘경계(frontires)&rsqu...
2023.03.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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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컴퓨터를 자전거에 비유한 까닭은
얼마 전 제주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애플 I’ 실물을 봤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1976년에 만든 애플 최초의 컴퓨터다. 반세기 전에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을까. 탄복하다가 벽면의 글귀를 발견했다. “애플 I, 마음의 자전거...
2023.03.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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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사다리에 오를 수 없다"
아서 밀러의 명작 ‘세일즈맨의 죽음’이 초연된 1949년 2월 10일.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뉴욕 브로드웨이 모로스코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검은 목요일’로 시작된 대공황(1929~39)의 상흔을 지니고 있었다. 작가 밀러도 ...
2023.02.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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