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원의 토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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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핵심기술과 다시 읽는 '유출'의 정의
‘취성 파괴’는 일정 온도 이하로 냉각된 금속이 약한 충격에도 도자기처럼 깨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제조하기 어렵다.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들기 위해선 영하 162도까지 냉각시켜야 한다. LNG의 냉기를 화물창 단열재로 막지 못하면 선체가 차...
2023.12.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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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하는 연인과 부부들을 위해
지난 9월 29일 오전 1시. 태어난 지 12시간가량 된 신생아는 속싸개에 감겨 다리를 버둥거리다가 혼자 ‘낑낑’ 소리를 냈다. 작고 연약한 신음에 얕은 잠에서 깼다. 어둑한 불빛 아래서 아기를 구경했다. 한참 동안. 아기는 배냇저고리가 턱에 닿자 반사적으로 입을 벌렸...
2023.11.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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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입국과 老교수에 대한 예의
수화기 너머 목소리에 당황스러운 감정이 짙게 묻어났다. 잠깐의 침묵 뒤로 이어진 긴 한숨. 논문 인용지수 세계 상위 1% 석학인 A교수가 물었다. “왜 그런 거라고 하나요? 설명을 들으셨나요?” A교수는 한국인 최초 노벨 과학상 수상자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
2023.09.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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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 공무원'에게 하는 농담
농담을 설명하는 것은 농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신 설명하고픈 농담이 생겼다. “사표 내고 주 4일제 하는 직장으로 가세요.” 지난달 7일 대구시청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웃으며 말했다. 199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공무원 250여 명과 소통...
2023.08.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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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모이는 '한국의 과학엔진들'
네 개 엔진에서 한 줄기 화염이 쏟아졌다. 지난 5월 전남 고흥 외나로도. 해발 380m 마치산 능선 너머로 누리호가 굉음과 함께 떠올랐다. 로켓 발사장과 직선거리로 1.8㎞ 떨어진 프레스센터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유리창이 흔들렸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달린 ...
2023.06.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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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와 반도체, 그리고 쌀밥
‘치익 치익 치익….’ 규칙적인 소음이 압력밥솥에서 밥을 짓는 소리 같았다. 작년 여름 미국 동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시.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7층 건물 듀크퀀텀센터(DQC) 연구실에서 양자컴퓨터 개발기업 아이온큐(IONQ)의 김정상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났다...
2023.05.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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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부작 한 점과 일의 의미
말년 병장 때다. 내무반에서 모포를 뒤집어쓰고 잡지를 읽고 있었다. 주임원사는 군기 빠진 군인을 찾아내는 데 선수였다. 귓불을 잡혀 끌려 나갔다. 굴러다니던 군용 더플백을 메고 부대 뒷산을 올랐다. 주임원사는 계곡에서 손바닥만 한 수석(壽石)을 골라 집었다. 가방 한가...
2023.04.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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