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호의 바벨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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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뒤의 나도, 진짜 나일까? 궁금할 땐 사카모토의 악보집을 펴지
가리고 변신하고 감싸는 나의 가면주말의 저녁 식사를 위해 준비한 김치볶음밥을 달걀로 덮었던 순간에 다시 한번 가면을 떠올렸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인이 즐기게 된 한국식 채소 쌈밥이나 김밥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였죠. 가면을 쓰듯 감싸주는 일은 무엇이든 완전히 새롭게 보이게...
2024.12.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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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 줄 몰라도 절대 혼내면 안 돼, 처음엔 다들 어려워해
어떻게 나눌 것인가?유난히도 퇴근이 늦었던 어느 가을, 이제 막 나눗셈을 배우기 시작했던 큰아이는 숙제를 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한 채 늦은 귀가를 했는데, 나눗셈 숙제 앞에서 끙끙거리는 아이에게 “이 정도를 어려워해선 안 된다&...
2024.11.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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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과 황혼의 빛이 다 담긴 사카모토 류이치의 '쉐가 데 사우다데'
닮았지만 다른 모호함사카모토 류이치가 파울라·자크 모렐렌바움 부부와 낸 음반 <어 데이 인 뉴욕(A Day in Newyork)>은 브라질 출신의 전설적인 재즈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Antônio Carlos Jobim)을 ...
2024.11.1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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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 천지의 세상에서, 천경자 장욱진 고흐 같은 이름을 불러봅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자화상이나 초상화를 그리지 않습니다. 셀피(Selfie, 자기 자신(Self)과 지소형 명사 접미사(ie)를 조합한 신조어로 한국에서는 셀프카메라를 줄여 ‘셀카’라고 부릅니다)가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사...
2024.10.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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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카즈 감독처럼 저도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통조림 뚜껑을 접는 마음한 주에도 몇 번씩, 각종 요리와 반찬을 위해 참치, 꽁치, 햄, 옥수수 등이 담긴 통조림을 뜯으면 특유의 원통형 용기를 밀봉하기 위해 비슷한 소재로 마감한 금속 뚜껑을 열어야만 합니다.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속 소재 특유의 예리한 뚜껑은 손을 베...
2024.10.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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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을, 기억이 멀어져간대도 더는 서글프지 않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햇살이 길게 늘어진 오후, 책상에 앉아 오묘한 빛깔의 결명자차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수십 년 전 할머니 댁 냉장고에서 꺼내 마셨던 바로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아, 이제는 결명자차도 음료수병에 담겨 판매되는구나’하는 마음에 ...
2024.09.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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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연쩍은 경험도 다 쓸모가 있어요
겸연쩍음의 효용도시학자인 리차드 세넷의 수많은 명저 가운데 <무질서의 효용>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좀 더 자주 사용하는 어휘로 풀어낸다면 ‘무질서함도 쓸모가 있다’ 정도가 되겠죠.전 어릴 때부터 쑥스럽고 어색한 상황에 처해 ‘겸연(慊然)...
2024.09.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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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는 노래, 힘이 되는 영화, 힘이 되는 벗… 있으신가요
삶의 힘매일 저녁 6시, 퇴근을 준비하며 듣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도입부의 배경음악과 진행자의 따뜻한 음성을 들을 때면 가끔은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합니다. 그 위로가 ‘삶의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적어도 한 달에 ...
2024.08.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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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자귀나무 꽃을 보고 올림픽을 떠올린 까닭
88서울올림픽의 부채춤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집 앞의 자귀나무를 처음 인지한 건 아이들이 여전히 유모차를 타던 시기였습니다. 언덕에서 언덕으로 (쌍둥이가 아니지만) 쌍둥이 유모차에 태워 이동하다 보면 어느 순간 허리를 한 번씩 펴고 하늘을 봐야만 했는데, 그해 봄부터 본 ...
2024.08.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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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신스틸러가 있다면, 섬·씨앗·밥이로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야기 속에서 관객과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을 두고 ‘신스틸러(Scene stealer·말 그대로 장면을 훔치는 사람)’라고 칭합니다. 도시에도 신스틸러가 있습니다.동십자각과 ...
2024.07.3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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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과 농담
대관람차와 검은 고양이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는 세상의 모든 검은색 고양이를 그의 작품 속에서처럼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이후 길을 가다가 마주친 검은 고양이는 더 이상 단순한 동물이 아닙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 것처럼 ...
2024.07.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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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도시와 영화와 음악이 복잡한 마음을 풀어주네
‘얽히고 설키다’ 라는 글자의 모양은 그 뜻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뒤죽박죽 뒤섞이고 복잡한 상황에 주로 사용하는...
2024.06.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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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3가역도, 한양도성도… 저마다 그리드가 있구나
지하철 을지로3가역의 하늘색 그리드서울 지하철 3호선 역사 근처에 위치한 집에서 할머니가 계신 성내역(현 잠실나루역)까지는 지하철로&...
2024.06.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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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서 와. 고생 많았어, 여기 와서 빗소리 좀 들어봐. 굉장해”
피검사의 목적 건강검진 결과를 본 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항목이 있어서 동네 병원에 들러 혈액검사를 한 번 더 했습니다. 튀김, 라면, 빵, 아이스크림처럼 글자만 보아도 군침을 돌게 하는 음식을 꾹 참고 먹지 않은 지 오래이지만 어느...
2024.05.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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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을 잊지마 그리고 우리의 이름도
빼앗긴 '그대'의 이름 세계적 비교신화학자인 조셉 캠벨과 미국의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의 대담집 <신화의 힘>에는 타자를 어떻게 인식하는...
2024.05.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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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폐허…그리고 모든 무너진 곳에 나무가 있었다
경복궁 옆 소격동과 안국동 근처에 사간동이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이모네가 그 동네에 살고 계셨던 덕분에 유년 시절 중 ...
2024.04.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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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해서 울 일 많을 때, 행복하게 울고 싶어서 찾는 것들
○ 토토로와 빌리항상 똑 같은 영화의 똑 같은 장면에서 울음을 참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나 볼 것 같은 를 여러 번 보면서도 매번 울컥함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다름 아닌 옥수수 장면 때문입니다. 주인공 사츠키와 메이가 병원에 입원 중인 엄마를 위해 ...
2023.11.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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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는 원래 '나물'이 아니라 '나무'다
우주의 모든 생명과 사물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인간의 언어로 명명되는데, 자의적으로(특별한 약속이나 규칙도 없이 처음 짓는 사람에 의해) 주어지는 것에 비하면 매우 강력한 힘을 갖습니다. 때로는 그 짝지어짐에 따라 낙인(스티그마, Stigma) 찍히기도, 소...
2023.11.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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