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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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 물든 장독대
장독대에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빼곡하다. 기와담장, 숲, 마당이 모두 흑백인데 항아리 일부와 바닥은 오색으로 물들었다. 사진가 석은미의 ‘기억 저 너머’ 전시작의 하나인데, 한지에 인화한 흑백 사진 위에 천을 이어 붙이고 꿰매 넣은 것이다. 작가는...
2022.03.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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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기억 그리고 휴식
바닷물이 부드럽게 갯벌을 감싸고 있고, 하늘은 연한 먹물을 적셔 붓으로 그려 넣은 듯 흔들린다. 신비감이 묻어나는 이 장면은 사진가 이건목이 경기 평택 인근 갯벌과 주변을 긴 노출로 찍은 ‘꿈과 기억 그리고 휴식’ 연작의 하나다. 갯벌의 굴곡을 따...
2022.02.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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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핑크빛 봄날
계단, 난간, 창문 등이 기하학적으로 이어진 분홍빛 건축물에서 두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초록 나뭇잎, 회색 바닥, 붉은 벽면이 이룬 공간은 따뜻한 파스텔 색조로 가득 찼다. 봄기운이 넘쳐흐르는 이 장면은 포르투갈 사진가 테레사 프레이타스가 스페인 ‘라 무라...
2022.02.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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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쌓기
호리병과 컵, 코끼리 인형 등이 쌓여 있다. 서로 연관성이 불분명한 사물들이 어두운 초록 배경 앞에서 탑과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 장면은 사진가 이예은의 사진전 ‘227명의 사람들’ 전시작의 하나다. 작가가 소유한 물건 가운데, 아끼거나 의...
2022.02.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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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주택, 따뜻한 불빛 손은영의 '밤의 집'
어둑한 마을, 집들이 불을 켰다. 파란 기와집의 창과 문 그리고 마을의 가로등 불빛이 마당을 온화하게 비추고 있다. 외진 곳에 위치한 집이지만, 가옥 주변 수풀, 흰 벽과 파란 지붕이 아늑한 조명과 어울려 포근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 뒤엔 장막처럼 아파트가 펼쳐져 있다...
2022.01.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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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황새
황새들이 풀밭에 앉아 있다. 안개 속 흐릿한 나무 한 그루, 세 마리 새 그리고 초록 풀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가 됐다. 이 사진은 사진가 김경선이 충남 예산 예당호에서 최근 한반도에 다시 서식하기 시작한 황새들을 촬영한 작품이다.우리 속담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등...
2022.01.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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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렝거파치 '즉물사진', 사물 자체의 美 드러내
투명한 유리 용기들이 빛을 받았다. 유리를 통과한 빛은 피사체들의 본래 모습과는 다른 형상을 바닥에 그렸다. 독일 신즉물주의 사진을 이끌었던 알베르트 렝거파치가 1927년께 촬영한 것으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유리 제품들과 빛, 그림자를 추상화처럼 담아냈다. 20세기 초...
2022.01.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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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의 아름다움
시든 꽃 한 송이가 고개를 숙였다. 그 아래엔 하양, 빨강, 검정 플라스틱 사물들이 나란히 서 있다. 말라가는 꽃과 강렬한 색감의 플라스틱 빨대들이 어색한 조화를 이룬 이 장면은 사진가 정현목의 ‘모털 오어 이모털(Mortal or Immortal)&rsqu...
2022.01.0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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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저금통
지난 24일 낮, 한 중년의 시민이 서울 명동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들고 있던 원통형 저금통을 자선냄비 봉사자에게 내밀었다. 매년 성탄절 전날 지난 1년 동안 채운 저금통을 이웃을 위한 성금으로 낸다고 했다. 내년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
2021.12.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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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선 비둘기'
한 중년의 여인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 옆의 젊은 여성은 단잠에 빠져 있다. 짙은 명암 속, 대조적인 모습의 인물을 찍은 이 장면은 사진가 김선재가 1998년 비둘기호 장항선 첫 열차에서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을 담은 사진이다. 모든 역에 정차하던 가장 느린 기차였...
2021.12.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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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 소나무
눈 내린 바위산에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경사진 비탈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는 짙고 풍성한 잎을 간직한 채 곧고 우아한 자태로 눈을 맞고 있다. 이 장면은 10년 넘게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사진가 호맹이 경기 안양 삼성산의 소나무 한 그루를 촬영한 &ls...
2021.12.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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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웨스턴 '피망'
굵고 힘있게 휘어진 형체의 표면 위로 빛이 쏟아진다. 윤기 흐르는 표피와 짙은 음영 때문에 이 물체는 꿈틀거리는 생명체 혹은 근육이 잘 발달한 인간의 뒷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장면은 미국의 사진가 에드워드 웨스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피망&rsquo...
2021.12.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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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색깔
짙푸른 나뭇가지들이 노란 벽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꿈결의 한 장면같이 비현실적 색조 때문에, 나무와 건축물이 완전히 새로운 조형미를 드러냈다. 그림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사진가 박현진의 ‘로맨스’ 연작의 하나다. 컬러 사진으로부터 색...
2021.12.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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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사탕
형형색색의 네모와 반원형 사물들이 투명한 용기 안에 들어 있다. 단맛 그리고 오묘한 색으로 아이들을 유혹하는 젤리를 유리병에 넣어 촬영한 것으로, 사진가 김광수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오브제를 통해 표현한 사진전 ‘설탕 유희’ 전시작의 하나다.작가는...
2021.11.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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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맞대고
서로를 받치고 있는 거대한 두 손의 형상 아래 한 사람이 낙타를 끌고 지나가고 있다. 이 조형물은 최근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일대에서 개막한 국제 예술제 ‘영원은 지금(Forever Is Now)’에 전시되고 있는 이탈리아 조각가 로렌초 퀸의 작품 ‘함께(Together)’다. 6m 높이의 이 스테인리스 작품은 작가가 인류의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려는 의도로...
2021.11.0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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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뒤리외의 '누드'
반라의 여인이 등을 보인 채 앉아 있다. 천으로 하반신을 감싼 인물은 빛이 들어오는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 우아한 동시에 쓸쓸한 분위기의 이 누드 사진은 프랑스 사진가이자 법률가 외젠 뒤리외가 1854년 촬영한 것으로 사진술이 발명된 지 30년이 채 안 된 시기의 작...
2021.10.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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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장미
붉은 장미 세 송이 옆에 군인들이 포격을 준비하고 있다. 흰 병사인형, 붉은 장미, 화병 그리고 핑크빛 배경 등의 요소들이 낯선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 장면은 사진가 임안나의 ‘라스트 신(Last Scene)’ 연작의 한 작품이다. 작가는 어떤 이유로 전쟁을 상징하는...
2021.10.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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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일본
두 여성이 도시의 거리를 걸어간다. 세련된 차림의 그들은 어딘가를 가리키며 얘기하고 있다. 나부끼는 흰 머플러가 인물의 역동성을 돋보이게 한다.여성들의 맞은편엔 두 남성이 마주보고 있다. 오른쪽 남성은 잔뜩 화난 얼굴로 교통경찰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 두 여성과 두 ...
2021.10.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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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향연
보랏빛 튤립이 피었다. 가라앉은 색조와 거친 질감이 유화 작품처럼 보이지만 사진가 구성수의 ‘향연, 포토제닉 드로잉’ 연작의 하나인 사진작품이다. 그런데 꽃을 직접 촬영한 것은 아니다. 실제 꽃을 이용해 만든 부조를 색칠한 뒤 사진 찍은 것이다.작...
2021.09.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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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아버지와 딸이 서울 강남의 한 전시장 로비를 걸어가고 있다. 전시회 관람을 위해 아빠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의 발걸음은 풍선처럼 경쾌하다.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누군가와 동행해야 한다. 수많은 동행인 가운데 지속적으로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2021.09.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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