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하콘 기획자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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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달궈지는 무쇠솥처럼, 대학로 하콘의 10년 여정
마로니에공원 한편에 자리한 아치형 창문의 건물. 1931년에 준공되어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 건물의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경성제국대학 본관이었다가, 서울대학교 건물이었다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구청사를 거쳐 2010년부터는 예술가의집이 되었다.사적 제278호로 지...
2024.12.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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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무료 초대권이 없고요… 입장료는 3만원입니다
얼마 전 어느 연주자의 리사이틀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2년간의 대장정이 될 그의 모차르트 프로젝트를 응원하고자 찾은 발걸음이었다. 하우스콘서트(하콘) 무대에서 들려준 연주와 그동안 나눈 대화의 결로만 보아도 그 깊이가 가늠되는 좋은 연주자라는 생각...
2024.11.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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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 코앞에서 땀방울 맞아가며 공연을 즐겨 본 건 처음"
인터뷰나 하우스콘서트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떤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라는 것이다. 명쾌하게 답을 꺼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나는 이 질문이 늘 어렵게 느껴진다.묻는 이는 그저 하우스콘서트에 오래 머문 사람으로의...
2024.09.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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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오늘'은 처음이잖아요"
며칠 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연주에 다녀왔다. 서양 음악사에 남겨진 이 위대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듣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근래 큰 프로젝트를 치르느라 복잡했던...
2024.08.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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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내내 이어지는 줄라이 페스티벌에 포스트잇이 없었다면
하콘의 시계는 7월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여름마다 열리는 특별한 축제 ‘줄라이 페스티벌’을 위해서다. 7월 한 달간&nbs...
2024.06.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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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없는 한 평 사무실에서 화재도 이겨낸 '하콘'의 어떤 여정
며칠 전 사무실 이사를 했다. 2012년에 첫 사무 공간이 생긴 이래로 벌써 다섯 번째 이사다. 약 2년에 한&nbs...
2024.05.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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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는 생명, 하콘의 마스코트…"고마웠어, 나선생"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기분 좋은 미팅을 마치고, 언젠가 공연해 보면 좋음직한 공간을 둘러보며 미래의 어느 날을 ...
2024.04.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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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프에게 말했다 "이 공연 꼭 와, 쉿! 그런데 출연자는 비밀이야"
한진희 매니저가 하콘의 식구로 합류하기 전의 일이다. 오랜 친구이기도 한 그는 연희동 시절부터 종종 하우스콘서트에 왔던 오랜 관객이기도 했다. 어느 날 예정에 없던 공연 일정이 갑자기 생겨 친구에게 넌지시 알려줬다. 미리 일정도, 내용도 공지되지도 않은 공연에 도대체 ...
2024.03.1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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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들어올 때마다 한 장씩 굽던 CD…스트리밍 시대 '추억'을 플레이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내 방에 제법 커다란 오디오를 놓아준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작은방에서 위엄을 자랑하던 오디오 옆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카세트테이프 세트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담긴 CD가 놓여 있었다. CD보다는 카세트테이프 쪽이 더 익숙...
2024.02.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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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를 굽는게 뭐예요?" … 스트리밍 시대, 하우스콘서트의 생존법
카세트 테이프에서 CD로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내 방에 제법 커다란 오디오를 놓아주셨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작은방에서 위엄을 자랑하던 오디오 옆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카세트테이프 세트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담긴 CD가 놓여 있었다. ...
2024.02.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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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에 '가정'을 붙이자 비로소 'Home'이 됐다
얼마 전 하우스콘서트가 처음 시작된 연희동을 사무실 친구들과 함께 가보았다. 이곳은 초창기 하우스콘서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잠시 추억에 잠길 만한 곳이다.스마트폰이 없던 때라 약도를 보면서 물어물어 길을 찾아와야 하던 골목길, 관객들에게 랜드마크처럼 이야기하...
2024.01.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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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면서 배운다더니… 눈물 콧물 쏙 빼놓은 ‘박틀러’ 닮아가네
대학생 때의 일이다. 하콘 스태프(현재는 ‘하코너’라고 부른다)로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콘의 관객에게 안내메일을 보내는 중요한 임무가 맡겨졌다. 그동안 몇 명의 메일지기를 거쳐 내게로 온 그 임무는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당시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인사였다. ...
2023.12.0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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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숙명
머리가 지끈거리고 숨이 턱턱 막힌다. ‘제출’ 버튼을 누를까 하다가 다시 서류를 열어 부족한 곳이 없는지 보고 또 본다. 마감 시간이 임박했다. 끝까지 수정하겠다고 아등바등하다 제출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 마감 시간이 지나버렸던 몇 년 전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래, 이제...
2023.11.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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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번의 마룻바닥 콘서트…21년간 그려낸 '클래식 파노라마'
출근 전에 수영장에 간다. 7년을 꼬박 수영장에 발도장을 찍었지만,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 정체기가 꽤 오랜 기간 지속되며 그나마 남은 흥미도 사그라들려는 찰나, 드디어 다음 반으로 올라가게 됐다. 그런데 어쩐지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컸다. 새로운 레인에서는 10바퀴 ...
2023.10.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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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직장을 때려치고 '하콘의 1호 직원'이 되기로 했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어렵게 말을 꺼낸 내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심사숙고해 닿은 결론이라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왔던 직장을 내려놓는 순간의 마음은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었다. 기업의 재단에서 만 5년. 이...
2023.09.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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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소나타에서 ‘안단테 소스테누토’를 음미하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2악장 안단테 소스테누토(Andante sostenuto). 10분 동안 길게 이어지는 이 아름다운 음악을 공연에 앞서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실연으로 마주한 피아노 음색은 귀를 거치지 않고 마음으로 곧장 떨어졌다. 객석 어디선가 훌쩍이는...
2023.08.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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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우연을 필연으로
요즘 하우스콘서트(하콘) 사무실은 슈베르트의 음악이 매일 끊이지 않는다. 한 사람이 듣다가 끝난다 싶으면 금세 또 다른 작품이 선곡되고, 악보를 보며 듣기도, 여러 연주 버전을 찾아 듣기도 한다. 내 손이 자주 가는 작품은 피아노 트리오 2번. 4악장에서 2악장의 마이...
2023.07.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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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임윤찬 손길 거친 '하콘'의 피아노, 78년생 뉴욕 스타인웨이
물건을 오래 쓰는 편이다.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내게 친구가 선물해 줬던 고양이가 그려진 컵, 큐빅이 알알이 박힌 보라색 손거울도 내 손에 들어온 지 20년이 됐다. 동그란 휠을 돌려 음악 고르는 재미가 쏠쏠한 아이팟 클래식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손을 타며 색이 ...
2023.06.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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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콘서트의 터줏대감
물건을 오래 쓰는 편이다. 20년 전쯤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내게 친구가 선물해 주었던 고양이가 그려진 컵은 아직도 나의 커피잔으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고, 큐빅이 알알이 박힌 보라색 손거울도 내 손에 들어온 지 20년이 됐다. 동그란 휠을 돌리면 째깍거리는 소리와 함...
2023.06.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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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이 들어오는 일-한재민을 처음 만난 날
봄이 왔다. 내가 본격적으로 이 계절을 체감하는 건 달력의 숫자나 피어나는 꽃봉오리가 아닌, 통영국제음악제다. 음악제가 시작되고 SNS에 통영의 풍경과 공연 사진들이 쉴새 없이 올라오면 그제야 진짜 봄이 왔음을 느낀다. 늘 타인의 사진으로 대리만족 해오다 올해는 모처럼...
2023.05.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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