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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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어리석음을 과소평가 말라
어린 시절 여동생이 집에서 기르던 개에게 물렸다.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아로새겨진 팔뚝. 사이렌처럼 울려 퍼진 동생의 울음소리에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잘못한 걸 아는지 한쪽 구석에 쭈그러져 있던 강아지. 아주머니는 그 녀석의 꼬리 털을 잘라 불에 ...
2024.11.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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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만족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영광군수 재선거. 일각에선 ‘쩐의 전쟁’으로 불리기도 했다. 쌍팔년도처럼 봉투가 오갔다는 얘기는 아니다. 공약이 논란거리였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선거기간 동안 연간 100만원과 120...
2024.10.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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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에 매기는 세금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두툼한 보고서 하나를 공개했다. 제목은 ‘소셜미디어 및 스트리밍 서비스 데이터 관행의 점검’. 유튜브, 메타, 틱톡 등 13개 글로벌 플랫폼의 자료를 4년간이나 들여다본 결과물이다. 결...
2024.09.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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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수명은 생각보다 길다
1255년 영국의 작은 마을 링컨. 아홉 살 소년의 시신이 우물에서 발견됐다. 사고 원인은 불명. 순식간에 헛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동네 유대인들이 종교의식의 제물로 아이를 희생시켰다는 것. 이야기는 마을 하나를 건널 때마다 살이 붙었고, 참상이 구체화할수록 전파...
2024.08.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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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의 목적'과 반일의 목적
일본 학자들은 한국을 ‘일본 역사의 방파제’라고 부른다. 중국과 만주의 팽창 압력에 한국의 정치적 세력이 강력히 저항한 덕에 일본 열도가 외세의 침략에 덜 시달렸다는 얘기다. 한반도가 외침을 받은 횟수는 대략 1000번. 반면 일본은 놀랍게도 딱 ...
2024.07.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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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돈으로 메우는 사회
모든 구기 종목의 바탕엔 속임수가 깔려 있다. 슛하는 척 패스하거나, 토스하는 척 네트 위로 공을 넘긴다. 능수능란한 속임수엔 질책 대신 ‘천부적 재능’이라는 찬사가 붙는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변화구는 그런 속임수의 정점이다. 최대한 직구처럼 던...
2024.06.1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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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디지털 미스터리
간장 신제품 보고회 자리. 김 팀장이 마이크를 잡는다. “소비자들이 기억하기 쉽도록 이름을 ‘청정원 양조간장’으로 심플하게 정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박 상무가 한마디 거든다. “깔끔하네. 근데 ‘10...
2024.04.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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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매독(梅毒)은 ‘매화를 닮은 독’이라는 뜻이다. 이 병에 걸리면 피부에 매화꽃 모양의 반점이 생긴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증상은 끔찍하다. 가려운 부스럼으로 시작해 뼈가 드러날 정도로 피부가 썩어들어간다. 의술이 발전하기 전엔 가장 두려운 병 중...
2024.03.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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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자, 부러워 말고
몇 년 전 퓨리서치센터라는 미국 여론조사기관이 심오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17개국 성인 1만9000명에게. “당신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두둥! 조사 결과는 의외로 심심했다. 미국 일본 등 대부분 나라가 ‘가족&...
2024.02.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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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배워서 어디다 써먹나요?"
누구나 들어는 봤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고전’이라고 했던가. 농담이라고 웃어넘기기엔 현실 반영률이 높다. 입시 과목에도 비슷한 아이러니가 있다. 누구나 죽어라 배우지만, 도대체 왜 배우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과목. 바로 수학이다. 지...
2024.01.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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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한 물가와 끈질긴 풍선
정부는 지난 9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 가운데 7600여 개를 골라 약값을 최대 27% 인하했다. 가계 부담을 줄이고, 덤으로 물가 상승 압력도 낮추자는 취지였다. 일부 제약사의 매출이 10%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는 사뿐히 무시됐다. 두 달여 웅크리고 있던...
2023.12.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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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국민만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상상의 산물이다. 일종의 발명품이다. 지금은 공기처럼 당연해 보이는 국가와 자본주의 등의 제도 역시 마찬가지. 구성원의 절대다수가 미리 정한 규칙에 순응하지 않으면 금방 무너지고 마는 ‘카드로 쌓은 집’이다. 민주주의는 늘 도전받았다. 응전에 실패해 곧잘 무...
2023.10.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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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서 유명한' 맛집은 진짜 맛집일까?
투자, 어렵다. 유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머리를 싸맸다. 두 번이나 파산의 문턱을 넘으면서 깨달은 진리. “주식시장은 ‘미인 선발대회’를 닮았구나!” 핵심은 타인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내 눈에 제일 예쁜 사람을 고르는 게임이 아니라는 얘기다. 고...
2023.08.3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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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본능과 과학의 비명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운동권 출신인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이 만능입니까. 200년 뒤에 해양 생태계 피해가 나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 과학자 출신인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어...
2023.08.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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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신 '내일'만 사는 대한민국
많이 못살던 시절, 베짱이보다는 개미가 권장됐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자세. 한반도의 귀감이었다. 성과는 컸다.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 순식간에 해치웠다. 지구촌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허나 세상에 공짜는 ...
2023.07.0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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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러나…
살이 올랐다. 포동포동. 그래서 가끔, 아주 가끔 사내 헬스장을 찾는다. 매번 별로 붐비진 않는다. 주위에 포동이들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생각한다. 줄줄이 비어 있는 로커(물품 보관함) 앞에 설 때마다 망설인다. 몇 번을 골라야 하나…. 어디선가 주워들은 얘...
2023.06.0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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