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의 시적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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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킨 실타래 푸는 법
집 근처 뜨개 카페 ‘토요’에 와 있다. 그림 그리는 친구 최산호, 매수전 작가와 함께다. 어쩌다 보니 그 둘이 내게 뜨개질을 배우게 됐다. 셋이 모여 시도 안 쓰고 그림도 안 그리고, 다름 아닌 뜨개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났다. 나도 누...
2025.02.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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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위해
요즘 수영 강습을 빼먹지 않고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오늘은 가지 못했다. 어제 밤새 아들이 토했다. 구토가 멈추지 않아 지켜보는 마음이 닳았다. 마음이 한없이 벽에 쓸리는 기분을 느끼다 보면 마음이 닳는다는 표현이 얼마나 핍진한 표현인지 알겠다.“왜 자꾸 토...
2025.02.0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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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대비
“Turn off the air conditioner.” 호텔 방이 추워 프런트에 문의했더니 에어컨을 끄란 말을 들었다. 대만 여행 첫날부터 난관이다. 따뜻한 나라로만 알던 대만에서 이렇게 추위에 떨 줄은 몰랐다. 전기난로나 작은 온풍기라도 빌릴 ...
2025.01.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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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그리기와 꼬막
매주 월요일 유화를 그리기 위해 북촌에 있는 포스포스키라는 곳에 간다. 뜬금없이 웬 유화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악동뮤지션 찬혁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버킷리스트 다 해봐야 해” 가사가 귀에 쏙쏙 박힌다. 맞다. 이렇게 죽을...
2024.12.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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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필요한 이유
첫눈은 폭설로 왔지만, 아직 큰 추위는 오지 않았다. 추위가 오지 않으면 꽃나무는 그 틈을 타 망울을 틔울 수도 있나 보다. 12월에 봄꽃이 피었다. 눈발보다 먼저 꽃을 피운 진달래도 있고 야금야금 햇볕을 갉는 개나리도 있다. 유난히 빛이 많이 드는 땅에서 이런 불시개...
2024.12.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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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편지와 뜨개질
그제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있었다. 역대 가장 따뜻한 수능 날이었다고 한다. 아직 겨울은 저 단풍나무 밖에 있나 보다. 그나저나 달력을 한 장만 더 넘기면 12월이다. 기온은 점점 떨어질 것이고 겨울은 언 손에 입김을 불며 부지런히 걸어오겠다.올겨울은 어떻게 보낼까...
2024.11.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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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아줌마
어느덧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 에세이 수업 마지막 날이다. 평소처럼 사람들은 별명이 쓰인 이름표를 책상 앞에 두고 둘러앉았다. 이제야 이름표를 보지 않고도 부를 수 있게 되었는데 마지막이라니. 폴링업님, 따이님, 펠리치따스님, 샤우팅님, 불빛님, 나보님, 꽃집아줌마님&he...
2024.10.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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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왜 기억력이 좋아질까
지난주 몸이 세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바빴다. 서울에서 광주로. 다시 광주에서 영덕으로. 다시 포항에서 서울로 그렇게 바삐 움직이다 보니 문득 가을이 가까이 와 있다. 가을비가 지나간 자리가 서늘해서 좋다. 싱그러운 여름날을 한 일도 없이 뭉텅뭉텅 보내버렸다는...
2024.10.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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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날
추석이 가까워 온다. 작년엔 사과가 비쌌다. 사과꽃이 필 무렵, 우박과 폭설이 내린 까닭이다. 올해 사과는 작황이 좋다고 들었다. 내가 씻고 있는 이 사과 한 알은 내게 오기까지, 얼마나 고되었을까? 그러고도 얼마나 씩씩했을까? 햇볕 좋은 날이 많아야 하겠지만 사과가 ...
2024.09.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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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詩도 다시 보게 하는 사람
폭염주의보와 열대야가 한 달가량 지속되는 가운데 대구를 다녀왔다. 낭독회 하러 대구 ‘나른한 책방’에 가는 중이라고 했더니 서울 마포구의 ‘스캐터북스’ 사장님은 자신이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도시가 대구라며 한 가지 소문을 ...
2024.08.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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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과 글쓰기
매미 울음이 창문을 넘어오면 여름방학이다. 아들의 이번 여름방학은 고작 12일이다. 대신 길어진 겨울방학 동안 학교 공사를 할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8월 1일이 개학이라니! 얼마나 속상할까?그런데 의외다. 방학이 짧아서 방학 숙제가 없다며 좋아했다. 더구나 아이는 ...
2024.08.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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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과 글쓰기
매미 울음이 창문을 넘어오면 여름방학이다. 아들의 이번 여름방학은 고작 12일이다. 대신 길어진 겨울방학 동안 학교 공사를 할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8월 1일이 개학이라니! 얼마나 속상할까? 그런데 의외다. 방학이 짧아서 방학 숙제가 없다며 좋아했다. 더구나 아이는...
2024.07.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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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는 방법
아침이 너무 고요하다. 이상하다. 왜 안 들리지? 남편이 서진이 챙기는 소리. 들려야 할 것이 들리지 않는다. “실내화 챙겼어? 물통은?” 하며 챙긴 것 또 챙기는 소리. 왜 안 나지? 나는 스르르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다. “오늘 서...
2024.07.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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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나 포항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6월인데 8월 날씨 같다고 아침뉴스가 알려준다. 기후변화가 장마의 모습을 예측 불가하게 바꾸고 있다는데, 누군가는 장마 일기를 쓰고 있을까? 그리워진 다음이라면, 그 일기 읽어보고 싶겠다. 빗소리처럼 오는 매미도 있고 빗소리처럼 죽는 벌레들...
2024.06.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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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와의 점심시간
청량리역 6번 출구를 빠져나오며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앱을 켠다. 근처 대여소에 따릉이가 7대나 남아 있다. 청량리역에서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까지는 자전거로 6분 거리다. 배차간격을 생각하면 버스보다 빠르다.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 상주 작가로 ...
2024.05.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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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욕을 찾다가
청소년 시를 쓰다가 경상도 사투리가 가물가물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아빠가 엄마 생일 깜박하면 뭐라고 욕해?” “대뜸 전화해서 뭐라는겨. 왜 그려?” 경상도 사투리가 필요한데 포항 사는 엄마가 충청도 사람인 걸 ...
2024.05.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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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욕을 찾다가
청소년 시를 쓰다가 경상도 사투리가 가물가물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아빠가 엄마 생일 깜박하면 뭐라고 욕해?&...
2024.05.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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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보다 더 늦은 사람에 대한
4월, 몸이 아팠다. 몸이 음식을 받아주지 않았다. 두통도 왔고, 몸이 추운 것인지 봄이 추운 것인지 헷갈렸다. 작년엔 봄나물을 많이 먹었는데 올해는 봄나물을 먹지 못했다.한의원에 가 침을 맞고 약을 지어왔다. 한약을 먹는 동안,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2024.04.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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