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칼럼] 가상화폐 시장은 대변혁 중! 최근 이슈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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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상화폐와 관련하여 네가지의 흥미로운 이슈가 있다.
하나는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이고, 두 번째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과 대형 로펌 등이 가상화폐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에 관한 내용이다. 세 번째로는 금융 당국의 가상화폐거래에 대한 규제를 위한 ‘특금법’ 시행령에 관한 소식과 마지막으로 한국은행과 중국 등 중앙은행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에 대한 일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 20여 곳의 가상화폐 거래소 압수수색, 복마전(伏魔殿)인가?
먼저 용어부터 살펴보자. 그동안 업계 안팎에선 가상화폐, 가상화폐, 가상통화, 디지털자산, 가상자산 등이 혼용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가상화폐로 표현하기로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잇따라 검찰과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수난을 겪고 있다. 빗썸과 업비트, 코인빗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3위 업체들이 사기 혐의와 텔레그램 ‘박사방’ 유료 회원 색출 등 이유로 20여 곳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다. 한마디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수난 시대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왜 무더기로 압수수색을 받는 걸까?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과 BK메디컬그룹 회장을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하였다. 지난해 말 가상화폐 BXA토큰 투자자들이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과 BK메디컬그룹 회장을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한데 따른 것이다.
이 모(某) 의장은 2018년 10월 빗썸에 BXA를 상장한다며 300억 원어치의 코인을 먼저 판매했지만 실제로는 상장하지 않은 혐의다. 이 의장은 현재 사기와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6일에 거래량 3위인 코인빗에 대해서도 사기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소비라이프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코인빗이 자전거래를 위한 유령계정이 전체 거래의 99%를 차지한다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거래량 중 99%가 입출금 명세가 존재하지 않는 ‘허무인(虛無人) 계정’을 통한 자전 거래라는 혐의이다. 이를 통한 부당거래 액수가 1,000억 원을 넘는 큰 규모로 추정하고 경찰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코인빗은 시세조작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 사실 유포자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3개월(5~7월) 평균 접속자는 빗썸 약 411만 명, 업비트 약 367만 명, 코인빗은 약 250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 왜 가상화폐에 대하여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과 미국 달러 또는 다른 법정화폐와 연동되는 테라(Terra) 등 이른바 가치가 보장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등과 확실한 자산(부동산, 금, 그림 등)과 연계되어 언제나 등가(等價)의 가치로 교환이 가능한 가상화폐를 제외하고는 불안정하다. 기업의 수익 및 자산, 미래가치가 반영된 주식과 달리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코인마켓캡’에서 오늘 현재 거래하고 가상화폐의 수는 7,025개이고 시가총액은 약 410조원에 이른다. 국내시장에서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이른바 공개 또는 등록(ICO)하려면 코스피, 코스닥처럼 엄격한 절차가 없다.
개발업자에게 가상화폐를 만들어 이른바 형식적인 백서(白書)를 작성하고 각 거래소마다 정한 비용을 지급하면 거래소에서 매매를 할 수 있다. 이때 재단 또는 법인을 대부분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형식적으로 설립한다. 대부분이 처음부터 자금을 모집하기 위한 가상화폐를 수단으로 활용한다. 몇 해 전만 해도 많은 투자자들이 잘 알지도 모르고 ‘묻지 마’ 식으로 투자하여 많은 피해를 보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4일 불법사금융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범죄 혐의가 적발된 유사 수신업체 186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49.5%) 업체가 가상통화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유사 수신업체들이 최신 유행 기법으로 피해자를 현혹하기 위해 금융·제조·판매사업 등 전통적 유사 수신 유형에 가상통화를 접목시킴에 따라 가상통화 관련 혐의업체의 비중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들은 사업 초기엔 신규 가입자 돈으로 기존 가입자에게 원금 및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형태로 운영됐다. 유명 연예인이나 국내외 정관계 유력자와의 친분 등을 드러내 투자자를 모집한 뒤, 기존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모집수당을 주면서 주변에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이었다. 가입자의 환불 요구가 증가하고 추가 가입자 모집이 어려워지면 잠적하거나 폐업을 했다.
특히 가상통화 등 최신 금융기법에 익숙지 않은 이들의 피해가 컸다. 금감원은 피해자 1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연령이 56살이었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원금이 확실히 보장된다는 말에 넘어갔다. 금감원은 “고수익을 보장한다면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투자 권유에 의심 없이 따르는 것은 유사 수신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위와 같이 허상의 가상화폐를 만들어 거래하는 시장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장점인 국경이 없고 이동이 간편하며 거래가 신속하고 소액으로 나누기 좋은 장점들을 살려 개선하여야 한다.
▲ 가상화폐거래소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에는 최대 10곳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최소 150개 이상이 있으나 변경된 특금법이 시행이 되는 내년 3월에는 10개 정도의 거래소만 남을 예정이다. 특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제다. 관련 법상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에 신고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융정보분석원의 신고 거부 요건으로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등(ISMS, KYC, AML 운영 등)을 획득하지 못한 자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통한 금융거래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현재 모든 가상화폐거래소 및 관련회사들은 생사가 달린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거래소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신원확인(KYC) 체계 등 보안 위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난 6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장이었던 김근익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10일 열린 특금법 시행령 토론회에서 “특금법은 범죄 예방이 목적인 만큼 가상자산이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에 이용되는 걸 방지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제반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가상자산 신뢰는 더욱 커질 것이며, 이와 함께 블록체인 시장도 더욱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무튼 변경된 특금법 시행령 이전과 이후는 완전하게 다른 가상화폐 시장으로 변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살아남으려는 가상화폐거래소 및 가상화폐 사업자들의 몸부림이 치열한 오늘이다.
▲ 대형로펌 가상화폐 특수 내년 초 특금법 개정안 시행으로 제도권 편입을 앞둔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 시장의 생태계 확대가 예상되면서 대중소형 로펌까지 블록체인 전담팀을 꾸렸다. 법률 자문과 컨설팅 용역 의뢰가 급증하면서 로펌 간 경쟁도 치열하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9일 법조계와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김앤장, 세종, 태평양을 비롯한 국내 로펌 다수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했다. 로펌마다 전담 변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수십 명 규모의 인력을 배치하고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태평양은 최근 NH농협은행, 헥슬란트와 특금법 공동 대응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보다 앞서 태평양은 2017년 전담 변호사와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된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박종백 태평양 변호사는 “블록체인 산업에 진입하려면 정보기술(IT), 산업, 금융 관련 법제에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IT, 증권금융, 공정거래, 형사 등 가상화폐 유관 분야 전문가와 변호사들로 TF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도 가상화폐 TF를 꾸린 후 디지털테크&데이터법 전문팀으로 통합했다. 블록체인, 핀테크, 개인정보, 지식재산권을 담당하는 20여 명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은 한발 앞서 ‘블록체인 가상화폐팀’을 구성, 2016년부터 법률 자문을 시작했다.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로 구성된 전문가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로서는 규제 때문에 준비한 신사업이나 서비스가 좌초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업 기획 단계부터 로펌 법률 자문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가상화폐 주요 거래소, 블록체인 전문 업체 대부분은 전담 로펌과 계약을 마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가상화폐 시장이 생존하기 위하여 제도권 진입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상적인 방법, 합법적인 방법을 찾아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 로펌은 가상화폐 거래법 이슈뿐만 아니라 사업 모델의 적법성, 가상화폐 공개(ICO), 국내외 규제 전망, 과세, 금융상품화 등에도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블록체인을 신사업으로 접목하려는 기존 기업의 자문 요청 역시 크게 늘었다.
▲ 제도권 대형 은행 가상화폐 시장 선점 경쟁 치열
NH농협·신한·하나·KB국민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가상화폐 커스터디(Custody, 수탁) 서비스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내년 3월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시화된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진입과 시장 활성화에 대비하고, 기존 영위하던 신탁 업무의 자산 범위를 가상화폐로까지 확장한다는 움직임이다.
커스터디는 쉽게 말해 금융 자산을 대신 보관 및 관리해주는 서비스로, 기존 금융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가상화폐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 등이 금융 자산의 영역에 포함될 거란 전망이 짙어지면서 이를 대비한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시장의 성장도 점쳐지고 있다.
가상화폐 및 디지털자산을 보관하는 업무를 한다는 것은 이를 토대로 담보제공, 대출, 매매, 보관에 따른 예금, 운용, 송금 등 관련 업무를 한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본격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있는 약 5백만 명의 투자고객과 향후 증가할 디지털자산 시장을 토대로 한 금융영역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시기의 문제지만 디지털자산은 기존 금융자산을 융합하고 일부는 대체할 것이다. 어떤 금융기관이든 이걸 어떻게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판도가 바뀔 것이다.“
” 가장 중요한 건 디지털자산의 안전한 보관과 수탁이다. 지금도 펀드를 운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보관에 대한 리스크다.”라고 조진석 KB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장은 코인데스크코리아와 한국블록체인협회가 공동주최한 디지털자산박람회(DAXPO)2020 발표에서 말했다. 이쯤 되면 은행이 앞으로 가상자산에 대하여 무엇을 하려는지 뻔히 보이지 않는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류창보 NH농협은행 디지털R&D센터 파트장은 “은행은 이미 제도권 안에서 사업 중이라 보안, 컴플라이언스가 구축돼 있다. 디지털자산도 시작과 끝은 원화 입출금과 연결돼 있다. 은행은 디지털자산과 원화를 직접 연결 할 수 있다.
그리고 (농협은행은) 이미 2개 가상화폐 거래소(빗썸, 코인원)와 실명입출금계정 제휴가 돼 있다. 농협은행에 쌓여있는 경험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향후 시장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요구할 것이고, 은행 중심의 수탁 서비스가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투기와 허상이 판치고 뭔지 모르는 투자자들을 사냥감으로 급성장한 가상화폐 시장의 봄날은 갔다. 이제 축적된 금융노하우와 고객을 보호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기업윤리로 무장한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앞 다투어 가상화폐시장을 진입하고 있다.
막강하고 정교하면서도 안전한 전산과 철저한 신용을 앞세운 제도권 금융회사와 기존의 가상화폐 생태계 플레이어들(사업자)의 경쟁은 해보나 마나다. 아마도 머지않은 장래에 혼재하는 많은 가상화폐거래소는 지금의 증권거래소 같은 대형거래소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증권거래소의 역사를 보면 충분히 예상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기존 가상화폐 사업자들은 제도권 금융과 손을 잡고 틈새를 잡아 생존과 지속 성장의 길을 모색할 때로 보인다.
▲ 중앙은행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할까?
중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기술개발과 활용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주요 20개국(G20)까지 디지털 화폐에 대해 포용적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오는 10월 G20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현금을 대신하는 결제 수단으로 디지털통화를 사실상 수용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도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CBDC 관련 법률 및 기술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CBDC 실험 운용을 할 것이란 계획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스마트 컨트랙트(조건부 자동계약 체결)와 비트코인(BTC) 등 블록체인·가상자산 분야 법·제도 연구를 했던 인물들로 CBDC 법률자문단을 구성한 것이다.
CBDC는 가상화폐 형태를 법정통화 권한을 부여하여 디지털화한 것이다. CBDC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장점은 많다. 종이화폐처럼 동전처럼 발권비용이 안 들고, 사용하기 간편하며, 흐름, 통계, 기록 등이 유리알처럼 투명하다. 국가 입장에서는 모든 화폐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100% 과세가 가능하고, 위변조 및 자금세탁 등 범죄에 사용될 소지가 거의 없다. 지하경제라는 것도 아예 존재할 수도 없다.
반면에 이를 악용하면 정부나 금융통화당국이 민간의 모든 경제활동을 실시간으로 사찰·통제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개인이 사용 중인 디지털화폐를 사용할 수 없도록 잠금 조치(Lock)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들은 ‘빅빅빅 브러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경제활동의 모든 것인 화폐를 100% 감시, 통제받는데 이 보다 더 완벽한 동물농장은 있을 수 없다. 또한 기존의 화폐개혁과는 비교도 안되는 강력한 힘이 중앙정부에 쏠리게 된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지러운 정국을 일거에 뒤집으며 국민들을 꼼짝 못 하게 예속(隸屬)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국가로서는, 행정 편의적인 유혹에 빠질 수 있는 매력적인 제도이다. 이보다 더 좋은 강력한 통제 수단은 없다.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는 북한의 이른바 장마당도 꼼짝 못하게 할 수단이 CBDC이다. 그래서 중국을 비롯한 몇 나라들이 슬슬 운을 띄워보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중국은 안면인식 식별가능한 CCTV로 통행자까지 감시하는 나라이니 오히려 CBDC를 안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들도 실행 단계에서는 망설여지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서울경제에서 “중국이 CBDC 방식으로 위안화를 발행하려는 이면에는 모든 위안화 거래 내역을 컴퓨터를 통해 감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면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중국인 부자들이 (자국 내 과세와 자본통제를 피하려고) 글로벌 금융망을 통해 돈을 해외로 빼내는 국부유출이 일어날 수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중국은 이런 문제의 해법으로 위안화를 CBDC로 발행해 모든 위안화 거래자들의 실명과 거래 내역을 추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공산주의, 1인 독재 전체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CBDC가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고, 국민들의 반대와 저항으로 중앙 법정 화폐로서의 전면적인 대체는 불가능해 보이고, 충전식 체크카드 처럼 일부 기능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는 보인다.
가상화폐, 디지털화폐 장점도 단점도 많고, 그동안 탈도 많았다. 이제 살릴 것을 살리고 정리할 것은 정리해서 새로운 경제시장, 새로운 수단으로 국민과 국가에 득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기존의 가상화폐 생태계와 제도권금융, 그리고 정부가 합심하여 하나씩 발전시켜야 하는 중요한 기로(岐路)에 서있다.
박대석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하나는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이고, 두 번째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과 대형 로펌 등이 가상화폐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에 관한 내용이다. 세 번째로는 금융 당국의 가상화폐거래에 대한 규제를 위한 ‘특금법’ 시행령에 관한 소식과 마지막으로 한국은행과 중국 등 중앙은행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에 대한 일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 20여 곳의 가상화폐 거래소 압수수색, 복마전(伏魔殿)인가?
먼저 용어부터 살펴보자. 그동안 업계 안팎에선 가상화폐, 가상화폐, 가상통화, 디지털자산, 가상자산 등이 혼용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가상화폐로 표현하기로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잇따라 검찰과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수난을 겪고 있다. 빗썸과 업비트, 코인빗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3위 업체들이 사기 혐의와 텔레그램 ‘박사방’ 유료 회원 색출 등 이유로 20여 곳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다. 한마디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수난 시대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왜 무더기로 압수수색을 받는 걸까?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과 BK메디컬그룹 회장을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하였다. 지난해 말 가상화폐 BXA토큰 투자자들이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과 BK메디컬그룹 회장을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한데 따른 것이다.
이 모(某) 의장은 2018년 10월 빗썸에 BXA를 상장한다며 300억 원어치의 코인을 먼저 판매했지만 실제로는 상장하지 않은 혐의다. 이 의장은 현재 사기와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6일에 거래량 3위인 코인빗에 대해서도 사기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소비라이프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코인빗이 자전거래를 위한 유령계정이 전체 거래의 99%를 차지한다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거래량 중 99%가 입출금 명세가 존재하지 않는 ‘허무인(虛無人) 계정’을 통한 자전 거래라는 혐의이다. 이를 통한 부당거래 액수가 1,000억 원을 넘는 큰 규모로 추정하고 경찰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코인빗은 시세조작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 사실 유포자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3개월(5~7월) 평균 접속자는 빗썸 약 411만 명, 업비트 약 367만 명, 코인빗은 약 250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 왜 가상화폐에 대하여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과 미국 달러 또는 다른 법정화폐와 연동되는 테라(Terra) 등 이른바 가치가 보장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등과 확실한 자산(부동산, 금, 그림 등)과 연계되어 언제나 등가(等價)의 가치로 교환이 가능한 가상화폐를 제외하고는 불안정하다. 기업의 수익 및 자산, 미래가치가 반영된 주식과 달리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코인마켓캡’에서 오늘 현재 거래하고 가상화폐의 수는 7,025개이고 시가총액은 약 410조원에 이른다. 국내시장에서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이른바 공개 또는 등록(ICO)하려면 코스피, 코스닥처럼 엄격한 절차가 없다.
개발업자에게 가상화폐를 만들어 이른바 형식적인 백서(白書)를 작성하고 각 거래소마다 정한 비용을 지급하면 거래소에서 매매를 할 수 있다. 이때 재단 또는 법인을 대부분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형식적으로 설립한다. 대부분이 처음부터 자금을 모집하기 위한 가상화폐를 수단으로 활용한다. 몇 해 전만 해도 많은 투자자들이 잘 알지도 모르고 ‘묻지 마’ 식으로 투자하여 많은 피해를 보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4일 불법사금융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범죄 혐의가 적발된 유사 수신업체 186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49.5%) 업체가 가상통화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유사 수신업체들이 최신 유행 기법으로 피해자를 현혹하기 위해 금융·제조·판매사업 등 전통적 유사 수신 유형에 가상통화를 접목시킴에 따라 가상통화 관련 혐의업체의 비중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들은 사업 초기엔 신규 가입자 돈으로 기존 가입자에게 원금 및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형태로 운영됐다. 유명 연예인이나 국내외 정관계 유력자와의 친분 등을 드러내 투자자를 모집한 뒤, 기존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모집수당을 주면서 주변에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이었다. 가입자의 환불 요구가 증가하고 추가 가입자 모집이 어려워지면 잠적하거나 폐업을 했다.
특히 가상통화 등 최신 금융기법에 익숙지 않은 이들의 피해가 컸다. 금감원은 피해자 1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연령이 56살이었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원금이 확실히 보장된다는 말에 넘어갔다. 금감원은 “고수익을 보장한다면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투자 권유에 의심 없이 따르는 것은 유사 수신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위와 같이 허상의 가상화폐를 만들어 거래하는 시장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장점인 국경이 없고 이동이 간편하며 거래가 신속하고 소액으로 나누기 좋은 장점들을 살려 개선하여야 한다.
▲ 가상화폐거래소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에는 최대 10곳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최소 150개 이상이 있으나 변경된 특금법이 시행이 되는 내년 3월에는 10개 정도의 거래소만 남을 예정이다. 특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제다. 관련 법상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에 신고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융정보분석원의 신고 거부 요건으로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등(ISMS, KYC, AML 운영 등)을 획득하지 못한 자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통한 금융거래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현재 모든 가상화폐거래소 및 관련회사들은 생사가 달린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거래소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신원확인(KYC) 체계 등 보안 위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난 6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장이었던 김근익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10일 열린 특금법 시행령 토론회에서 “특금법은 범죄 예방이 목적인 만큼 가상자산이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에 이용되는 걸 방지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제반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가상자산 신뢰는 더욱 커질 것이며, 이와 함께 블록체인 시장도 더욱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무튼 변경된 특금법 시행령 이전과 이후는 완전하게 다른 가상화폐 시장으로 변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살아남으려는 가상화폐거래소 및 가상화폐 사업자들의 몸부림이 치열한 오늘이다.
▲ 대형로펌 가상화폐 특수 내년 초 특금법 개정안 시행으로 제도권 편입을 앞둔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 시장의 생태계 확대가 예상되면서 대중소형 로펌까지 블록체인 전담팀을 꾸렸다. 법률 자문과 컨설팅 용역 의뢰가 급증하면서 로펌 간 경쟁도 치열하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9일 법조계와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김앤장, 세종, 태평양을 비롯한 국내 로펌 다수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했다. 로펌마다 전담 변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수십 명 규모의 인력을 배치하고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태평양은 최근 NH농협은행, 헥슬란트와 특금법 공동 대응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보다 앞서 태평양은 2017년 전담 변호사와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된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박종백 태평양 변호사는 “블록체인 산업에 진입하려면 정보기술(IT), 산업, 금융 관련 법제에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IT, 증권금융, 공정거래, 형사 등 가상화폐 유관 분야 전문가와 변호사들로 TF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도 가상화폐 TF를 꾸린 후 디지털테크&데이터법 전문팀으로 통합했다. 블록체인, 핀테크, 개인정보, 지식재산권을 담당하는 20여 명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은 한발 앞서 ‘블록체인 가상화폐팀’을 구성, 2016년부터 법률 자문을 시작했다.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로 구성된 전문가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로서는 규제 때문에 준비한 신사업이나 서비스가 좌초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업 기획 단계부터 로펌 법률 자문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가상화폐 주요 거래소, 블록체인 전문 업체 대부분은 전담 로펌과 계약을 마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가상화폐 시장이 생존하기 위하여 제도권 진입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상적인 방법, 합법적인 방법을 찾아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 로펌은 가상화폐 거래법 이슈뿐만 아니라 사업 모델의 적법성, 가상화폐 공개(ICO), 국내외 규제 전망, 과세, 금융상품화 등에도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블록체인을 신사업으로 접목하려는 기존 기업의 자문 요청 역시 크게 늘었다.
▲ 제도권 대형 은행 가상화폐 시장 선점 경쟁 치열
NH농협·신한·하나·KB국민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가상화폐 커스터디(Custody, 수탁) 서비스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내년 3월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시화된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진입과 시장 활성화에 대비하고, 기존 영위하던 신탁 업무의 자산 범위를 가상화폐로까지 확장한다는 움직임이다.
커스터디는 쉽게 말해 금융 자산을 대신 보관 및 관리해주는 서비스로, 기존 금융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가상화폐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 등이 금융 자산의 영역에 포함될 거란 전망이 짙어지면서 이를 대비한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시장의 성장도 점쳐지고 있다.
가상화폐 및 디지털자산을 보관하는 업무를 한다는 것은 이를 토대로 담보제공, 대출, 매매, 보관에 따른 예금, 운용, 송금 등 관련 업무를 한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본격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있는 약 5백만 명의 투자고객과 향후 증가할 디지털자산 시장을 토대로 한 금융영역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시기의 문제지만 디지털자산은 기존 금융자산을 융합하고 일부는 대체할 것이다. 어떤 금융기관이든 이걸 어떻게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판도가 바뀔 것이다.“
” 가장 중요한 건 디지털자산의 안전한 보관과 수탁이다. 지금도 펀드를 운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보관에 대한 리스크다.”라고 조진석 KB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장은 코인데스크코리아와 한국블록체인협회가 공동주최한 디지털자산박람회(DAXPO)2020 발표에서 말했다. 이쯤 되면 은행이 앞으로 가상자산에 대하여 무엇을 하려는지 뻔히 보이지 않는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류창보 NH농협은행 디지털R&D센터 파트장은 “은행은 이미 제도권 안에서 사업 중이라 보안, 컴플라이언스가 구축돼 있다. 디지털자산도 시작과 끝은 원화 입출금과 연결돼 있다. 은행은 디지털자산과 원화를 직접 연결 할 수 있다.
그리고 (농협은행은) 이미 2개 가상화폐 거래소(빗썸, 코인원)와 실명입출금계정 제휴가 돼 있다. 농협은행에 쌓여있는 경험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향후 시장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요구할 것이고, 은행 중심의 수탁 서비스가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투기와 허상이 판치고 뭔지 모르는 투자자들을 사냥감으로 급성장한 가상화폐 시장의 봄날은 갔다. 이제 축적된 금융노하우와 고객을 보호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기업윤리로 무장한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앞 다투어 가상화폐시장을 진입하고 있다.
막강하고 정교하면서도 안전한 전산과 철저한 신용을 앞세운 제도권 금융회사와 기존의 가상화폐 생태계 플레이어들(사업자)의 경쟁은 해보나 마나다. 아마도 머지않은 장래에 혼재하는 많은 가상화폐거래소는 지금의 증권거래소 같은 대형거래소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증권거래소의 역사를 보면 충분히 예상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기존 가상화폐 사업자들은 제도권 금융과 손을 잡고 틈새를 잡아 생존과 지속 성장의 길을 모색할 때로 보인다.
▲ 중앙은행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할까?
중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기술개발과 활용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주요 20개국(G20)까지 디지털 화폐에 대해 포용적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오는 10월 G20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현금을 대신하는 결제 수단으로 디지털통화를 사실상 수용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도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CBDC 관련 법률 및 기술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CBDC 실험 운용을 할 것이란 계획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스마트 컨트랙트(조건부 자동계약 체결)와 비트코인(BTC) 등 블록체인·가상자산 분야 법·제도 연구를 했던 인물들로 CBDC 법률자문단을 구성한 것이다.
CBDC는 가상화폐 형태를 법정통화 권한을 부여하여 디지털화한 것이다. CBDC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장점은 많다. 종이화폐처럼 동전처럼 발권비용이 안 들고, 사용하기 간편하며, 흐름, 통계, 기록 등이 유리알처럼 투명하다. 국가 입장에서는 모든 화폐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100% 과세가 가능하고, 위변조 및 자금세탁 등 범죄에 사용될 소지가 거의 없다. 지하경제라는 것도 아예 존재할 수도 없다.
반면에 이를 악용하면 정부나 금융통화당국이 민간의 모든 경제활동을 실시간으로 사찰·통제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개인이 사용 중인 디지털화폐를 사용할 수 없도록 잠금 조치(Lock)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들은 ‘빅빅빅 브러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경제활동의 모든 것인 화폐를 100% 감시, 통제받는데 이 보다 더 완벽한 동물농장은 있을 수 없다. 또한 기존의 화폐개혁과는 비교도 안되는 강력한 힘이 중앙정부에 쏠리게 된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지러운 정국을 일거에 뒤집으며 국민들을 꼼짝 못 하게 예속(隸屬)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국가로서는, 행정 편의적인 유혹에 빠질 수 있는 매력적인 제도이다. 이보다 더 좋은 강력한 통제 수단은 없다.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는 북한의 이른바 장마당도 꼼짝 못하게 할 수단이 CBDC이다. 그래서 중국을 비롯한 몇 나라들이 슬슬 운을 띄워보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중국은 안면인식 식별가능한 CCTV로 통행자까지 감시하는 나라이니 오히려 CBDC를 안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들도 실행 단계에서는 망설여지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서울경제에서 “중국이 CBDC 방식으로 위안화를 발행하려는 이면에는 모든 위안화 거래 내역을 컴퓨터를 통해 감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면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중국인 부자들이 (자국 내 과세와 자본통제를 피하려고) 글로벌 금융망을 통해 돈을 해외로 빼내는 국부유출이 일어날 수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중국은 이런 문제의 해법으로 위안화를 CBDC로 발행해 모든 위안화 거래자들의 실명과 거래 내역을 추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공산주의, 1인 독재 전체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CBDC가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고, 국민들의 반대와 저항으로 중앙 법정 화폐로서의 전면적인 대체는 불가능해 보이고, 충전식 체크카드 처럼 일부 기능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는 보인다.
가상화폐, 디지털화폐 장점도 단점도 많고, 그동안 탈도 많았다. 이제 살릴 것을 살리고 정리할 것은 정리해서 새로운 경제시장, 새로운 수단으로 국민과 국가에 득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기존의 가상화폐 생태계와 제도권금융, 그리고 정부가 합심하여 하나씩 발전시켜야 하는 중요한 기로(岐路)에 서있다.
박대석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