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빈센트와 함께!
<프롤로그>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37년의 짧은 생애였지만 가장 유명한 불꽃의 화가로 남아있다. 초기 작품은 어두운 색조의 작품이었고, 후기 작품은 표현주의의 경향을 보였다. 고흐의 작품은 20세기 미술 운동인 야수 주의와 독일 표현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도 빈센트의 그림을 보면 인간애와 자연의 생동감을 통해 많은 영감이 떠오른다. 그것은 농부들의 정직한 노동, 태양과 별들의 찬란함, 들판과 꽃들의 외로움이다. 영화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 2017>는 빈센트의 화풍이 재현된 무려 5만 6천 장의 수려한 유화가 동원된 놀라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빈센트의 인생을 생생하게 그의 그림으로 느낄 수 있다. 살아생전 800여 점의 작품을 남겼지만, 단 한점(붉은 포도밭:당시 400프랑/20만 원에 판매/모스크바의푸시킨 박물관 소장) 밖에 작품을 팔지 못해 궁핍한 생활을 했던 그였기에 더욱 애환과 예술에 대한 사랑이 가슴 속 깊이 공감이 된다. 빈센트는 “난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라고.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빈센트와 함께!
<영화 줄거리 요약>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가 자살로 세상을 떠난 1년 후의 아를에서 시작한다. 아를의 우체국장인 ‘조셉 룰랭’의 아들인 ‘아르망 룰랭’은 아버지로부터 심부름을 하나 맡게 된다. 빈센트의 마지막 편지를 그의 동생 ‘테오’ 에게 직접 전달해달라는 것이다. 아르망은 마을 사람들이 빈센트에 관해 수군거리는 것 때문에 그 심부름이 내키지 않지만, 아버지의 설득에 연락이 닿지 않는 테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파리에 도착한 그는 빈센트가 주로 물감을 샀던 재료상인 페르탕기와 만나지만 그에게서 테오도 빈센트가 세상을 떠난 뒤 수개월 후에 죽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런데도 아르망은 편지를 테오의 미망인에게 전달하기 위해 빈센트와 친했던 가셰 박사를 만나러 오베르로 간다.

아르망은 오베르에 도착하자마자 가셰 박사를 찾았으나 그는 파리로 출장을 간 상태였고, 어쩔 수 없이 아르망은 빈센트가 묵었다는 라부 여관에 짐을 풀고 가셰를 만나기 전까지 빈센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여관 주인의 딸인 아들린 라부, 가셰의 가정부인 루이스 슈발리에, 가셰의 딸인 마르그리트 가셰, 오베르의 뱃사공, 마제리 박사 등을 만나며 아르망은 빈센트의 마지막을 조립해나간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는 미치광이였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천재로, 빈센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천차만별이었다. 아르망은 빈센트에 관한 수많은 해석에 흔들리고 이틀 후 가셰 박사를 만나며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빈센트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베르의 인물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해석으로 인해 영화는 다분히 미스터리의 성격을 띠게 된다. 인물들의 회상 장면은 흑백으로 그려지는 데 그로 인해 모든 플래시백이 같은 질량을 갖게 된다. 어느 한 명의 진술이 분명히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진술이 모호하게 축적된다. 빈센트의 생애는 결국 수많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려지게 된다.

하지만 빈센트가 오베르에서 죽기 전에 그린 그림 중 하나인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밀밭에서 아르망이 가셰의 딸 마르그리트를 만나면서 이야기의 초점은 다르게 흘러간다. 아르망은 그녀에게 빈센트의 타살 가능성을 주장하지만, 그녀는 그가 총을 맞아 죽었든, 외로움을 못 이겨 자살했든 결과는 다르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당신은 그의 죽음에 대해 그렇게나 궁금해하면서 그의 삶에 대해선 얼마나 알죠?”라고 묻는다. 아르망은 “많이 노력했단 건 알아요. 뭔가를 잘 할 수 있단 걸
보여주려고….”라고 대답한다. 서사의 방향은 그 순간 그의 죽음에서 삶으로 바뀐다. 다음 날, 아르망은 드디어 가셰 박사를 만난다. 그리고 그에게서 수많은 소문이 둘러싼 단 하나의 진실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아서 각자의 상상으로 채워졌던 장면들이 가셰의 이야기 속에서 분명해지면서 결국 그런 최후를 선택해야만 했던 빈센트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빈센트와 함께!
<관전 포인트>
A. 이 영화의 제작 배경은?
<러빙 빈센트>는 전 세계가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바탕으로 기획부터 완성까지 총 10년이 걸린 전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반 고흐의 주요 걸작들은 특유의 강렬한 유화 필치로 스크린에 구현된다는 놀라운 기획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전 세계 관객들을 설레게 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영화의 제작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4천여 명의 화가 중, 오디션을 통해 뽑힌 107명의 화가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직접 그린 62,450점의 유화로 완성된 <러빙 빈센트>는 애니메이션의 칸 영화제라 불리는 프랑스 안시(Annecy)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받아 작품성과 대중성을 입증했고, 제20회 상하이 국제영화제 금잔 애니메이션상을 수상,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영국의 국립 미술관으로 반 고흐의 걸작들이 전시된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공식 상영됨은 물론, 해외 유수의 매체들에 호평을 받아 걸작임을 증명했다.

B.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은?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1853>: 고갱과 다툰 뒤 자신의 귀를 자른 사건 이후 생레미의 요양원에 있을 때 그린 작품으로, 밤하늘은 무한함을 표현하는 대상이었다. 그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라고 얘기하곤 했다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에서 빈센트는 “나는 불빛 아래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라고 테오에게 얘기했다.
@<해바라기/Sunflowers, 1888>: 프랑스 아를(Arles)에서의 시기에 그려졌으며, 해바라기는 태양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는 영혼의 꽃이라 할 수 있고, 꽃의 섬세함을 포착하면서도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빛과 색채를 통한 감각과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를 ‘태양의 화가’라는 호칭을 안겨준 중요한 작품이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 1890>: 독특한 더블 스퀘어 크기의 캔버스 구성 작품으로 자살하기 직전에 그려졌다. 표면에서 요동치는 빠른 필치로 거칠게 그려진 어둡고 낮은 하늘과 불길한 까마귀 떼,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전경의 세 갈래의 갈림길은 자살 직전 그의 절망감을 강하게 상징하는듯하다.

C. 반 고흐의 죽음은?
빈센트는 동생 테오의 결혼과 조카가 태어난다는 희망에 일시적으로 병이 호전되지만, 결국 자신이 동생 테오에게 짐이 될 뿐이라는 자괴감으로 그는 37세인 1890년 7월 27일에 밀밭에 나가 가슴에 리볼버 권총을 당겼다. 그는 즉사하지 않고 라부 부부의 여인숙으로 돌아와 이틀 뒤 동생 테오가 바라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반 고흐가 죽은 뒤 테오의 건강도 급속히 악화되어 6개월 뒤 위트레흐트에서 사망했다. 테오의 부인은 660여 통의 고흐의 편지를 책으로 발간하여 또 다른 명작을 만들었다.

D. 반 고흐가 자화상을 많이 그린 이유는?
빈센트는 무려 40~50개의 자화상을 남겼는데, 그는 궁핍한 생활로 모델료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인체를 심도있게 연구하기 위해 자신을 대상으로 자화상을 그렸다고 한다 . 자화상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그림마다 전부 그 순간 자신의 마음들의 느낌들이 나타 난다. 고흐 자신은 이 자화상을 수도자의 마음으로 그린다고 할 정도로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완성하고 그 결과 지금까지도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받고 인정 받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E. 반 고흐를 기리기 위해 만든 곡은?
돈 맥클린(Don Mclean)의 Vincent(Starry Starry
Night, 1971):Starry, Starry Night/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Look out on a summer’s day/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별이 빛나는 밤, 팔레트에 파란색과 회색을 칠하고, 한 여름날의 밖을 내다봅니다, 내 영혼의 어둠을 꿰뚫는 눈을 통해 말이죠)
Shadows on the hills/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언덕 위의 그림자들, 나무와 수선화를 그려봅니다. 산들바람과 겨울의 추위를, 눈처럼 하얀 린넨 화폭 위에 색을 담습니다) Now I understand/What you tried to say to me/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Perhaps they’ll listen now(이제야 난 알았습니다. 당신이 내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맑은 영혼을 가지려 얼마나 당신이 고통스러워했는지, 그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죠, 어떻게 듣는 줄 몰랐을 거예요, 아마도 이제는 들을 거예요)

Starry, Starry Night/Flaming flowers that brightly blaze/Swirling clouds in violet haze/Reflect in Vincent’s eyes of China blue/Colors changing hue/Morning fields of amber grain/Weathered faces lined in pain/Are soothed beneath the artist’s loving hand(별이 빛나는 밤, 불꽃처럼 환하게 타오르는 꽃들, 보랏빛 실안개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구름, 빈센트의 연회 청색 눈에 어리네요, 색조를 바꾸는 물감, 황금색 이삭의 아침 들판들, 고통으로 주름지고 바래진 표정들이, 화가의 사랑스러운 손길 아래서 위로를 받습니다) For they could not love you, love you/But still your love was true/And when no hope was left in sight/on that
starry starry night/You took your life a lovers of ten do/But I could have told you Vincent/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그들은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사랑만은 여전히 진심이었습니다. 가슴속 어떤 희망도 남아 있지 않던 바로 그 별이
찬란하게 빛나던 밤에, 연인들이 종종 그렇듯 당신은 그렇게 인생을 마감했죠. 하지만, 난 이 말을 해줄 수 있었습니다. 빈센트, 이 세상은 당신만큼 아름다운 사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요)
Starry, starry night/Portraits hung in empty halls/Frame-less heads on nameless walls/With eyes that watch the world and can’t forget/Like the strangers that you’ve met/The ragged men in ragged clothes/The silver thorn of bloody rose/Lie crushed and broken on the virgin snow(별이 빛나는 밤, 텅 빈 복도에 걸려 있는 초상화들, 이름 없는 벽의 액자도 없이 걸려있는 얼굴들은, 이 세상을 응시하는 잊을 수 없는 눈을 가졌습니다. 당신이 만나온 그 낯선 이들처럼 남루한 옷차림의 초라한 사람들, 피처럼 붉은 장미의 은빛 가시는, 순결한 눈 위에 부서지고 뭉개져 놓여 있습니다)
Now I think I know/Oh, What you tried to say to me/How you suffered for you sanity/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They would not listen they’re not listening/Still Perhaps they never will(이제 난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이 내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당신의 맑은 영혼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또 얼마나 자유를 갈망했었는지. 그들은 듣지 않았겠죠, 여전히 듣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영원히 그럴 테죠)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빈센트와 함께!
<에필로그>
<러빙 빈센트>에서 고흐의 그림들이 꿈틀대고, 그가 살았던 주변 지인들이 그림으로 생명을 얻어 눈과 입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율이 느껴질 정도의 강한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전기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어빙 스톤(Irving Stone)’의 “빈센트 반 고흐:이 책은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영화 <열정의 랩소디, 1956>”의 원작소설에서 고흐를“자연에는 폭풍의 드라마, 인생에는 고통의 드라마: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는 예술이 곧 운명이었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는 그의 전 존재의 폭발이자 고통과 환희의 생의 절규였다. 그의 생애는 한 영혼의 소진이요, 한 정신의 비극이었다. 그는 세속의 삶은 거부되었지만, 그림 속에서 자신을 구하고 마침내 자신을 불살라 버렸다”라고 피력하였다. 영화를 통해 빈센트의 삶과 예술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러빙 빈센트>나 ‘마이클 잭슨’의 사후 홀로그램을 통한 공연 방식을 보면서, 과거의 소중한 유산을 현재에 재해석하고 음미하여,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에 투영하여 더욱 슬기로운 삶을 사는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