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칼럼] 억만장자 열정 1순위와 세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억만장자들의 1순위 관심사는 의외로 자선이다. 한국은 세계 기부지수가 60위다. 홍익인간의 나라로서 초라하다.
유대인은 자선을 최고의 덕(德)으로 삼고 실천한다. 한국은 부채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세 부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 기업과 부자들이 자발적인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정부도 황금알을 낳는 기업과 부자를 보호해야 한다.
용어설명 : 기부(寄附, donation)는 일반적으로 자선이나 대의를 목적으로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을 말한다. 이를 ‘자선,’ ‘박애,’ ‘나눔’ 등 다양한 용어로 함축해서 표현한다. 이에 상응하여 영미권에서는 일찍이 ‘채러티’(charity) 혹은 ‘필란트로피’(philanthropy)와 같은 용어가 사용되어왔다.
▲ 돈은 목적이 아니라 중간 목표이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幸福)이다. 행복은 각자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느끼고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인생의 목적은 어려서 정할 수도 있지만, 정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의사가 돼서 가난한 사람을 치료하는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정한 사람은 청년 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를 가고, 의사가 된 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을 치료해주려면 병원도 필요하고 의약품도 필요하다.
즉 돈이 필요한 것이다. 의대에 합격하고 병원 세울 돈을 확보하는 것이 중간 목표다. 돈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돈을 버는 것이 인생의 목적인 양 착각하고 허우적거리며 산다. 대부분 뚜렷한 목적 없이 살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외(國內外) 부자 보고서를 보면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국내 부자 보고서는 주로 금액으로 부자 기준, 그들이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 중심으로 작성되었다. 반면 해외 부자 보고서는 많은 부분을 부자들의 관심사, 취미, 열정, 자선활동 등에 할애한다.
▲ 부자의 기준, 10억 달러 이상은 2,825명
부자(富者)란, 돈과 같은 재산이 많은 사람을 말한다. ‘돈이 곧 힘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이상향이 되었다. 돈에 환장해서 돈의 노예가 되면 ‘자낳괴’라고 한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는 말이란다.
현재가치로 약 4080억 달러 (한화 약 491조)를 지닌 거부(巨富) 존 데이비슨 록펠러 회장이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한 기자가 “도대체 얼마만큼의 돈이 충분한 것입니까?”라고 묻자 록펠러는 “조금만 더요.” ( Just a little more.)라고 답했다고 한다. 돈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술 개발과 사업을 해서 돈을 벌 거나, 주식 등 투자를 해서 돈을 번다. 부자 친척에게 증여를 받거나 상속을 받기도 하고 부잣집 배우자를 얻는다.
백만장자(millionaire)는 한화 약 11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부의 대명사로 쓰였으나 물가 상승으로 그 수가 많아져 지금은 부자 측에도 못 들어간다. 그 대신 억만장자(billionaire)는 10억 달러로 한화 약 1조 1,00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사람을 말한다.
세계 부자 정보 제공회사인 WEALTH-X 2020. 6월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억만장자(한화 1.1조 원)는 2,825명이다.
미국경제 전문지 Forbes는 3월 블룸버그는 매년11월 10억 달러 이상의 부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의 ‘세계 부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에 따르면 1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4,680만 명(전체의 0.9%)이 전 세계 전체 부의 44%에 해당하는 158조 3,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자산 100만 달러 이상 부자는 74만 1,000명이며, 글로벌 자산가 상위 10% 안에 드는 부자는 1만 2,308명, 1% 안에 드는 부자는 806명으로 집계됐다.
KB경영연구소 발간 ‘2020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 자산가는 324천 명,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자산가는 24천 명, 300억 원 이상 초고 자산가는 6.4천 명이다.
▲ 최고 부자들의 관심 사항은 1순위가 자선이다. 자수성가한 부자가 통 큰 기부 한다.
WEALTH-X 2020. 6월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억만장자 가운데는 50.9%, 순자산이 3,000만 달러가 넘는 초고액자산가(UHNW) 중에도 가장 많은 36.4%가 1순위 관심사이자, 취미활동으로 자선활동을 들었다.
억만장자들은 자선행위를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도 형편대로 자선을 할 때 가장 행복한 것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가장 많이 언급된 자선활동 분야는 교육이 78.0%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사회서비스(61.0%), 헬스케어·의학연구(59.4%), 문화예술(55.2%)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 19 사태를 이유로 기부를 하거나 약속한 억만장자 가운데 금수저 비율은 7.0%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71.3%가 코로나 19 사태 대응을 지원하고 나섰다. 일부 물려받은 재산을 기반으로 억만장자가 된 이들 가운데는 21.7%가 동참했다.
지난 5년간 1회 기부에 100만 달러 이상을 쾌척한 억만장자를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자수성가형이 61.3%로 기부에 가장 적극적이었고, 금수저는 11.5%로 가장 소극적이었다.
글로벌 거부들의 통 큰 기부행위가 어쩌다 가끔 하는 선행이 아니다. 억만장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늘 하는 일인 것이다.
Wealth-X는 코로나 19 사태에 앞으로 더 많은 억만장자들이 기부활동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회적 요구와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다.
▲The Giving Pledge 210명 5천억 달러 기부
더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전 세계 대부호들이 사후나 생전에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을 약속하는 운동으로 2010년에 시작되었다. 23개국 210명의 개인이나 커플들이 합쳐서 최소 약 5,000억 달러의 기부를 약속했다.
설립자인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을 제외하고도 페이스북의 설립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모터스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 등이 현재 회원으로 있다.
“내 주식의 1%를 나를 위해 쓴다고 해서 내가 더 행복해질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나머지 99%는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한 말이다.
그는 전 재산의 90%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한 ‘기부천사’다. 2006년 이후 370억 달러(약 44조 600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버핏은 올해 팬데믹 사태와 실적 부진에도 기부 약속을 지켰다.
이 결과, 그의 억만장자(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순위가 한때 역대 가장 낮은 8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나은행 2020 Korean Wealth Report에 따르면 국내 부자들은 현재 보유한 자산 중에서 약 3.2%를 기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주요 기부 대상은 국내 사회복지 또는 자선단체(55.6%)였으며 그 외 학교, 장학재단 등 국내 교육단체(12.8%), 국회의원 후원금을 포함한 국내 정치(7.7%)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본 조사에서 종교단체 기부는 제외하였다.
▲ 기부는 투자
워런 버핏은 투자왕이라고 하지만 기부왕으로도 부른다. 그는 젊어서 번돈을 기부를 위하여 아낌없이 사용한다. 그는 “오늘 누군가 앉아 그늘에 쉴 수 있는 것은 누군가 그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라 말한다. 워런 버핏이 추구하는 가치를 잘설명하는 말이다.
기부라고 하면 먼저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의미인 자선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복지 사업을 떠올릴 수 있다. 물론 기부 영역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복지 분야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기부는 사회복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화·예술·과학·법률·인권·각종 제도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의 발전을 위해 기부를 할 수 있다.
결손 가정 후원 사업에서부터 최고급 콘서트홀의 시설개선 사업에 이르기까지 사회 모든 영역이 기부 대상이다.
많은 사람이 기부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나 관심만 있으면 소액으로도 자신만의 분명한 철학을 담아 뜻깊은 기부를 실천할 수 있다.
또 기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일이 아니라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한 자신과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다.
기부를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게 되고 자신이 꿈꾸는 세상도 찾아가게 되며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기부는 곧 나를 위한 투자나 다름없다. 기부는 하면 할수록 사람을 겸손하게 하는 힘이 있고 주위의 사람들을 더욱 존중하게 만들어 준다.”
▲ 유대인은 자선의 덕(德)을 으뜸으로 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민족으로 유대인을 꼽는다. 그들은 전 세계 인구의 0.3% 정도지만 세계의 70%에 해당하는 부를 가지고 있다. 세계 1위 국가인 미국의 경제 역시 2%에 불과한 이들의 손에 좌지우지된다.
유대인들은 돈에 관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깍쟁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돈을 벌 때 얘기이지 돈을 쓸 때는 좀 다르다. 돈과 관련된 유대인 문화의 큰 전통 중 하나는 자선이다.
유대인들은 자선을 종교적인 의무로 알고 즐거운 마음으로 실천한다. 실제 유대인들은 ‘큰돈을 벌어 사회에 환원하는 전통’이 뿌리 깊다.
유대인은 인간이 베풀 수 있는 덕 중 자선의 덕을 으뜸으로 친다. 나라를 잃고 2,000년 동안 온 세상을 헤매던 유대인 공동체가 아직 까지 존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의 하나는 그 구성원들이 서로 어려울 때 도왔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는 그해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자선 사업가 50명을 매년 뽑는데 2%에 불과한 유대인이 30% 이상을 늘 차지한다.
마이모니데스가 쓴 수많은 글 중 지금도 널리 읽히는 것의 하나가 ‘자선의 8단계‘이다. 똑똑한 유대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어려서부터 이를 가르친다.
마이모니데스에 따르면 자선 중 가장 낮은 8단계는 불쌍해서 주는 것이다. 거지에게 주는 동냥이 이에 해당한다.
그 위는 7단계는 자선을 선으로 생각해서 주기는 하지만 인색하게 주는 것, 6단계는 달라기 전에 미리 주는 것, 5단계는 자발적으로 충분히 주는 것이다.
4단계는 자신은 알리되 받는 사람은 알리지 않고 주는 것, 3단계는 자신은 감추되 받는 사람은 알리고 주는 것, 2단계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알리지 않고 주는 것, 그리고 마지막 1단계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주거나 무이자로 빌려줘서 그 사람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가난한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유대인들은 어린 자녀에게 2개의 저금통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하나는 저축 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저금통, 또 하나는 가난한 사람을 해 동전을 모으는 자선 박스 (히브리어로 ‘프시케’)다.
그들은 하루 중 수시로 프시케에 동전을 넣는다. 프시케는 이들이 가장 처음 시작하는 자선 행위이면서 평생의 기부습관을 만들어 주는 관습이다.
이건희 회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였던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지난 25일 78세를 일기로 운명하였다. 이건희 회장은 무노조 경영 등 일부 평가가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을 일류국가로 진입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자명하다.
다만 이 회장을 비롯한 한국의 부호들이 유대인 등 서구 부호와 비교하면 자선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점이 있다. 이제 후진들이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할 부문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자선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 MS 이사회에서 지난 3월에 떠난 것과 비교하면 한국 대부호들에게는 아쉬운 점이다.
▲ 점점 늘어나는 과한 세금
문재인 정부 들어서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로 돈 쓸 일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은 저성장, 마이너스 성장 기조에 들어가 있다. 세원이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리기 힘든 상태이다.
그런데 경기도 안 좋은 상태에서 정부는 지난 2년간 24.9조 원의 세금을 더 거둬들였다. 그러나 정부는 늘어나는 씀씀이를 메꾸기 위하여 앞으로도 여기저기서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한다.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을 추진하는 ‘배당 간주 소득세(이하 유보 소득세)’에 대한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한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재산세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에 따른 이중과세, 미실현 이익 과세 등에 대한 저항 기류도 만만치 않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내년 4월부터 하향 조정하려 하자 이른바 동학 개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미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50%의 부담은 사업승계를 통한 기업의 영속적인 발전은 물론이고 저축과 투자 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혀 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두 달 후 최종 과세금액이 확정되면 각각 2,000억 원과 1,000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무려 상속세가 10조 원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한국 반도체 회사가 세금 때문에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급기야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종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본자산액을 1억 원으로 하기로 하자고 하였다. 기본자산의 4배(4억 원)까지만 상속·증여할 수 있고 초과하는 상속자 산은 모두 기본자산제 재원으로 정부가 활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번 돈 중 4억 원만 빼고 모두 국가가 가져간다면 누가 머리를 싸매고 공부할 것이며, 힘들게 청의성을 발휘하려 하며 머리 아픈 사업을 누가 하려 할 것인가? 두고 두고 세금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닭을 통째로 잡자는 우매한 생각으로 보인다.
29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대표(58)는 회사 지분을 모두 팔고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민을 준비 중이다.
보유 재산을 자녀에게 승계하면 최고 50% 세율이 적용돼 약 340억 원에 달하는 상속·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서다. 싱가포르에는 상속·증여세가 없다.
▲ 과도한 세금 부담, 황금알 낳는 닭을 잡는 것과 같다.
높은 상속세 부담에 가업승계를 포기한 채 회사를 매각하는 중견·중소기업 오너가 늘고 있다. 상속세 부담이 없는 싱가포르 모나코 등으로 이민 가려는 기업인도 줄을 잇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중견·중소기업 가운데 매도 희망으로 등록한 기업 물건 수는 2016년 275건에서 지난해 382건으로 38.9% 늘었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 들어서도 170개가 넘는 기업(8월 기준)이 매물로 나왔다.
이 중 상당수는 승계를 포기한 기업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사모펀드(PEF)들이 창업주가 고령이면서 승계를 포기한 업체를 찾아다니며 매각을 권유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이미 상당수 중소·중견기업이 승계를 가로막는 높은 벽에 부딪혀 매각 절차를 밟았다.
1973년 설립하여 한때 콘돔 시장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던 중견업체 유니더스와 세계 1위 손톱깎이 회사이던 쓰리세븐도 창업주가 사망하면서 약 150억 원의 상속세가 부과되자 유족은 승계 대신 지분 매각을 택했다.
밀폐 용기 제조업체 락앤락, 온라인 화장품 판매업체인 에이블씨앤씨 등도 상속세 문제로사모펀드 등에 지분을 넘겼다.
국회예산처가 27일 발간한 ‘2020 조세 수첩’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네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증여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6월 발간한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서 “21대 국회에서 명목 상속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고율 상속세가 납세자의 탈법을 조장하고 저축과 투자, 사업 승계를 통한 기업의 영속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해외 주요국과의 면밀한 비교·검증을 바탕으로 상속세율 인하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가뜩이나 다른 나라에 비하여 세 부담이 큰 상태에서 추가로 기업에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내일은 어찌 되든 알 바 없이 오늘만 살자는 말과 같다.
나랏돈 쓰는 학문을 재정학이라고 하는데 재정학의 전문가가 바로 국민의 힘의 지략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다. 그는 ‘영원한 권력은 없다’ 회고록에서 세금이란 존재는 위정자들이 뚝딱 만들어 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세금으로 망한 정권과 왕조가 어디 한둘인가? 세금의 역사는 정치혁명의 역사도 같아서 굉장히 조심히 다뤄야 한다고 말하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부가가치세로 촉발된 김재규와 차지철의 다툼으로 결국은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였다. 공감하는 말이다. 지출이 느니 세금을 당연히 늘려도 된다는 행정 편의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출도 줄이고 세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재정을 확보, 충당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부자와 기업은 물론이고 국민의 기부문화 활성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세계 기부 지수(World Giving Index, WGI)는 영국의 자선 지원재단(CAF)과 미국의 여론 조사 회사 갤럽이 조사하는 사람 돕기, 기부, 자원봉사 관련 지수이다. 2010년부터 15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60위이다.
2017년 기준 세계 기부지수를 OECD 회원국끼리만 비교해보면, 35 회원국 중에 기부지수 순위가 높은 나라는 뉴질랜드(4위), 미국(5위), 호주(6위) 순이었으며, 우리나라는 21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30위, 라트비아가 34위로 꼴찌였으며, 터키는 세계 기부지수 조사국에서 제외되어 순위에 없었다. 홍익인간의 나라인 대한민국의 기부 성적이 초라하고 부끄럽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먹고 살기 바빴고, 일어나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과 개인 그리고 국가가 모두 자선, 기부문화 활성화에 힘써야 할 때다.
자선행위를 하는 것이 인간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고 행복한 일이라고 억만장자들이 이미 오래전 부터 증명해 주지 않았는가?
2015년에는 미얀마가 세계 기부지수에서 1위를 한 적도 있었다.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 기부가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필요한 곳에 기부를 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정부 역시 기업들에게 세 부담이 과하지 않게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기업활동에 전념하고 부의 세습이 어느 정도 부담이 적은 선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인간이 불을 알면서 고기를 익혀 먹으며 뇌가 커지게 되었다. 뇌의 발달로 도기와 석기를 만들어 쓰고 사냥과 농사를 지으며 남자의 역할이 커지게 되었다.
잉여생산물이 생기면서 소유의 개념이 생기고 상속을 위하여 친자식을 확인하기 위하여 나만의 여자를 차지하려 한 것이 부부가 되기 위한 결혼의 시작이 듯이 상속은 인간 본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재정 부족의 일부분을 부자와 기업, 국민이 자발적인 기부로 충당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기부를 많이 하는 부자들을 존경해주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하라는, 홍익인간 이념이 교육법 법전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으면 안 될 일이다.
※ 필자의 의견은 한경닷컴의 공식적인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박대석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