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칼럼] 꼰대의 여러 가지 유형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의 변신에 관한 소식을 들으면 힘이 생기고 꿈이 생긴다. 85세에 소설을 쓰시는 분, 80세에 재혼을 하시고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 화랑을 운영하시는 전직 축구해설가 등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희망을 갖는다. 꼰대라고 외면하기엔 너무 아까운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다.

정년까지 보장되는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 전문적으로 부동산 투기까지 할 수 있는 공사 공단 직원들은 해당되지 않겠지만, 웬만한 직장인이나 전문가들은 50대 중반이 되기도 전에 은퇴를 고민한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는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말도 있었고, 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놈(오륙도)이라고 했다. 필자는 바로 그런 때에 회사를 나와서 현실을 고민하고 미래를 걱정하다가 우연히 좋은 책을 읽고 자극을 받아 강의를 하고 글을 쓰게 되었다.

요즘은 ‘늙은 꼰대’ 소리 듣기 싫어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배우고 영화를 본다. 비와 박진영씨가 함께 부르는 ‘나로 바꾸자’는 춤도 멋지고 가사도 새롭다. G-Dragon의 ‘오늘밤은 삐딱하게’를 들으면 진짜 삐딱하게 살고 싶다. 어차피 난 혼자였지. ㅎㅎㅎ 영화 ‘라이온 킹’, ‘정글북’, ‘굿 다이노’, ‘몬스터 주식회사’ 등을 보면서 영화제작사의 창의력과 극본 대사에 깜놀~~!! 대단한 도전과 깊이 있는 대사에 감동을 받는다.

늦은 저녁에 서울역 광장이나 종로 3가 파고다공원 뒷길을 가보면 많은 분들이 변변치 못한 안주를 놓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시간에 광화문과 종로 서점에 가 보면 또 다른 어른들이 계시다. 눈을 비비며 책을 고르다가 글자를 묻기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앉아서 읽는 책상을 모두 치운 바람에 책꽂이에 기대어 책을 읽는 어른들을 뵈면 마음이 아프다.

엊그제 지하철에서, 일본에서 온 젊은이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할아버지를 보고 일본어도 배우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부러운 젊은이들도 많이 있다. 그들의 도전과 열정이 부럽다. 현직 30대 은행원이 소설가로 문단에 등단을 하고, 어렸을 때 꿈을 ‘부자’라고 썼던 30대 여성이 미국 투자회사에서 수십 억대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78세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4년 후에 다시 도전할 거라는 공언을 하고, 국내 벤처 기업가들이 글로벌 시장에 문을 개방하고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경영자 모임의 한 회장께서 “정치인들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 고 묻는다.

꼰대에 대한 정의(定義, definition)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 듯 하다.

홍석기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