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형과 자본주의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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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당대회는 `로비 파티`
출처 : 한경닷컴 > 뉴스 > 국제
일자 : 2008년 8월 28일
미국 민주당은 전당대회 사흘째인 27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전당대회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는 초대형 정치 이벤트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기업들과 전문 로비스트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이를 선거 운동에 투입한다. 전당대회장이 로비의 천국으로 변하고 돈이 넘쳐 흐르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는 데 무려 4100만달러(약 443억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돈 지갑은 대부분 기업,이익단체,노조,로비단체,부유한 개인들이 열었다. 이들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올 전당대회에 기부한 금액은 모두 1억12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992년 대선 때보다 9배나 많다.
기부자 중에는 AT&T 비자 등 낯익은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기업들은 대개 수만~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후원하면서 전당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덴버에 본사를 둔 통신업체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는 양당 전당대회에 600만달러씩 기부했다. 공무원 노조는 50만달러를 민주당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의 대우는 기부 금액이 결정한다. 100만달러 정도를 내면 특급 대우다. 오바마가 7만명의 대의원과 당원,지지자들 앞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덴버의 인베스코필드(풋볼 경기장) 스카이박스는 거액 기부자들에게 제공된다.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마련하는 파티만도 1200회에 이른다. 자연스레 오바마나 매케인,의원들과 교류하며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을 로비할 수 있는 접촉면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나 이익단체 등이 이처럼 미 정당에 기부하는 금액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캠페인 파이낸스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05년 이후 173개사가 모두 1억5900만달러를 민주당과 공화당에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민주당에는 54%(8640만달러),공화당에 46%(7340만달러)가 돌아갔다.
CNN방송의 정치 분석가인 빌 슈나이더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주말 하루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전당대회를 나흘 일정으로 늘려 막대한 선거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 기사원문보기
책 제목 : 부와 민주주의
저자 : 케빈 필립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에 대한 책이다. 현대들어 미국에서 부의 집중도는 늘어가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만한 정치적 수단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을 정치적 평등으로 완화할 수있었고, 그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은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 정책 수립 및 결정을 위한 수단이 정치인이 아닌 중앙은행, 재정부 관료들, 은행가등과 같은 선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전문가들에 놓여있다. 시장 신학과 비선출직의 리더십이 정치와 선거를 대체하고 있다.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민주주의를 새롭게 할 것인지, 아니면 부가 새롭고 덜 민주적인 체제-다른 이름으로 하면 금권정치를 공고하게 만들 것인지의 기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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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탄압한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 낳은 집의 ‘맏이’이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그 집안의 ‘막내’이다. 처음에는 집안의 어른들이나 아이들도 맏이 우선이라고 해서 ‘민주주의’를 우선으로 대우 해주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차츰 커가면서 막내의 덩치가 커지자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큰 애야, 네가 양보하렴, 아무렴 형만한 아우가 있겠냐?’
그런데 막내는 장남처럼 사려가 깊지 않고 집안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생각만 한다. 점점 형인 ‘민주주의;를 무시하기 시작하고 부모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자 자본주의는 이기심과 결혼하였다.
민주주의는 아우인 자본주의에게 타이른다. ‘동생아, 부모님에게 너무 걱정시켜 드리지 마라. 네가 지금 커온 이유는 우리의 부모님인 자유와 평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는 너 개인만을 생각하는구나. 자유는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자유이고, 평등은 모든 사람은 똑같이 고귀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너는 이기적일 수있는 자유와 1달러 1표라는 돈앞에서의 평등만을 주장하는구나. 남을 좀 더 배려했으면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보기에 민주주의는 고리타분하다.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민주주의 형이 있는 ‘자유와 평등’ 집안을 뛰쳐나갈 것같지는 않다. 비록 좁고 낡았지만, 이 집을 부쉬면, 지금 담 밖에서 ‘공산주의’,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야생동물들이 자기를 뜯어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근근히 연명해가는 집안에 약간의 생활비와 체면치레를 할 지언정 ‘이기심’을 버릴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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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은 ‘자유’이다. 그러면서도 둘은 같이 가기가 어려운 면이 많다. 역사학자 윌 듀런트와 에이리얼 듀런트는 “부의 집중은 능력의 집중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이며 역사에서 정기적으로 반복된다. 부의 집중속도는 도덕과 법이 허용한 경제적 자유에 따라 다양하다. 최대의 자유를 허용하는 민주주의는 부의 집중을 가속화시킨다.”고 했다.
‘달러 한 장에 투표권 한 장’, 불평등은 현금이 추동하는 시장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 많이 소유할 수록 더 많이 구매할 수있다. 구매행위는 시장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사업과 부가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대조적으로 민주정치는 구매가 아닌 투표가 핵심 행위이며, 조직된 자금력에 비해 열세에 놓여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상받을 수있는 틀을 제공한다. 하지만 요즘의 민주주의는 조금 모습이 달라진 것같다. 특히 미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