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기본기 만들기(12) : 말과 책임, 떠도는 말들에 대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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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왜곡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3.1절 기념사는 일제 강점에 대한 사과와 배상에 대한 요구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가져다 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날 열린 외교부장관의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일본 언론사의 한 기자는 “한국은 대통령과 정권이 바뀔때 마다 매번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데, 이것이 정상적인 국가관계인지 의문스럽다” 고 말했다.
위의 내용과 관련되어 말이 전달과정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 한번 살펴 보기로 하자.
“정상적인 국가관계인지 의문스럽다.” – 일본기자
“정상적인 국가인지 의문스럽다.” – 이를 옮긴 한국일간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 한국 군사평론가
이렇듯 말의 진실은 하나 이지만, 이것을 수용하는 개인 및 조직의 위치와 입장에서 변질되거나 심지어는 본문의 군사평론가 말처럼 전혀 다른 의미로 왜곡되기도 한다.
말의 파급성
어느 창업자의 실패사례를 소개 한다. IMF 관리체제 당시 그가 속한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 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을때, 어느 변화경영에 관련한 도서를 읽었는데 자신에게 도전을 심어 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불타는 갑판에서 뛰어 내려라.”
그는 이 말에 크게 용기를 얻어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이 분은 나중에 이런 한탄을 했다.
“갑판에서 뛰어 내렸더니, 상어가 우글거리더라.”
사업이란 상어뿐만이 아니라 폭풍, 암초 등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전에 철저하게 훈련을 하고, 생존을 담보할 만한 장비를 갖추고 뛰어 들어도 위험을 피해가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바다에 뛰어 내린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사업의 실패는 개인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주변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 신용불량자에다가 이혼 등으로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는 흔할 지경이다. 노숙자, 도피자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물론 인생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옳은 얘기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큰 도전정신을 심어주고자 의도한 저자의 말 한마디가 이렇듯 때로는 개인의 인생사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파급력이 있다는 사실도 간과 해서는 안될 일이다.
CEO와 말
CEO는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사원들과 이해관계자 들에게 공개되어 있다. 그래서 CEO의 말 한마디는 회사 분위기와 사원들의 사기에 그리고 관련된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말과 돌멩이는 한번 던지면 다시 돌이킬 수가 없다. 더구나 자신이 무심코 뱉은 말에 대한 상처가 자신에게 되돌아 온다는 사실은 CEO들이 명심해야 한다. 말은 늘이거나 줄일 수는 있지만 한번 입 밖으로 나오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특히 칼로써 입은 상처는 고칠 수 있지만 말로써 입은 상처는 고치기 어렵다는 점은 심한 얘기를 자주 하는 CEO가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실제로 이런 말의 상처를 입고 퇴사한 직원이 전직회사의 CEO에게 음해와 협박으로 보복을 시도한 경우도 있다.
위대한 CEO들은 겸손함의 덕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의 저자인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을 일궈낸 리더들의 특성을 ‘더할 수 없는 겸손함과 나서기를 싫어하며 말수가 적은 사람’ 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짐 콜린스가 위대한 기업의 하나로 꼽았던 킴벌리 클라크의 CEO인 스미스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겸손하며 부드러운 기질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눈부시다. 한 때 사양산업 업종이었던 제지회사 킴벌리 클라크를 세계 최고의 종이활용 소비재 회사로 탈바꿈 시켜 시장평균의 4.1배에 달하는 누적 주식수익률을 달성했다.
고객의 말과 불만 속에서 미래의 사업과 전략을 찾고 만들어내는 CEO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성공한 CEO들은 직원들과 고객의 말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인다. 시장과 산업의 큰 흐름을 바꾸었던 글로벌 기업의 성공 CEO들은 바로 고객의 작은 말에서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힌트를 얻었던 것이다.
말의 복수
우리는 동화 ‘양치는 소년’ 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소년은 마을사람들에게 늑대가 온다는 거짓말을 즐기다가 진짜로 늑대가 나타나 희생이 되고 말았다. 이 비극적인 소년의 이야기는 흔히 ‘거짓말하면 벌을 받는다’ 라는 도덕적인 교훈을 위해 인용된다. 그러나 이 우화는 말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 때문에 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 말의 박해 때문에 복수를 당한 것이다. 소년의 입술에서 ‘늑대가 온다’ 라는 말의 학대가 그에게 복수를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극이 동화속의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는데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점에서는 조금씩 이 양치기 소년의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 그를 낮추고 자신을 부각시키고자 의도하고 있으나, 자신 역시 타인들에게 부정적인 모습으로 회자되고 있슴을 어리석게도 잘 알지 못한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주변으로 본질과 실체에서 괴리된 유령같은 말들이 수없이 떠돌아 다닌다. 누가 말에서 진실을 박탈했는가? 바로 양치기 소년과 같은 이들이다. 늘 깨어있지 않으면 영원히 그 세계 안에 속수무책으로 갇혀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영원히 말의 진실을 붙잡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다시 일상으로
내가 던진 한 마디의 말이 타인에게는 큰 상처와 때로는 인생의 실패까지도 안겨 줄 수 있다. 특히 CEO의 말은 파급력과 영향력이 대단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와 상이한 가치관과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 한가지 만으로 타인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말하는 당신에게 불행이란 존재가 부메랑으로 다가 올 수도 있다. 그동안 말을 함부로 다루고 말의 진실을 박해했던 자신을 향해 말들이 복수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올바르고 훌륭한 CEO가 되려면 말에 대한 가치판단과 견해가 확실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인생의 최고경영자의 임기는 사회에 사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이다. 이제 얼마가 남았는지 한번 헤아려 보자. 적어도 그날이 내일이 아니라면 올바르게 사는 것을 포기하지 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