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梨花雨 흩뿌릴 제



계랑






배꽃 흩어뿌릴 때 울며 잡고 이별한 임


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지은이 : 계랑(桂娘). 여류시인. 부안의 기생. 성은 이(李) 본명은 향금(香今),
호는 매창(梅窓), 계생(桂生). 시조 및 한시 70여 수가 전하고 있다.
황진이와 비견될 만한 시인으로서 여성다운 정서를 노래한 우수한 시편이 많다.
참 고 : 梨花雨―비처럼 휘날리는 배꽃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배 꽃



홍해리





바람에 베혀지는 달빛의 심장
잡티 하나 없는 하얀 불꽃이네
호르르 호르르 찰싹이는 은하의 물결.



천사들이 살풀이를 추고 있다
춤 끝나고 돌아서서 눈물질 때
폭탄처럼 떨어지는 꽃이파리
그 자리마다 그늘이 파여 …



고요가 겨냥하는 만남을 위하여
배꽃과 배꽃 사이 천사의 눈짓이 이어지고
꽃잎들이 지상을 하얗게 포옹하고 있다
사형집행장의 눈물일지도 몰라



배와 꽃 사이를 시간이 채우고 있어
배꽃은 하나지만 둘이다
나와 내가 하나이면서 둘이듯이
시간은 존재 사이에 그렇게 스민다.




(시집『투명한 슬픔』1996)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閨怨(규원)



허난설 헌





비단띠 비단치마 눈물 흔적 쌓였음은
임 그린 1년 방초의 원한의 자국
거문고 옆에 끼고 강남곡 뜯어 내어
배꽃은 비에 지고 낮에 문은 닫혔구나
달뜬 다락 가을 깊고 옥병풍 허전한데

서리친 갈밭 저녁에 기러기 앉네
거문고 아무리 타도 임은 안 오고
연꽃만 들못 위에 맥없이 지고 있네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배꽃 지는 밤




도 종 환


어제 핀 배꽃이 소리없이 지는 밤입니다
많은 별들 중에 큰 별 하나가 이마 위에 뜹니다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소리없이 울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밤 가만히 제게 오는 당신의 눈빛 한줄 만납니다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배꽃




오 세 영



적막한 봄 밤


램프의 흐린 불빛 한줄기 내 비치는
창안을
갸웃이 들여다 보는 울 밖 배꽃가지의
글썽이는 눈빛,


싸늘한 달빛에
부엉이 울음이 젖고…….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박 목 월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慶州郡 內東面)
혹(或)은 외동면(外東面)

불국사(佛國寺)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다정가





이조년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은하수)이 삼경(三更-약 새벽 2시)일제

일지춘심을

자귀(새의 이름.두견새 .뻐꾹이 )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病)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배꽃 화르르 지고


김정란



그 언덕을 넘어가
당신을 거기서 보리라는 확신
애초부터 내게는 없어

내 가슴은 너무 가벼워서
벌써 산 사람의 것이 아냐

다만 살고 있기는 해
최소한의 물량 어쨌든 확보된 존재의 자리
방금이라도 꺼질 것처럼 위태하게 흔들리지만
어쨌든, 아직은 안전해, 대체로

그 언덕을 넘어가
거기 모든 것 공중에 떠 있고
배꽃 화르르 지지

stop.거기서.끝.이.야.더.이.상.못.가.

언제까지나 흩날리는 꽃잎들
공.중.에.서.의.유.예.

꽃잎들 꽃잎들 아픔 아주 가까이 스치고 지나가는 여리디여린 향기



당신은…… 오지 않아
다만, 내가 여기까지 온 것 뿐이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배꽃江



김명인





한 해의 배꽃도 가뭇없이 흘러가는 것이라면
지난 봄 나 그 江가에 잠깐 앉았었네
골짜기 비탈길 늙은 배나무 아래
꽃 맞춰 돗자리 펴고 꽃향기로 화전花煎 부치고
한두 점 꽃잎 띄워 몇 잔 소주도 걸쳤었네
미처 당도하기도 전에 바다를 보아버린 江물처럼
범람하던 배꽃 천지 그 환하던 물살이
꽃 진 뒤에 이어질 꽃의 긴 부재不在 잊게 했었네
배꽃 분분한 그 江가 넘치듯 웃음 출렁거려서
동무 하나둘 따라 서서 목청껏 노랠 불렀네
꽃 지운 자리마다 노래의 씨 오래오래 여물어갔어도
나 한동안 배꽃 江가로 나가보지 못했었네
홍수지듯 그 江 봄이면 또 범람할 테지만
올해의 노래 내년의 물길로 거스를 수 없다는 것
며칠만 흘렀다가 감쪽같이 사라진 江이
비로소 마음속 아득히 물꼬를 트며 흘러가네
저 신기루의 江가에서 나 배꽃 떨어진 뒤 처음으로
다시 떨리는 배꼽의 잔 잡아보네
이 잔 비워내면 마음도 몸도 바닥 드러낼 줄
안다 해도 나 어느새 주먹보다 굵어진
배꽃의 배꼽 성큼 베어무네
며칠 동안만 화사하던 배꽃 江가에서
나 배꼽 드러내놓은 채 환하게 웃었네, 웃고 있네



『문학동네』2004년 가을호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이화에 월백하고 - 달밤에 미친년처럼
내 고향은 먹골배라고 부르는 그 먹골 – 행정구역으로는 서울 중랑구 묵동이다
봉화산 주변이 온통 배밭이어서 먹골배로 유명했었다
지금은 신내동 아파트로 다 수용이 되어 두어집밖에 안 남았지만

아버지는 스무살 때부터 배농사를 지으셨다
한참 농사철에는 부뚜막의 부지깽이도 일을 하는 판에
나도 방학이나 일요일은 언감생시,
학교만 끝나면 죽어라고 배밭에서 일을 했다

배는 지금은 주로 장십랑 신고 단배 등으로 불리지만 그 종류가 참 많다
그 배 종류에 따라 다른지 개개의 배꽃 성숙도에 따라 다른지 몰라도
대부분의 배꽃 꽃술이 노란데 반해
사진처럼 붉은 놈도 있다
스무 군데 뒤지다 보면
붉은 것이 하나씩 나온다
지금 중부지방에 배꽃이 한창이다
야산등성이가 온통 배꽃으로 하얗다



배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에는 배꽃 필 때가 음력 보름일 경우다
배꽃은 한 일주일 정도 피기 때문에 보름 전후로 배꽃이 피기가 참 어렵다


달빛에 배꽃을 보면 미친 사람이 되기 쉽다
울다 웃다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올해는 4월 20일 일요일이 보름이니
이화에 월백하기에 몇년만에 오는 최적의 기회이다

옛날 이화에 월백하면서 그저 마냥 좋기만 해서 놀던 친구들은
지금은 다 어디로 갔는고
이 보름 날 밤 근처 지천인 배밭에 앉아
막걸리통 받아 놓고 세상을 논하고 싶지만
그럴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