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사람과 인연을 맺어 자주 만나던 중 사기를 당해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별 볼 일 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돈만 쓰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지나칠 듯 하다가 집어 들고 읽은 책이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누군가의 소개로 부탁을 받고 베풀어 준 은혜가 자식들에게 보상이 되돌아 오기도 한다. 참 묘한 일이다.



돈이 되고 이익이 되는 인연이 있고, 별 볼일 없이 인생을 낭비하면서 무의미한 관계로 이어지는 연분도 있다.

도움이 되는 인연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책과의 인연이다.



13년 전, 직장생활을 그만 두고 무슨 일을 하고 살까 망설이며 고민하던 시절에, 미국에서 우연히 읽은 책이, 90여 년 전, 나폴레옹 힐이 쓴 ”성공의 법칙(The Law of Success)”였다.

“이 다음에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를 하고 교육사업을 해도 돈이 되겠군.” 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다시 4년간 직장생활을 하게 되어 한동안 잊고 있었다. 최근 6~7년 동안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당시 베스트 셀러였던 하워드 슐츠의 “스타벅스, 커피한잔의 성공신화”도 밑줄 쳐 가며 읽었다. 최근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재기한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의 또 다른 책을 읽고 있다. 다음 주엔 그 책을 주제로 케이블 채널 TV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물론 소정의 강사료도 받겠지만, 또 다른 교육과정의 개발 소재가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500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엊그제 다 읽고 정리를 마쳤다.





둘째, 사람과의 인연이다.



공공기관이나 사회단체에 가서 강의를 하게 되면 일반 기업보다 강사료가 적다.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지며 망설이지만, 또 다른 기회와 가치를 생각하며 강단에 선다. 그 때 강의를 들으신 기업 경영자분들과 인연이 닿아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진다.

며칠 전, 어느 기업에서 아주 좋은 조건으로 강의요청이 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교육과정을 맡게 되었는데, 교육 담당자를 만나 보니 4년 전에 강의했던 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내 강의를 들은 대학생이었다. 오랫동안 잊지 않고 기억해준 그의 배려와 관심에 감사하면서 좋은 인연을 다시 이어가게 되었다. 상공회의소나 경총 등에서 만난 사장님들이 교육이나 강의 이외에도 더욱 좋은 인연을 만들어 주시니 이 어찌 소홀히 하겠는가?




셋째, 기회와 시간과의 인연이다. 이는 보이지 않는 인연 중에 으뜸이다.


2004년 1월, 한경닷컴의 어느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좋은 모임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그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거였다. 신문기자도 아니고 특별한 이해관계도 없는데 뭣하러 신문사 회의에 가야하나 망설였지만, 그래도 좋은 뜻이려니 하고 회의에 참가했다가 시작된 게 이 칼럼이다.

돈도 되지 않는 글을 뭐하러 고민하며서 쓰느냐고, 다른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쉬운 곳에 뭐하러 참여하느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8년 동안 쓰게 된 글은 연습의 場이었고, 또 다른 가치와 기회를 주었다. 한경닷컴 관계자분들께 감사할 뿐이다.


6년 전, 함께 일하던 김 박사님께서 책을 번역하자는 제안을 해 왔다.

“공고를 졸업하고 공장을 다니다가 공대를 나온 내가 무슨 경영관련 서적을 번역을 한다고?” 라는 생각도 하고 일말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영어 사전을 들고 도전을 했다. 영어 단어와 문장과 한글의 의미를 파헤치며 씨름을 하면서 그 분과 세 권의 공동번역을 하게 되었다. 경험과 실적이 함께 쌓였다.


올해 초, 어느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프랑스 INSEAD 경영대학원의 어느 교수가 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내용이 너무 좋아 무조건 번역 제안을 했다. 욕심이 앞서 혼자 하겠다고 계약을 하고 나서는 요즘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것같아 후회도 하고 마음이 약해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스스로 위안을 하고 위로를 하면서 반쯤 진행하고 있다. 올 여름엔 좋은 작품이 또 나올 것 같다.



“평생 이렇게 힘들게 영어공부를 해 본 적이 있나? 지금까지 한글이 이렇게 어려운 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지구촌 사람들이 이렇게 힘들게 살아 가는 현실을 이렇게 생생하게 느낀 적이 있을까?”


정말 좋은 기회를 만난 것이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요즘의 시간은 인생의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주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는 비결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용기와 진실과 무모한 도전의 조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질 때 그 인연은 만들어지는가 보다.

물론, 자기 돈부터 따지고 눈 앞의 이익만 생각하면 좋은 인연이 만들어질 리가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