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 왜 강한가(1)에서 이어집니다.



일본 기업 하면 흔히 도요타 소니 캐논 등 대기업을 떠 올리기 쉽다. 그러나 찬찬히 업계를 들여다 보면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은 중소기업에서 나온 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지방에 가보면 수백년 이상 한우물을 파온 무수한 향토 기업을 만날 수 있다. 이들 향토 기업은 공예품을 만드는 회사로부터 최첨단 항공기 부품을 만드는 회사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 이나 종업원들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공산품 이나 제조 장비의 핵심 부품은 거의 ‘일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앞서간다고 자신하는 디지털 가전 이나 IT(정보통신)관련 제품을 만드는 장비는 대개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이 잘 될수록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 향토기업이 수백년 이상 장수하는 비결은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한가지만을 꼽으라면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들 수 있다. 기술 개발과 독자적인 상품이야말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비책인 셈이다.



지난주 일본 중부 노도반도에 위치한 이시가와현을 다녀왔다. 1인당 GDP(국내 총생산)이 4만달러가 넘는 지역으로 일본 평균인 3만3천달러를 크게 웃도는 곳이다. 가나자와성 온천 등도 유명하지만 일본시장을 휩쓰는 전통 공예품도 수두룩하다. 불단 등에 쓰이는 금박 이나 도자기 제품은 일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전통주인 청주(니혼슈)중에서도 유명한 브랜드가 많다.



그중 몇개 업체를 소개한다. 청주 업체 후쿠미츠야는 지난해 화장품 사업에 신규 진출했다. 1625년 창업한 후쿠미츠야는 수작업으로 만드는 전통 방식의 고가 청주로 애주가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업체다. 현재 사장은 창업주의 13대 손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1인당 음주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젊은층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외국산 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히지면서 회사 존립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술을 만드는 발효 기술을 활용해 1백% 쌀로 만든 건강성 화장품을 개발했다.술을 만드는 사람들의 피부가 희고 매끄러운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 화장품 제조에 반영했다. 도쿄 중심지 긴자에 직영점을 냈으며 인터넷 판매도 시작해 불과 1년만에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후쿠미츠사장은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 사회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때 일본 국내시장의 80%, 수출품의 90%가량을 차지했던 가나자와 특산품인 구타니야키 도자기도 하이테크 기술과 결합,새롭게 태어났다.



기존 구타니야키는 금박과 산화철을 이용해 붉은색과 금색으로 전통적인 멋을 냈다.그러나 주력 수출 시장이던 미국 유럽 소비자들이 화려하고 컬러풀한 생삭을 선호하면서 1990년 이후 수출액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구타니야키 도자기를 생사하는 지역내 중소업자들은 이시가와현의 호쿠리쿠첨단과학기술원과 구타니야키 기술센터 등과 산학협동을 맺고 나노 기술을 응용한 무연(납성분이 없는)투명 색소를 개발,제품화에 성공했다.



나카다 연합회장은 ” 일본산 도자기의 해외 소비를 다시 늘리기 위해 소비자 취향에 맞게 새로운 재료와 디자인을 활용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전통 금박공예업체인 하쿠이치는 신기술 개발과 상품 다양화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여사장인 아사노씨는 1975년 회사를 설립, 전통 기술인 금박을 활용한 대중적인 상품 개발에 나섰다. 불단이나 공예품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지역 가내수공업자들의 일거리가 없어져 새로운 수요 창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사노사장은 금박기술을 건축자재,건강음료,생활 잡화용품 등으로 다양화해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었다.설립 당시 혼자였던 회사는 이젠 1백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중소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연간 매출도 2백억원에 달한다.



향토기업들이 성장하려면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자신만의 기술을 가져야 하고,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찾아야 한다.



정부측도 산학 협동을 통해 중소 기업이 부족한 자금 이나 하이테크 신기술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일본 중소기업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것은 기업, 대학, 정부간 원활한 협력 체제가 가동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제조업,왜 강한가(3)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