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붕어빵 장사밑천 필요한데…” 절절한 대출상담 줄이어



출처 : 한경닷컴 > 뉴스

일자 : 2009년 12월 25일



연 4.5%의 낮은 이자로 저신용자에게 창업자금 등을 대출해주는 미소금융 사업장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미소금융재단의 경우 사무국과 지점을 합쳐 총 10명의 직원이 상주해 있는데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3~4명씩 교대로 밥을 먹는다. 미소금융중앙재단 관계자는 “처음 대출이 시작된 16일부터 24일까지 4000명이 넘는 인원이 8개 지점을 통해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리미소금융 관계자는 “일주일이 지난 현재 방문자 10명 중 8명은 자격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가장 먼저 지점을 연 삼성미소금융재단의 경우 지금까지 1502명이 찾아왔다. 이 중 1차 상담을 통과한 고객은 251명으로 16.7%에 불과하다.



특히 창업자금(창업임차자금,프랜차이즈창업자금)을 대출받으려면 사업자금의 50%가 미리 확보돼 있어야 한다는 기준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상담자들이 많다. 부인과 함께 현대차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한 40대 남성은 “저소득계층 창업을 지원해 준다면서 창업자금의 절반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대출이 안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대해 중앙재단 관계자는 “100% 차입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낮고 무분별하게 대출이 일어나는 것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창업자금의 경우 자기자금 범위 안에서 대출한다는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1차 심사를 통과했어도 소상공인진흥원 등에서 사업 계획을 검토해 보고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대출받을 수 있다. 모든 과정을 거치면 실제 대출을 받기까지 3~4주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소금융 첫 대출자는 내년 1월 중순께나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책 제목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저자 : 무하마드 유누스



일반적으로 가난 퇴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자리의 창출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한 가지 유형의 일자리, 즉 봉급 근로자 유형만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어떤 경제학자도 자립형 노동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우리의 조상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손에 움켜쥐고 수렵이나 채취, 후에는 농업에 종사하였다. 이들은 이미 자립형 노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오늘 날의 경제학 교과서는 한결같이 자립형 노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이 점이야말로 우리의 일상 생활을 이해하는 데 편파적인 시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없다. 경제학자들은 과거 이 문제에 대해 한번도 진지하게 다루어 본 적이 없었으며, 사실 다루려 해도 정책 결정자가 이를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누스의 생각으론, 합당한 제도와 효과적인 조치가 동반되는 자립형 노동이야말로 실업과 가난 문제에 대항해서 싸울 수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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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누스의 그라민은행이 제공하는 소액대출은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여성들에게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있는 유일한 길이다.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절박한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면, 또 갚지 않는다면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방도가 없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거의 없으면서 구성원간의 영향력이 막강한 전 근대적인 공동체 생활이 방글라데시의 여인들에게는, 부자들이 은행에 맡기는 담보보다 더 강한 상환에 대한 압력이 된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유누스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금융소외자’에 대한 구제책으로 미소금융재단이 설립되었고, 드디어 업무를 시작하였다. 한국은 방글라데시보다는 부자나라라서 훨씬 더 큰 금액을 빌려주어야 할 것이다. 빌려주는 사람으로서는 부담이 되지만, 빌리는 사람으로서는 실질적인 도움이 않될 금액일 수도 있다. 게다가 금융지원을 받는 사람들이 이미 금융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라 미상환으로 인한 각종 금융제재에 대한 불이익을 무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미소금융재단의 용기에 다시금 이 사회가 따듯해짐을 느낀다.



한국의 미소금융재단이 성공하려면 재단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성공한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하고, 재단의 손실금이 감당할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익이 나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의 이자율 수준으로는 일단 수익성은 차후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했다. 게다가 이들중 창업을 위한 자금을 지원받는 사람도 있다면 그 위험 또한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상환을 해야 하겠다는 의무감을 심어주는 가이다. 한국은 유누스와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은 이미 방글라데시보다 훨씬 강력한 상환압박 수단이 있다. 주민등록번호만 치면 그 사람에 대한 거의 모든 자료를 검색할 수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방글라데시의 여인들이 거주이전의 자유가 충분치 않은 것이나, 한국사람들이 사회로부터 숨어들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재단과 그라민은행은 같은 수단만 남아있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그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겠다는 진심과 노력만이 재단의 성공 확률을 높여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소재단은 이제껏의 은행이 했던 것과는 다른 신용평가 수단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재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낮은 신용평가에 실질적인 재산도 극히 적다. 결국은 그 사람이 얼마나 생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살 것인가와 궁극적으로 이 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노력할 만한 사람인지가 평가의 주 항목이 되어야 한다.



기존의 은행 신용평가가 ‘이 사람이 혹시 의도적으로 상환하지 않을까’하고 인간의 ‘성악설’에 기초하였다면, 미소재단의 평가는 ‘세계는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성선설’이 평가의 근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소재단이 온 세계를 미소짓게 할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