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0) 남북교역 : 대동강맥주

난 술이 좋다. 하지만 술 자체가 좋아서 마시는 것은 아니고 마시는 분위기가 좋아서 마신다. 술 자체는 별로다. 술맛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칭다오맥주’와 ‘아사히맥주’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꽤 민족적인 듯 말하면서 정작 맥주는 그런 맥주마시는 사람들을 보았다. 내 막 입에는 그냥 맥주다. 그래도 대동강맥주는 마셔보고 싶다.

지금 남한에서 대동강맥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마구 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우선 수입이 금지된 북한의 맥주이다. 게다가 북한산임에도 불구하고 품질, 즉 맛이 매우 좋다는 호평이 나있기 때문이다. 대동강맥주의 설비는 영국 설비이고, 제조 공정은 에일 맥주 기법인데 독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생산한 라거 맥주라서 독특한 맛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시아 맥주치고는 쌉쌀한 편이며, 영국의 에일 맛과 비슷하다고 한다. 대동강 맥주는 2000년대 초반 중국을 통해 수입되어 국내에서 유통된 적이 있었지만, 2007년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수입이 중단됐다. 지난 2012년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한국 맥주 맛은 따분하다.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도 맛이 없다”고 써 국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대동강맥주는 연간 7만 킬로리터가 생산되는데 월평균 20만 병이 넘는 양이다. 흰쌀과 보리의 혼합 비율에 따라 번호를 붙인 7가지 종류가 있다. 알코올 비율은 5.5%라고 한다. 평양 시내 맥줏집에서 2009년 기준으로 500cc 한 잔에 북한 돈으로 180원 정도에 판매한다고 한다. 맥주집은 오후 3시 반에 문을 여는데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동강맥주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바로 북한에서 처음으로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상업광고를 만들었다.

일단 대동강맥주의 맛과 품질에 대하여 의심할 필요는 없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평판을 받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수입하는 가의 문제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치루고 난 이후에는 어느 인터넷 매체가 국내의 한 기업이 북한과 대동강 맥주 수입을 위한 가계약을 맺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5ㆍ24조치가 해제되면 대동강 맥주를 즉시 수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내가 대동강맥주의 사장이라도 지금 당장 남한의 기업과 반출계약을 하지 않겠다. 계속 뜸을 들이며 대동강맥주의 값을 올려놓는 게 정석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북한 대동강 맥주를 수입하게 해달라는 글이 올라왔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남한 기업의 입장에서 저리도 인기 있는 대동강 맥주의 남한 독점권을 받으려면 얼마 정도를 주어야 할까?

전제)

  1. 미국과 UN의 대북제재가 풀렸다.

  2. 남한의 독점권을 북한 대동강맥주로부터 받는다. (최소 2년)

  3. 남한의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설비와 원재료 공급능력이 있다.

  4. 남한 식약청의 검사 조건을 통과할 수 있다.


남한의 맥주 시장

– 맥주는 우리나라에서 소주와 함께 가장 많이 소비되는 주류임

– 2015년 기준 맥주 시장규모는 4조 6천억 원 (출고금액 기준)으로 전체 주류 시장의 49%를

점유하고 있음 (소주는 3조4천억 원으로 전체 주류의 35% 차지)

– 맥주 시장은 대기업 3사(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의 과점구조이나

3사의 출고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감소 추세

– ’15년 수입 맥주의 출고량은 국내 총 출고량 20.4억 리터 중 1.7억 리터 (8.4%)



대동강맥주의 시장성 추측

– 그간의 호평이 그대로 지속되고, 남한으로의 반출이 무관세 반입

– 남북한의 환율이 2018년 중순의 대략적 비율인 7:1을 유지

– 수입 맥주의 최대 점유율은 일본산이 27.1%, 독일산이 14.6%, 중국산이 11.5%

– 운송비 및 관세 가격 경쟁력이 충분함으로 일본산과 동등한 시장 점유율을 가정

– 매출액 예상 :

4조 6천억 원 * 수입 맥주 시장 점유율 8.4% * 일본 맥주 시장점유율 27.1% = 약 104억 원

– 104억 원 매출 시 북한 대동강맥주와 계약액 추정은 약 20억 원 정도



대동강맥주 측이 내놓을 만한 계약조건

– 남한에는 대동강 맥주 시장이 이미 충분히 있다.

-> 수입 맥주 시장점유율을 더 높인다.

– 남한에는 칭다오, 아사히, 버드바이저 같은 대동강 맥주 매니아가 있다.

-> 가격을 최대한 높여도 된다.

– 남한에서 계약물량을 높이면 가격은 낮출 수 있다.

->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진다.

내가 계약한다면 최소 5년 독점을 계약하면서 수입 맥주 시장점유율의 50% 유지하는 조건으로 하겠다. (시간이 지나면 대동강맥주가 수입 맥주라는 개념이 소비자들에게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럼 더 판매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50%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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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즈니스에 관한 강의를 10.31(수) 18시 생산성본부에서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www.kpcice.or.kr/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