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국 원전 컨소시엄 3개 중 하나인 Horizon도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작년 11월부터 도시바와 히타치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 중단 이야기는 계속 있었지만, 막상 신규 원전 컨소시엄 3개 중 2개가 중단되었으니 영국 정부도 큰 충격에 휩싸였는데 더 큰 문제는 딱히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Horizon은 일본의 히타치 GE가 ABWR(비등경수로)를 영국 웨일즈 윌바와 올버리 두 곳에 5.7GW 규모로 짓는 신규 원전 프로젝트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국내 시장을 잃은 히타치 GE가 마침 탈원전을 선언하고 퇴장하는 독일 전력업체인 Eon과 RWE의 컨소시엄을 2012년에 인수해서 6년 동안 3조 가까이 쓰면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영국 신규 원전 컨소시엄은 프랑스 EDF와 중국 CGN이 추진하는 EDF 컨소시엄, 일본 히타치가 추진하는 Horizon 컨소시엄, 그리고 일본의 도시바가 추진하던 Nugen 컨소시엄이 있다. 이중 Nugen은 한전을 우선협상자로 지정해서 인수협상을 하다가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작년 말 자금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업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현재는 EDF가 중국과 협력해서 Hinkley Point C에 신규 원전을 짓고 있는 EDF 컨소시엄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신규 원전 프로젝트의 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RAB(규제자산베이스)를 모델로 프로젝트를 위한 차입 장치를 제공하고 프로젝트 지분 1/3 정도 인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물론 이 RAB 모델을 법제화하려면 최소한 18개월이 걸리지만, 히타치의 결정적인 사업 중단 원인은 RAB 보다는 정부와 줄다리기한 CFD (차액 보전계약)의 Strike Price다. 영국 정부는 차입 장치를 지원하는 대신 Strike Price를 MWh당 75파운드씩 35년을 보장하겠다고 했고, 히타치는 EDF의 Hinkley Point C 수준(92.5파운드)을 요구했는데, 결국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도시바가 Nugen을 청산하고 히타치가 Horizon사업을 중단함으로써 영국 정부의 원전 정책에 빨간 불이 켜졌지만, 한전에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문제를 잘 풀 수 있어야 진짜 기회가 되는데, 안타깝게도 한전 역시 영국 정부 못지않게 해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의 두 원전 업체는 영리가 존재 이유인 사기업이다. 신규 원전 프로젝트의 기회비용이 너무 커지고 비교우위가 사라지자 이 사기업들은 주주들의 이해에 따라 사업을 포기하고 중단했다. 영국 정부에서 원자력 산업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현재 지원 패키지로는 사기업들의 영리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셈이다.

요사이 영국 전력 가격을 대충 비교하면 MWh당 도매 시장가 50파운드 정도, Hinkley Point C가 92.5파운드, Horizon이 75파운드, 해상풍력이 57.5파운드이다. 영국 정부는 몇 년 전 해상풍력을 육성하기 위해 초기 Strike Price를 150파운드 이상을 준 적이 있다. 결국 전기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시위가 일고, 정당의 선거공약에 전기요금 동결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재생 전력의 건설비 및 생산비가 점점 낮아져서 50파운드 대가 되었는데, 원자력만 75파운드 이상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 측면에서 보자면 Energy mix, 원자력 기반, 산업 육성, 환경보호, 고용창출, 수출입, 국제 시장 등 공익을 반영해서 정책적으로 고려할 부분이, Strike price로 대변되는 경제성 이외에도 많다. 사실 다른 걸 무시하고 기저 수요만 놓고 봐도 원자력만큼 환경비용 없이 잘 대응할 신뢰할 만한 좋은 에너지원은 아직 없다. 이런 원자력의 장점과 상황을 잘 알고, 합리적 실용이 몸에 밴 영국 사람들이 기회비용이 좀 높아졌다고 해서 갑자기 에너지 정책상 Energy Mix에서 원자력을 제외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공공부문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해서 신규 원전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Merchant Market 방식으로는 안되고 결국 Regulated Market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이를 반증하듯 공기업들인 프랑스의 EDF와 중국의 CGN은 추가 영국 신규 원전 사업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영국은 향후 원전 정책을 Centralized 된 대규모 원전보다 건설 전, 중, 후에 공정 및 운영, 해체의 과정 확인과 관리가 용이하고 따라서 공기 지연에 따른 막대한 비용, 때론 사업자 부도까지 절감되는 중·소형 원전 쪽으로 잡아 가는데, 이 경향은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될 것 같다. 왜냐하면 중소형 원전은 원전의 원천적 위험인 대규모 투자와 장기의 건설기간을 근본적으로 더구나 환경 친화적으로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Seller입장인 한국 정부는 탈원전과 달리 원전 수출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 프로젝트에 수십조원의 수출과 개발, 건설, 운영 및 보수, 해체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에 걸쳐서 수만 명의 좋은 해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우리 정부가 지혜롭게 강구한다면, 더구나 공기업인 한전이 한국에서 처럼 품질 좋은 전기를 값싸게 공급해서 공익을 선도한다면 같은 일이 영국이라고 안될 이유가 없고, 세계 어디든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한전도 서둘러서 상황 변화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만 볼게 아니라, 막대한 금융비용, 송변전 비용과 손실, 원전 설계, 검증, 건설, 확인에 소요되는 비용, 공기 지연 위험과 소비 입지에 따른 편익과 열병합이나 탈염, 제련 등 관련 시설과의 연계 및 원격지 전원 등 중·소형 원전의 전체적 편익을 고려하여 스탠스를 좀 더 유연하게 잡고 시장과 수요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중소형 원전 프로젝트를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최선의 방책은 영국 정부도 원전의 공익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한국 정부도 일자리 창출과 수출 지원 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전의 독자적인 금융 및  사업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가지고 양국 정부를 설득해서 사업을 리드해가야 한다.

물론 영어조차 안돼서 애써 지은 원자력 발전소의 유지 보수 계약 조차 다른 나라 업체에게 빼앗기는 상황에선, 상대국 언어, 법률, 제도를 이해하고 Opinion leader들을 접촉 설득해서 우리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은 언듯 보면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Proposal로 Project를 만들지 못하면 결국 Buyer의 Needs에 맞춰야 하는데, 프로그램이나 설득 노력도 없이 Seller가 자기 취향으로 무슨 일이 될까?

김동성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