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총무와 이케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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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7) 동호회 총무와 이케아 효과
1947년, 스웨덴에서 정말 조그맣게 시작한 이케아(IKEA)는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의 독특한 콘셉트와 혁신, 놀라운 추진력에 힘입어 글로벌 가구 공룡이 됐다. 이케아는 가구를 완성품 형태로 판매하지 않는다. 납작한 플랫팩(flat pack) 형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부품들을 제대로 조립해야 최종 완성품을 얻는다. 따라서 이케아는 적절한 품질의 가구와 생활용품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또 집에 와서 직접 해야 하는 일이 많다.
고객은 이케아 매장에 가서 원하는 제품을 선반에서 끄집어내 카트에 실어 계산대로 옮긴다. 계산대에서 돈을 지불하고 제품을 자신의 자동차에 실어 집으로 가져간다. 집에 도착하면 포장을 풀고 설명서를 보며 육각렌치를 이용해 부품들을 조립하여 하나의 가구로 만들어 나간다. 가구를 조립하는 아빠 입장에서 보면 남자의 수렵 본능, 제조 본능을 일깨워주어 가정에서 부인과 자식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준다. 아이 입장에서 볼 때도 완성품 가구는 아빠가 돈 주고 여러 물건 중 하나를 산 것이지만, 이케아 가구는 아빠가 만들어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구라고 인식된다. 즉 어려운 조립 과정을 통해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튼(Michael I. Norton), 툴레인대(Tulane University)의 대니얼 모촌(Daniel Mochon), 듀크대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 교수는 이케아 가구 조립처럼 직접 노동을 하면 결과물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labor enhances affection for the results) 인지적 편향 현상을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 불렀다. 자신의 노동력을 이용해 어떤 것을 조립하면 자긍심과 역량이 커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 중에서)
총무를 하다보면 사람들은 함께 모이고 같이 일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자주 느낀다. 고등학교 동기들과 체육대회를 1년에 한 번 정도 한다. 그럼 50-60여명이 모여서 축구, 족구, 탁구 등을 하고, 옆에서는 삼겹살을 구워먹는다. 그런데 적지않은 인원이다 보니 이것 저것 준비할 게 많다. 그럼 우선 해야할 일은 적어놓고, 이를 적당한 인원에게 분배를 한다. 이리저리 하다보면 왠만하면 참가하는 사람들이 거의 각자 한두가지 씩의 업무를 분장받게 된다. 모두 노는 것같지만, 모두 남을 위해서 자기 노력을 조금씩은 들여야 한다. 심지어는 상당한 육체적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친구들도 여럿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불편해하거나 기분나빠하지 않고 기꺼이 참가한다. 경험상 보면 일을 시켜야지 좋아한다. 가만히 앉아서 놀다 가라고 하면 별로 재미없어 한다. 그래서 총무를 하다보면 참가하는 사람에게는 뭔가 불편함을 주고, 힘을 쓰게 하고, 노력을 들이게 해야 ‘고맙다’는 말을 더 듣는다.
동호회 총무도 이케아처럼 불편함을 팔아야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총무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바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총무가 이케아처럼 회원들에게 참여적인 일을 시켜야 할 이유가 있다. 우선 첫째, 절약 요인이다. 혼자 택시타고 물건을 나르기 보다는 차를 가지고 있는 회원을 시키면 비용 절약이 된다. 둘째, 재미와 모험 요인이다. 일을 맡기면 친구들이 어떻게 일하는 지 보는 것도 재미있다. 성격이 나온다. 때로는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잘못될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셋째, 건강 요인이다. 운동을 재미로 하고 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귀찮더라도 운동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운동이 자신의 건강을 증진시켜주기 때문이다. 같이 몸을 쓰다보면 모두 건강해진다. 넷째, 깨달음 요인이다. 같이 몸과 마음을 친구들과 부딪치며 일을 하다보면 우리가,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해야 서로를 즐겁게 하는 지를 알게 된다. 모임에 가서 아무 것도 안하고 밥만 먹다오면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자신도 뭔가 기여를 했다는 뿌듯함이 있어야 모임에 대한 참석율도 높아지고, 참여의식도 높아진다.
동호회 총무도 이케아처럼 회원들에게 적당한 불편함을 팔아야 한다. 그래야 모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47년, 스웨덴에서 정말 조그맣게 시작한 이케아(IKEA)는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의 독특한 콘셉트와 혁신, 놀라운 추진력에 힘입어 글로벌 가구 공룡이 됐다. 이케아는 가구를 완성품 형태로 판매하지 않는다. 납작한 플랫팩(flat pack) 형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부품들을 제대로 조립해야 최종 완성품을 얻는다. 따라서 이케아는 적절한 품질의 가구와 생활용품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또 집에 와서 직접 해야 하는 일이 많다.
고객은 이케아 매장에 가서 원하는 제품을 선반에서 끄집어내 카트에 실어 계산대로 옮긴다. 계산대에서 돈을 지불하고 제품을 자신의 자동차에 실어 집으로 가져간다. 집에 도착하면 포장을 풀고 설명서를 보며 육각렌치를 이용해 부품들을 조립하여 하나의 가구로 만들어 나간다. 가구를 조립하는 아빠 입장에서 보면 남자의 수렵 본능, 제조 본능을 일깨워주어 가정에서 부인과 자식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준다. 아이 입장에서 볼 때도 완성품 가구는 아빠가 돈 주고 여러 물건 중 하나를 산 것이지만, 이케아 가구는 아빠가 만들어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구라고 인식된다. 즉 어려운 조립 과정을 통해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튼(Michael I. Norton), 툴레인대(Tulane University)의 대니얼 모촌(Daniel Mochon), 듀크대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 교수는 이케아 가구 조립처럼 직접 노동을 하면 결과물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labor enhances affection for the results) 인지적 편향 현상을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 불렀다. 자신의 노동력을 이용해 어떤 것을 조립하면 자긍심과 역량이 커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 중에서)
총무를 하다보면 사람들은 함께 모이고 같이 일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자주 느낀다. 고등학교 동기들과 체육대회를 1년에 한 번 정도 한다. 그럼 50-60여명이 모여서 축구, 족구, 탁구 등을 하고, 옆에서는 삼겹살을 구워먹는다. 그런데 적지않은 인원이다 보니 이것 저것 준비할 게 많다. 그럼 우선 해야할 일은 적어놓고, 이를 적당한 인원에게 분배를 한다. 이리저리 하다보면 왠만하면 참가하는 사람들이 거의 각자 한두가지 씩의 업무를 분장받게 된다. 모두 노는 것같지만, 모두 남을 위해서 자기 노력을 조금씩은 들여야 한다. 심지어는 상당한 육체적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친구들도 여럿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불편해하거나 기분나빠하지 않고 기꺼이 참가한다. 경험상 보면 일을 시켜야지 좋아한다. 가만히 앉아서 놀다 가라고 하면 별로 재미없어 한다. 그래서 총무를 하다보면 참가하는 사람에게는 뭔가 불편함을 주고, 힘을 쓰게 하고, 노력을 들이게 해야 ‘고맙다’는 말을 더 듣는다.
동호회 총무도 이케아처럼 불편함을 팔아야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총무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바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총무가 이케아처럼 회원들에게 참여적인 일을 시켜야 할 이유가 있다. 우선 첫째, 절약 요인이다. 혼자 택시타고 물건을 나르기 보다는 차를 가지고 있는 회원을 시키면 비용 절약이 된다. 둘째, 재미와 모험 요인이다. 일을 맡기면 친구들이 어떻게 일하는 지 보는 것도 재미있다. 성격이 나온다. 때로는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잘못될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셋째, 건강 요인이다. 운동을 재미로 하고 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귀찮더라도 운동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운동이 자신의 건강을 증진시켜주기 때문이다. 같이 몸을 쓰다보면 모두 건강해진다. 넷째, 깨달음 요인이다. 같이 몸과 마음을 친구들과 부딪치며 일을 하다보면 우리가,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해야 서로를 즐겁게 하는 지를 알게 된다. 모임에 가서 아무 것도 안하고 밥만 먹다오면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자신도 뭔가 기여를 했다는 뿌듯함이 있어야 모임에 대한 참석율도 높아지고, 참여의식도 높아진다.
동호회 총무도 이케아처럼 회원들에게 적당한 불편함을 팔아야 한다. 그래야 모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