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의 미래캘린더] 2020년, 출생아 수 20만 명 대를 열다 <2>
출생아 수, 왜 빨리 무너졌는가?

최근 출생아 수는 왜 이렇게 ‘급속하게’ 감소한 것일까? 혼인 기피 현상, 집값 상승 등 사회구조적인 요인만으로는 ‘급속하게’를 설명하기 어렵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1970년부터 2017년까지의 우리나라 출생아 수 추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과거가 최근의 출생아 수 감소 추이보다 변동이 더 심해 보이지 않는가? 1980년대 중반에는 2년 사이 10만 명이 넘게 출생아 수가 줄어든 적도 있었다. 당시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 초만원’이라는 표어가 배포되기도 했는데, 그때 이미 예측이 되었어야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저출산 현상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의 미래캘린더] 2020년, 출생아 수 20만 명 대를 열다 <2>
무슨 말인가? 간단한 셈을 해보자. ‘오늘의 출생아 수는 대략 30년 후의 출생아 수를 결정한다’라는 원리로 접근해보자. 베이비부머 끝자락 세대에는 출생아 수가 약 90만 명 대였고, 75년생부터 80만 명 대로 접어들었다. 75년 생 중 절반 정도가 여성이고 그들이 1명 정도 아이를 낳았다면, 28년 후인 2002년부터 40만 명 대의 출생아가 태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니 2002년의 저출산 현상은 예견된 결과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90년대까지도 가족계획을 멈추지 않았다.

2016년 이후 출생아 수 30만 명 대가 금방 무너진 이유도 함께 살펴보자. 여기서부터는 ‘엄마 수의 비밀’이 더 잘 들어맞는다. 아래는 여아 출생아 수 및 성비 그래프다. 성비는 여아 100명당 태어나는 남자 아이의 비율이다. 분명 남아선호사상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인데, 성비가 가장 나빴던 시기는 1990년으로, 성비가 116을 기록하였다. 이때 태어난 아이의 수는 약 65만 명이고 이 중 남아가 약 35만 명, 여아가 약 30만 명이었다. 인구는 ‘균형’이 깨지면 언젠가는 적신호를 보낸다.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의 미래캘린더] 2020년, 출생아 수 20만 명 대를 열다 <2>
성비불균형이 심했던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여성들이 현재 만 29~34세다. 최근 출생아 수의 급감은 이미 30년 전에 정해져 있었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는 그 시대의 선택을 여실히 체감하는 중이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남아선호사상이 짙던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성비 불균형을 해소한 나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이제는 셋째 아이 성비도 정상 성비 일 만큼 오히려 딸 선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인구에서는 출산율도 중요하지만 출생아 수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변동폭이 매년 큰 나라에선 특히 더 그렇다. 사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다음 세대가 이전 세대를 대체할 수 있는 수치인 2.1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3년부터였다. 왜 그토록 가족계획을 놓지 못했을까? 아니, 왜 가족계획의 방향을 잘못 잡았을까? 인구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적었던 탓일까? 분명 반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은 관행의 결과일 것이다.

출생아 수, 그저 정해진 미래인가?

위와 같은 논리라면 앞으로 매년 태어나는 약 28만 명 출생아 중 약 16만 명이 여아일 것이다. 이들이 자라서 가정을 이뤄 1명의 자녀를 낳는 30년 뒤, 그러니까 2050년대 출생아 수는 16만 명 대가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이 1명의 자녀도 낳지 않는다면 그 이하도 가능한 일이다. 반전의 기회는 전혀 없는 것일까? 기회는 있다. 우리에겐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약 28만 명 대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아이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자라날 것이냐를 지금부터 고민하면 반전은 가능하다. 지금의 청년들과 같은 압박을 가지고 살지 않게만 해준다면 30년 뒤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출생아 수, 꼭 반전시켜야 하나?

출산은 분명 개인의 선택이고 권리다. 아이를 낳지 말라는 정책이나 아이를 낳으라는 정책은 모두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 하지만 0.98이라는 숫자는 사실상 ‘0’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을 뜻한다. 아이를 낳지 않을 수도, 아이 3명을 낳을 수도 있다.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음에도 모두 ‘0’이라는 하나의 선택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 사회 어딘가에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 출산 지표는 정책의 목표라기보단 정책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신호등이다.

서울대 인구학연구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