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왜 한국에는 타지마할이나 장안성, 피라미드와 같은 건축물이 없을까? 나라가 작고 힘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너무 충격적이다! 그래서 오늘은 김부식 선생이 백제의 궁궐 건축에 대해 한 말을 적어본다.

作新宮室 儉而不陋 華而不侈 (작신궁실 검이불루 화이불치)
“새 궁궐을 지었는데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화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백제의 미학이고, 조선의 미학이며 한국인의 미학이다.
[조민호의 인생백과사전] 검이불루 화이불치
조선의 왕궁을 건설할 때, 정도전이 “조선 경국전”에서 궁궐 건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궁궐의 제도는 사치하면 반드시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재정을 손상시키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고, 누추하면 조정에 대한 존엄을 보여줄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검소하면서 누추한 데 이르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러운데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외국인이 서울의 문화를 경험하는 프로를 본 적이 있다. 여기에서 외국인은 대학로에 있는 산에 올라 서울을 바라보며 대략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며 감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산과 건물의 조화가 너무 아름답다. 어떤 건물도 산을 누르려 하지 않고, 어떤 산과 길도 서로에게 잘 어울린다. 좋은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오랜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멋진 곳이다”

정조는 경희궁지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대체로 궁궐이란 임금이 거처하면서 정치를 보는 곳이다. 사방에서 우러러 바라보고 신하와 백성이 둘러 향하는 곳이므로 부득불 그 제도를 장엄하게 하여 존엄함을 보이는 곳이며 그 이름을 아름답게 하여 경계하고 송축하는 뜻을 부치는 것이다. 절대로 그 거처를 호사스럽게 하고 외관을 화려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항상 백성의 노고를 걱정하고, 상호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왔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정신은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타지마할, 장안성, 피라미도, 만리장성을 보며 그것을 위해 고생하고 목숨을 버려야 했던 수많은 민초들의 삶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정조와 정도전 그리고 우리 선조들이 가졌던 배려가 너무 고맙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조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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