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고의 한옥고택] 한옥고택의 '발랄한' 진화
북촌에 투숙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물어보았다.

Q) 왜 한옥이 좋은지요?
A) “적당히 불편해서”요.


우리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아파트와 같이 익숙한 환경에서 한 번쯤 일탈을 꿈꾼다. 새로운 휴식처가 우리에게 한옥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적당함'의 한계를 넘어서는 한옥을 만나면 그 경험이 잊고 싶은 추억이 될 수 있다. 전국의 지자체마다 한옥마을을 많이 만들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로 홍보는 하지만, 개별 한옥고택 소유자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불편함의 베스트 3는 화장실 및 세면시설, 침구, 아침식사다.

우리나라 고택의 평균 객실, 즉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객실은 4.5개이다, 방 안에 화장실이 있는 곳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공동화장실을 사용한다. 투숙객 모두가 공통의 화장실과 세면실을 같이 사용한다면 불편함은 참기 힘들다. 특히 여성 투숙객은 이런 부분에 민감하다.

침구의 청결함은 또 다른 문제이다. 언제쯤 교체한 지도 모르는 냄새 나는 침구를 좋아하는 투숙객은 없다. 친절한 주인과 지저분한 침구라면, 무엇인가 언밸런스하다. 최근에는 한옥 소유자들이 편리하게 교체 가능한 침구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고택소유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투자가 따른다. 몇천만 원의 목돈을 들여서 투자하지만, 상당한 기간 동안 적은 돈으로 나누어 들어온다고 생각 하면, 쉬운 판단은 아니다.

또한 아침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고민이다. 오래된 고택들은 일반 민가와 많이 떨어져 있다, 아침 시간에 멀리까지 갈 수는 없어서 고택에 의존하게 되는데, 최소한의 아침 식사에서 풍성한 조식까지 그 차이가 너무나 크다. 아니면 뷔페식으로 적당히 차려서, 개인이 해결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아침 식사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투숙객의 눈높이는 고택에서 바라보는 차경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로망이다. 안채 부엌방에서 허겁지겁 식사를 해결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닐 것이다. 사용자와 공급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한옥고택은 '스타벅스'와 비슷한 형태로 진화될 것이다.

우리가 스타벅스에 가는 목적은 무엇일까? 편안한 휴식과 작업 공간, 어디에서나 동일한 커피의 맛, 다양한 커피 메뉴들, 적당한 가격, 브랜드에 대한 강한 신뢰도 또 무엇이 있을까?

우리의 고택은 70대 중반의 고택 소유자들이 직접 관리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넓은 마당과 많은 방들 모두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다. 도시에 사는 차세대 종손과 종부는 내려올 생각이 없다. 요즘 60대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시대이다. 자녀들 교육과 본인의 사회적 관계 단절의 두려움으로 쉽게 시골 종가에 내려 올 수도 없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한옥고택을 브렌딩화하여, 사업화를 하고 있는 곳들이 눈에 띈다. 북촌의 락고재(樂古齋)가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 북촌내에서도 직영 한옥외 몇 채의 한옥을 빌려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동 화회마을에도 락고재를 오픈하였다.

또 다른 진화는 성공적인 한옥고택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활용하여 인근의 한옥들을 위탁 운영하는 것이다. 투숙객들이 불안해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개별 한옥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를 이용한 스토리텔링의 전달도 가능하다. 고택 운영자의 입장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지자체와의 협업도 가능할 것이다.

한옥의 브랜딩화로 진화가 되면, 자연히 전문적인 '한옥고택관리사'가 필요할 것이다. 올 8월에 한옥고택관리사 협동조합과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 뜻을 모아서, '한옥고택관리사' 1기 30명을 배출하였다. 50플러스 적합사업의 일환으로 중장년의 일자리 창출과 전통문화 가치를 보전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또한, 한옥고택관리사 협동조합은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서, 올 7월에 문화재청으로부터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도 받은 바 있다.

한옥체험업은 숙박업 및 체험업, 음식업의 3가지가 복합적으로 융합되어서 움직이는 종합 예술이다. 종손 및 종부에게만 의존하기에는 그 범위가 넓고 전문적인 분야가 많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 우리의 고택도 발랄한 진화가 계속될 것이다.

필자는 예전에 글로벌 가전회사의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현지 부임 초기에 들은 선배들의 조언 한가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문제의 인식과 대안도 하나에 모두 하나에 담겨져 있다.

“궁금하면 고객에게 직접 물어보라 (Please ask customer)”

<한경닷컴 The Lifeist> 이동고 (한옥고택관리사협동조합 이사장/ 미국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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