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무례한 말에 휘둘리지 않는 자존감
매너 없이 선을 넘는 사람들 어느정도까지 이해해야할까?

살다보면 이해하기 힘든 말로 선을 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가만히 상대방의 일방적인 말을 듣고 있으면 알아서 멈추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의 말이 일리가 있어서 상대가 가만히 듣고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무례하게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생각과 상황을 정확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내 삶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선 상황과 사람에 따라서는 바운더리를 긋는 행동이 필요하다.

2주 동안 밥을 먹지 말고 살 빼고 오라고?

벨기에의 22세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더위자드 리즈’는 최근 한 의류 회사의 모델을 제안받아 촬영장에 가자마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문모델이 아닌 인플루언서인 그녀에게 의류 브랜드에서 먼저 모델 일을 제안했다. 승낙한 그는 자신의 신체사이즈를 정확하게 사전에 알려주었고 촬영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진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진작가로부터 “2주 뒤 다음 촬영할 때는 밥을 먹지 말고 살 빼고 와라.”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

더위자드 리즈는 사진작가의 말에 즉시 이렇게 일침 했다. ″지금 뭐라고 했나요? 다른 사람에게 다음 촬영 때까지 밥을 먹지 말라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예요. 당신의 그 말을 듣고 어떤 모델은 섭식장애를 겪을 수도 있어요. 나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해요. 그걸 다행으로 아세요.”

만약 자신의 몸에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당신 말대로 먹는 걸 제한하기 시작하면 금방 몸이 망가질거예요. 2주간 먹지 않으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장기가 망가지고, 생명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모두 당신의 그 한마디 때문에 말이죠.” 그녀는 자신이 너무 심하게 반응한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분명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많은 사람이 있을텐데 혹시라도 다른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SNS에 올렸다. 글은 많은 사람의 응원과 격려를 받았고 그는 SNS에 감사함을 표했다. ″내게 응원의 말을 보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해요. 섭식장애를 앓았거나 경험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회복하길 응원합니다. 다른 이의 말에 휘둘리지 않길 바라구요.”

일상에서의 무례한 말말말

살 빼라는 말은 당사자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할 필요가 없다. 이런 말은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말이다. 파트너, 가족, 친구 그 누구도 그런 말을 쉽게 할 자격이 없다. 하지만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데 주의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은 당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할 거다. 내가 정한 기준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가치를 찾는 것이 먼저다.

타인에게 받는 마음의 상처는 누가 대신 막아줄까?


타인이 휘두른 말에 상처받지 않도록 마음의 근육을 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미리 마음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볼 필요도 있다. 몸을 보호하는 무술인 호신술처럼 마음을 스스로 보호하는 ‘호심술(護心術)’도 미리 익혀둘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 때문에 오해도 생기고 갈등도 생기더라

상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지켜야 할 선을 넘기 때문이다.선을 넘는다는 건 무례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가까운 사이일수록 필요없는 말을 줄여야 한다. 상대는 간섭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할수록 상대를 내 맘에 맞춰 조정하려 하지 말자. 친해서 좋다는 건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 주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일보다는 사람이 힘든 경우가


인생의 중심축이 타인으로 옮겨가 내가 상대의 말에 휘둘리게 되면 더 힘들어진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서 말하고 행동하면서 상대의 말에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헝클어진 관계설정이기에 재편성이 필요하다. 자신이 먼저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언어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단단한 뿌리가 생긴다. 그 뿌리에 정성들여 물을 주면 자존감이 된다.

자신부터 돌봐야 한다는 말이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탑승한 비행기가 추락할 때 산소마스크는 누가 먼저 써야 할까. 어른인 내가 먼저 착용해야 할까. 아니면 아이를 먼저 챙겨야 할까. 정답은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먼저'다. 비행기 탑승했을 때 "다른 사람을 돕기 전에 자신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 이런 비슷한 기내 안내 방송을 들어봤을 것이다. 유아를 동반한 보호자도 마찬가지다. 왜일까. 높은 고도에서 항공기가 갑작스럽게 추락할 경우 몇 초 만에 저산소증으로 기절할 수 있다.

일방적인 희생은 결국

이 때문에 어른이 먼저 호흡기를 착용한 후 아이를 도와줘야 한다.간단한 것 같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 상황은 모든 인간관계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면 자신부터 돌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잊는다고 한다. 그 대상이 자식일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미덕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방적인 희생은 결국 자신도, 아이도 둘다 망치게 된다.

자신과 타인의 거리를 어느정도로 해야하는지

자신을 중심으로 참 다양한 인간관계가 다양한 상황에서 형성되어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떠한 상황에 함께 하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거리조절이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거리가 너무 허술해도 그렇고 너무 촘촘해도 문제가 생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결의 사람인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타인과의 거리조절이 가능해진다.

비대면 시대가 지속되면서 소통 방법에도 변화가

비대면 소통은 대면 소통에 비해서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직접 만나서 상대를 보고 소통할 때는 신체언어를 통해서 표면적인 말 이외의 숨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바디랭귀지 및 표정같은 시각적 이미지는 언어보다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대면에서는 모니터를 통해서 보기 때문에 전체적인 바디랭귀지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표정 인식에도 거리감이 생긴다.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 말의 맥락이 다소 장황해도


비대면에서는 결론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애매하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는 습관과 중간 중간 자신이 한 말을 정리한다면 상대의 이해도는 높아진다. 또한 상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자료를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자신을 먼저 제대로 잘 성찰하는 것이 필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상대의 자존감도 자연스럽게 높여주는 힘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무례하게 던진 말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선명하게 표현하자. 그러려면 우선 자신이 어떤 결의 사람인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자존감 뿌리를 단단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 자존감 뿌리가 깊고 튼튼한 사람은 절대 무례한 사람의 말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리고 한가지 더 내 생각을 타인에게 말할 때는 ‘말의 내용은 예리하되, 표현은 가급적 덜 뾰족하게 하자’. 그러면 자신의 말이 더욱 빛이 날 것이다.
[박영실 칼럼] 무례한 말에 휘둘리지 않는 자존감
<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 & PSPA대표 박영실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