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비공식 리더의 번아웃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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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실제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본인이 원해서 또는 상황적으로 비공식 리더의 역할을 맡을 때가 있다. 비공식 리더의 경우 임원에서부터 팀장 등 까지 매우 다양하다. 공식 리더와 비공식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공식 리더는 조직 내 권한과 책임이 규정상 존재하지만, 비공식 리더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 비공식 리더들이 더 힘들어 할까? 업무 증가와 또 다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최근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비공식 리더 역할을 맡은 사람이 리더 역할를 맡지 않은 다른 구성원보다 에너지 저하가 평균 11% 심했고 업무 만족도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공식 리더의 적절한 조언이 없는 상황에서는 20%까지 에너지 저하를 보였다. 이 에너지 레벨 저하가 대표적인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다.
그러나 적절한 조언이 있는 상황에서는 비공식 리더와 구성원 간에 에너지 레벨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과도한 지도(micromanaging)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경험에 기반 한 균형 잡힌 조언과 좋은 리더십 모델이 비공식 리더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필자가 코칭대화를 나눈 비공식 리더들의 고충이다. A는 수도권 점포의 점장을 하다가 본사 스탭 부서로 옮겼다. 그는 최근 팀장 산하에 파트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파트장 업무를 맡은 비공식 리더이다. 파트에는 자신 이외 5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그들을 지도하고 육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자신의 고유 업무에다 공식 파트장도 아니면서 파트 내 후배 직원의 업무까지 챙기느냐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으로 때로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현재하고 있는 업무가 종료되기 전 새로운 업무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대체 휴일에도 출근해 있었다. 그러면서 야간 대학원에 다니고,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원하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데 조직 내 공식 리더가 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B는 좀 다른 사례의 비공식 리더이다. 직장생활 18년차인 그는 본인의 부서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또 다른 업무인 CS(Customer Satisfaction) 강사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 내 CS 강사는 모두 6명인데 서로 다른 부서에서 선임되어 있고, 그중에서 자신이 리더이고 이 역할은 다른 임원에게 직접 지시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본인이 좋아서 하는 CS 강사 활동이지만, 이중적인 업무로 번 아웃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CS 강사들의 복지나 인센티브를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여기서 다음 질문에 솔직한 답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왜 비공식 리더가 되었는가? 상사의 지시인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서인가?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회사 내에서 승진 등 기회를 더 빠르게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특별한 보상이 없더라도 즐기면서 하고 싶은가? 특히 비공식 리더의 업무 추진에서 상사와의 신뢰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대화 과정에서 A에게 물었다. 상사와 바람직한 관계를 10점이라고 한다면 지금 몇 점을 줄 수 있는가? 그는 8점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좀 의외였다. 통상 상사와 관계가 8점 이상인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얼마나 될까? 그는 이 질문에 답하면서 새로운 인식을 했다고 말했다.이 질문을 받기 전에는 상사와 관계를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털어났다. 8점 이상이면 언제든지 업무의 방향성이나 중간 보고가 자연스러울 것인데 자신이 그것을 놓치고 있었다고 했다.
그 후 업무가 종료되기 전 새로운 업무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상사와 자연스럽게 조율해보니 업무별 상사와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성, 일정 등에 상호 인식의 갭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불요불급한 업무가 축소되어 여유를 갖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소속직원들을 자신감 있게 지도할 수 있었다고 했다.
B의 경우는 이번 기회에 <나와 조직원 그리고 CS강사 조직의 발전을 위한 사명서>를 만들고 비공식 리더로서 자신만의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우리가 추구하는 미션과 가치를 함께 공유하여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조직원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서포트한다. ▪열 마디 말보다 열 번 경청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부정적인 라벨이 아닌 긍정의 라벨을 붙여주어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만든다.
비공식 리더는 이 역할이 자신에게 소중한 기회라고 인식하고 사명감을 갖되, 즐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본연의 업무에 대한 최고의 성과와 함께 비공식 리더로서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문성과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성을 통해 구성원의 마음을 얻어 그들이 따르게 하고, 상사의 신뢰를 얻어 신임을 받아야 한다.
한편, 산하에 비공식 리더를 가진 공식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업무적 간섭을 최대한 줄여 권한위임을 해 주어야 한다. 그가 업무적 보고 등 중압감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또한 업무 방향성에 대한 사전 조율 및 본연의 업무 외 추가적인 업무 결과에 대해 인정, 칭찬 등 피드백과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가 비공식 리더로서 구성원을 이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비공식 리더의 기간이 적어도 1년 이상 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들도 한시적인 기간이라고 인식해야 번아웃에 대해 스스로 사전 대비할 수 있다. 비공식 리더로서 일정기간 수행 이후에는 직제규정으로 공식조직화 또는 공식 리더로 임명해 그들의 사기를 높혀야 한다. 그것이 조직의 성장 발전과 더불어 공식 리더와 비공식 리더가 윈-윈(win-win) 하는 길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최근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비공식 리더 역할을 맡은 사람이 리더 역할를 맡지 않은 다른 구성원보다 에너지 저하가 평균 11% 심했고 업무 만족도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공식 리더의 적절한 조언이 없는 상황에서는 20%까지 에너지 저하를 보였다. 이 에너지 레벨 저하가 대표적인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다.
그러나 적절한 조언이 있는 상황에서는 비공식 리더와 구성원 간에 에너지 레벨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과도한 지도(micromanaging)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경험에 기반 한 균형 잡힌 조언과 좋은 리더십 모델이 비공식 리더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필자가 코칭대화를 나눈 비공식 리더들의 고충이다. A는 수도권 점포의 점장을 하다가 본사 스탭 부서로 옮겼다. 그는 최근 팀장 산하에 파트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파트장 업무를 맡은 비공식 리더이다. 파트에는 자신 이외 5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그들을 지도하고 육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자신의 고유 업무에다 공식 파트장도 아니면서 파트 내 후배 직원의 업무까지 챙기느냐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으로 때로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현재하고 있는 업무가 종료되기 전 새로운 업무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대체 휴일에도 출근해 있었다. 그러면서 야간 대학원에 다니고,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원하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데 조직 내 공식 리더가 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B는 좀 다른 사례의 비공식 리더이다. 직장생활 18년차인 그는 본인의 부서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또 다른 업무인 CS(Customer Satisfaction) 강사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 내 CS 강사는 모두 6명인데 서로 다른 부서에서 선임되어 있고, 그중에서 자신이 리더이고 이 역할은 다른 임원에게 직접 지시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본인이 좋아서 하는 CS 강사 활동이지만, 이중적인 업무로 번 아웃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CS 강사들의 복지나 인센티브를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여기서 다음 질문에 솔직한 답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왜 비공식 리더가 되었는가? 상사의 지시인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서인가?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회사 내에서 승진 등 기회를 더 빠르게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특별한 보상이 없더라도 즐기면서 하고 싶은가? 특히 비공식 리더의 업무 추진에서 상사와의 신뢰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대화 과정에서 A에게 물었다. 상사와 바람직한 관계를 10점이라고 한다면 지금 몇 점을 줄 수 있는가? 그는 8점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좀 의외였다. 통상 상사와 관계가 8점 이상인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얼마나 될까? 그는 이 질문에 답하면서 새로운 인식을 했다고 말했다.이 질문을 받기 전에는 상사와 관계를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털어났다. 8점 이상이면 언제든지 업무의 방향성이나 중간 보고가 자연스러울 것인데 자신이 그것을 놓치고 있었다고 했다.
그 후 업무가 종료되기 전 새로운 업무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상사와 자연스럽게 조율해보니 업무별 상사와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성, 일정 등에 상호 인식의 갭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불요불급한 업무가 축소되어 여유를 갖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소속직원들을 자신감 있게 지도할 수 있었다고 했다.
B의 경우는 이번 기회에 <나와 조직원 그리고 CS강사 조직의 발전을 위한 사명서>를 만들고 비공식 리더로서 자신만의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우리가 추구하는 미션과 가치를 함께 공유하여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조직원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서포트한다. ▪열 마디 말보다 열 번 경청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부정적인 라벨이 아닌 긍정의 라벨을 붙여주어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만든다.
비공식 리더는 이 역할이 자신에게 소중한 기회라고 인식하고 사명감을 갖되, 즐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본연의 업무에 대한 최고의 성과와 함께 비공식 리더로서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문성과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성을 통해 구성원의 마음을 얻어 그들이 따르게 하고, 상사의 신뢰를 얻어 신임을 받아야 한다.
한편, 산하에 비공식 리더를 가진 공식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업무적 간섭을 최대한 줄여 권한위임을 해 주어야 한다. 그가 업무적 보고 등 중압감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또한 업무 방향성에 대한 사전 조율 및 본연의 업무 외 추가적인 업무 결과에 대해 인정, 칭찬 등 피드백과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가 비공식 리더로서 구성원을 이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비공식 리더의 기간이 적어도 1년 이상 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들도 한시적인 기간이라고 인식해야 번아웃에 대해 스스로 사전 대비할 수 있다. 비공식 리더로서 일정기간 수행 이후에는 직제규정으로 공식조직화 또는 공식 리더로 임명해 그들의 사기를 높혀야 한다. 그것이 조직의 성장 발전과 더불어 공식 리더와 비공식 리더가 윈-윈(win-win) 하는 길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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