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연히 읽게된 하상욱 시인의 "시밤"에서 예쁜 글을 소개합니다.
참고로 "시밤"은 "시를 읽는 밤"의 약자입니다.
[조민호의 인생백과사전] 멋진 하상욱 시인을 소개합니다
[조민호의 인생백과사전] 멋진 하상욱 시인을 소개합니다
친구와는 불금, 그녀와는 불끔

커플 : 요즘 볼 영화가 없다
솔로 : 요즘 본 영화가 없다

노력이 없는 관계는 유지되지 않지만
노력만 남은 관계도 유지되지 않더라

헤어지기 전엔, 좋았던 기억으로 참고
헤어지고 나면, 싫었던 기억으로 참고

먼저 사과했다. 너보다 잘못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잘못되는게 싫어서.

“우리 너무 습관처럼 만나는 것 같지 않아?”
“응. 좋은 습관.”

카톡 맺음말을 고민하지 않게 됐다. 가까워졌나 보다
카톡 맺음말을 망설이게 됐다. 좋아졌나 보다.

잘해줬던 시간들이 억울한게 아니더라.
잘해줘도 억울하지 않던때가 그립더라.

연락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에게, 연락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새벽
밤이 깊어가는 걸까, 맘이 깊어가는 걸까

사랑 같은 건 사귈 때 다 줘 버릴 걸
이젠 쓰지도 못 할 걸 괜히 남겼네

괴로움을 피해서 외로움을 찾는게,
이별인 것 같더라

갖고 싶은 사람 말고, 주고 싶은 사람 만나
자고 싶은 사람 말고, 잡고 싶은 사람 만나

사랑에 미쳐서 시작해도
사람에 맞춰야 지속됨을

다르게 대해 놓고 변한게 너라 했네


왜 마음을 정리했을까 미움을 정리할 것을

잘못때문에 싫어진 걸까, 싫어져서 잘못된 걸까

니 행복은 내 의무야

사랑이 밥 먹여주지는 않지만,
사랑을 하면 밥이 맛있어져요

과거 있는 여자도 괜찮아요
과거 잊는 여자로 만들께요

“걔한테 작업 걸려구?”
“아니, 인생 걸려구”

후회하고 있다는 건, 실수로 끝났다는 것
미련이 남았다는 건, 노력이 부족했던 것

“너를 갖고 싶다”며 다가왔고
“나를 찾고 싶다”며 떠나갔네

“뿌웅”
“꺼억”

<<단편시집 “장수커플”중에서>>

우리는 어떤 문제로 멀어졌을까
처음엔 없던 문제였을까

바쁜거니
나쁜거니

<<단편시집 “이따 전화할께” 중에서>>

하상욱 시인의 시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간결하고 가슴을 울리는 묘한 외침이 짧은 글에 가득하다. 감사합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조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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