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만나이 VS 세는 나이 VS 연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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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우리나라에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잠시 망설이게 된다. 세는 나이와 만나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세는 나이’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만 나이로 계산해 답하기도 한다.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통일되지 않아서
사회복지서비스 등 행정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체결 또는 해석할 때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우리 사회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나이 계산법으로 보면 고무줄 나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식 세는 나이와 국제통용 기준 만나이가 있다. 거기에 현재 연도-출생 연도 계산법을 쓰는 연나이가 있다. 이 세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가 많이 달라진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3가지 나이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한국식 나이 계산법인 ‘세는 나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1살이 되고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 먹게 되는 셈법이다. 우리나라도 국제표준이자 출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만 나이’를 1962년부터 민법상 공식적으로 적용하고 민사와 행정 분야 등에 한정해 사용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취학·병역 등 행정편의를 위해 ‘연 나이’도 혼용하고 있다.
언제부터 만 나이로 통일되나?
인수위는 우선 민법과 행정기본법에 ‘만 나이’ 계산법과 표기 규정을 마련해 민사와 행정 분야에서의 ‘만 나이’ 사용 원칙을 확립할 계획이다. 이후 현재 ‘연 나이’ 계산법을 채택하고 있는 개별법도 정비할 방침이다.
만나이만 사용하는 방안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수립하거나 공문서를 작성할 때 ‘만 나이’만을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사적인 영역과 관련된 민법과 공적인 영역을 다루는 행정기본법이 개정되면, 그동안 개별법에 따라 달라졌던 나이에 관한 규정이 만 나이로 통일된다. 인수위는 내년까지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각각 어떻게 적용되나?
한국식 나이인 ‘세는 나이’로 계산할 경우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된다. 출생일부터 1살로 치고, 다음 해 1월 1일이 되면 1살이 더 늘어나 2살이 된다. 다음으로 국제통용 기준인 ‘만 나이’는 실제 살아온 시간을 반영한다. 출생일 기준 0살부터 시작해서 1년이 지날 때마다 1살씩 증가한다.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서 계산하는 ‘연 나이’?
일정 연령에 이르는 해의 1월 1일부터 해당 나이로 취급한다. 병역법의 경우 병역 자원의 통일적 관리를 위해 연도를 기준으로 나이를 계산하고, 청소년보호법에서도 연도를 기준으로 청소년 여부를 구분하고 있다.
나이 셈법에 따른 혼란이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통일되지 않으면서 국민이 행정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체결할 때 혼선·분쟁이 지속돼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정부가 “30세 미만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을 때 접종 현장에서는 ‘연 나이’인지 ‘만 나이’인지 혼란이 빚어졌다.
기업 노사관련해서도 적용연령에 따른 문제가?
최근 한 기업 노사는 단체협약상 임금피크제 적용연령으로 규정된 56세의 의미에 대해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만 55세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 내기도 했다. 자동차 보험계약 시 연령 한정 운전특약 적용연령은 약관상 ‘만 나이’로 계산하지만 별도의 설명이 없어 ‘세는 나이’로 해석하고 계약한 경우 실제 교통사고 시 보험금을 지급 받지 못해 분쟁이 발생하는 상황도 다수 있었다.
‘세는 나이’의 기원은?
한국식 ‘세는 나이’의 기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고대 중국 등 과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주로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는 나이’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說)이 있다. 인간 존중 사상의 영향으로 배 속의 태아도 하나의 생명으로 인정해 나이 개념을 적용하는 ‘생명 존중’ 정신의 산물이라거나, 고대 아시아 지역이 서양보다 숫자 ‘0(Zero)’ 개념이 늦게 정착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임신 중절(낙태)은 오랫동안 죄가 아니었고, ‘0’ 개념에 대한 인식도 중국이 유럽보다 빨랐다는 점에서 논리적 근거가 뚜렷한 이야기는 아니다.
동서양의 달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
대체로 동아시아는 음력, 유럽은 양력 문화권이었다. 음력을 사용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매년 새 달력을 내놨는데, 인간의 질서를 자연의 주기에 맞추는 음력에서는 날짜 변동이 심해 생일을 기준으로 삼을 만한 확실한 날을 새 달력이 시작되는 새해 첫날로 정했다. 이에 따라 음력의 시간관념에서는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태어나자마자 사람의 나이를 한 살로 쳤다는 것이다.
일본, 중국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는 어떻게 나이를 계산하나?
오늘날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세는 나이’를 폐지했다. 일본은 1902년 ‘만 나이’를 공식 적용했고, 1950년부터는 ‘세는 나이’를 법으로 금지했다. 중국에서는 1960∼1970년대 진행된 문화대혁명 이후, 북한은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만 쓰고 있다.
‘나이 셈법’을 통일하자는 주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24∼27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71%)이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896년 양력이 도입된 이후로도 지금껏 음력 설을 지내고 있다. 법적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되더라도 ‘세는 나이’로 형·동생을 정하는 일상의 시간관념까지 바뀔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 & PSPA 박영실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통일되지 않아서
사회복지서비스 등 행정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체결 또는 해석할 때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우리 사회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나이 계산법으로 보면 고무줄 나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식 세는 나이와 국제통용 기준 만나이가 있다. 거기에 현재 연도-출생 연도 계산법을 쓰는 연나이가 있다. 이 세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가 많이 달라진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3가지 나이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한국식 나이 계산법인 ‘세는 나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1살이 되고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 먹게 되는 셈법이다. 우리나라도 국제표준이자 출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만 나이’를 1962년부터 민법상 공식적으로 적용하고 민사와 행정 분야 등에 한정해 사용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취학·병역 등 행정편의를 위해 ‘연 나이’도 혼용하고 있다.
언제부터 만 나이로 통일되나?
인수위는 우선 민법과 행정기본법에 ‘만 나이’ 계산법과 표기 규정을 마련해 민사와 행정 분야에서의 ‘만 나이’ 사용 원칙을 확립할 계획이다. 이후 현재 ‘연 나이’ 계산법을 채택하고 있는 개별법도 정비할 방침이다.
만나이만 사용하는 방안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수립하거나 공문서를 작성할 때 ‘만 나이’만을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사적인 영역과 관련된 민법과 공적인 영역을 다루는 행정기본법이 개정되면, 그동안 개별법에 따라 달라졌던 나이에 관한 규정이 만 나이로 통일된다. 인수위는 내년까지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각각 어떻게 적용되나?
한국식 나이인 ‘세는 나이’로 계산할 경우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된다. 출생일부터 1살로 치고, 다음 해 1월 1일이 되면 1살이 더 늘어나 2살이 된다. 다음으로 국제통용 기준인 ‘만 나이’는 실제 살아온 시간을 반영한다. 출생일 기준 0살부터 시작해서 1년이 지날 때마다 1살씩 증가한다.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서 계산하는 ‘연 나이’?
일정 연령에 이르는 해의 1월 1일부터 해당 나이로 취급한다. 병역법의 경우 병역 자원의 통일적 관리를 위해 연도를 기준으로 나이를 계산하고, 청소년보호법에서도 연도를 기준으로 청소년 여부를 구분하고 있다.
나이 셈법에 따른 혼란이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통일되지 않으면서 국민이 행정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체결할 때 혼선·분쟁이 지속돼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정부가 “30세 미만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을 때 접종 현장에서는 ‘연 나이’인지 ‘만 나이’인지 혼란이 빚어졌다.
기업 노사관련해서도 적용연령에 따른 문제가?
최근 한 기업 노사는 단체협약상 임금피크제 적용연령으로 규정된 56세의 의미에 대해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만 55세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 내기도 했다. 자동차 보험계약 시 연령 한정 운전특약 적용연령은 약관상 ‘만 나이’로 계산하지만 별도의 설명이 없어 ‘세는 나이’로 해석하고 계약한 경우 실제 교통사고 시 보험금을 지급 받지 못해 분쟁이 발생하는 상황도 다수 있었다.
‘세는 나이’의 기원은?
한국식 ‘세는 나이’의 기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고대 중국 등 과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주로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는 나이’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說)이 있다. 인간 존중 사상의 영향으로 배 속의 태아도 하나의 생명으로 인정해 나이 개념을 적용하는 ‘생명 존중’ 정신의 산물이라거나, 고대 아시아 지역이 서양보다 숫자 ‘0(Zero)’ 개념이 늦게 정착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임신 중절(낙태)은 오랫동안 죄가 아니었고, ‘0’ 개념에 대한 인식도 중국이 유럽보다 빨랐다는 점에서 논리적 근거가 뚜렷한 이야기는 아니다.
동서양의 달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
대체로 동아시아는 음력, 유럽은 양력 문화권이었다. 음력을 사용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매년 새 달력을 내놨는데, 인간의 질서를 자연의 주기에 맞추는 음력에서는 날짜 변동이 심해 생일을 기준으로 삼을 만한 확실한 날을 새 달력이 시작되는 새해 첫날로 정했다. 이에 따라 음력의 시간관념에서는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태어나자마자 사람의 나이를 한 살로 쳤다는 것이다.
일본, 중국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는 어떻게 나이를 계산하나?
오늘날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세는 나이’를 폐지했다. 일본은 1902년 ‘만 나이’를 공식 적용했고, 1950년부터는 ‘세는 나이’를 법으로 금지했다. 중국에서는 1960∼1970년대 진행된 문화대혁명 이후, 북한은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만 쓰고 있다.
‘나이 셈법’을 통일하자는 주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24∼27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71%)이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896년 양력이 도입된 이후로도 지금껏 음력 설을 지내고 있다. 법적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되더라도 ‘세는 나이’로 형·동생을 정하는 일상의 시간관념까지 바뀔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 & PSPA 박영실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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