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간 식당에서 이름을 기억해주며 반갑게 맞이하면 절로 감동이 생기는 것처럼 소비자에게 뭔가 작은 감동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남보다 더 우대해주거나 높여주면 좋아한다.
옛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잠시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시내 작은 호텔에서 식사를 하는데 스테이크와 계란 후라이가 나왔다. 나는 잘 익지 않은 노른자는 먹지 않아 노른자 부분만 그대로 남겨놓고 나왔다. 한달쯤 지나서 다시 그 호텔에서 식사를 하게 되어 동일한 메뉴를 주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른자가 바싹 익혀져 있었다. 하지만 다른 테이블은 여전히 익지 않은 노른자였다. 호기심에 왜 그런지 물었다. 종업원은 한달 전 내가 동일한 음식을 주문했는데, 익지않은 계란 노른자 부분을 남겨두어 싫어하는 것으로 알고 이번에 일부러 잘 익혔다고 대답했다. 어떻게 그 많은 손님 중에 내가 노른자를 남긴 것을 기억했을까? 정말 감동이었다.
요즘 직장 여성들 중에는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밥을 먹는 대신에 2~3천원짜리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에서 4~5천원짜리 커피를 즐기는 분들이 많다.
이처럼 주된 식사보다 후식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이성적인 구매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상품의 기능으로부터 얻는 효용보다 그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얻게되는 분위기나 이미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 심리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결국 소비자는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와인잔 전문업체인 리델(Riedel)은 “이 글라스는 와인을 더 향기롭게 만든다.”라는 광고 카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가 되었다. 유리가 와인을 향기롭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악의 없는 거짓말은 오히려 스토리를 진실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우량고객만을 위한 커피숍 같은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공항이나 철도 대합실에서 VIP 고객을 위한 VIP룸을 운영하는 것, 그리고 멤버십 회원에게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도 고객들의 심리적 프라이드(Pride)를 상승하게 해주는 마케팅이다.
원산지를 표시하거나 특정기관이 보증하는 마크 등을 부착하여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도 심리를 이용한 ‘보증 마케팅’이다. 예를 들어 고추장을 언급할 때 그냥 ‘고추장’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순창 고추장’, ‘녹차’라고 말하는 것보다 ‘보성녹차’라고 말하면 소비자는 해당 제품을 더욱 신뢰한다.
직접적으로 품질을 보증하는 방법도 있다. ‘100% 품질 보증’과 같은 표기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 아모레퍼시픽에서는 ‘무한책임주의’라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고객이 구입한 아모레의 화장품 중 어떤 상품이든 이상이 있으면 반품이나 환불 등의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아모레’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10년 10만 마일’이라는 캠페인을 했다. 현대차를 사고서 10년 10만 마일이 지나기 전에 차에 이상이 있으면 100% 무상 수리를 해주겠다는 캠페인이었다. 이 캠페인 역시도 ‘현대차’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높여주었다.
이러한 보증 마케팅은 소비자로 하여금 자사 상품에 강한 신뢰감을 갖게 해준다. 다만 이러한 보증 마케팅은 품질에 자신이 있을 때만 해야한다. 만일 품질에 문제가 있는 상품을 가지고 이런 마케팅을 하면 실제로 많은 반품이나 환불로 이어져 회사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즉, 보증 마케팅은 품질에는 자신이 있으나 인지도가 없는 중소업체나 품질력이 우수한 신상품을 처음 시장에 런칭할 때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이성보다는 감성 지향적인 소비자 심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마케팅 방법은 대기업, 중소기업 구분없이 기업 상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 마케팅 자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고,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킬 수도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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