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현장답사는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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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지난 겨울철만큼 그리 추웠던 적이 있을까? 영하 10도 내려가는 것이 기본인 것처럼 일상이 돼버렸던 겨울이었다. 그런 혹한 속에서도 일은 멈출 수 없는 법.
살을 에는 듯한 혹한을 뚫고 현장답사를 나간 곳은 인천 부평구 갈산동. 지하1층~지상4층 근린주택이 약 12억8365만원에 한차례 유찰돼 약 8억9855만원에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입찰일은 2013년 1월 24일.
입찰일에 사나흘 앞서 찾아간 해당 경매물건은 위치나 상태가 너무 형편없었다. 상권 형성의 정도가 매우 약했을 뿐만 아니라 경매물건 역시 1층을 제외하고는 지하1층 공실, 지상 2-4층도 절반이 공실이다.
건물이 1986년 8월에 준공된 것으로 노후돼 전면적인 개보수가 필요함은 물론 더 큰 문제는 심각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명이 없어 어두컴컴한 지하를 살펴보려 계단을 내려가다 얼음이 깨지는 소리에 멈칫했는데 누수로 지하 한 계단 이상이 물로 가득 차있었다. 하마터면 그 추운 겨울에 물에 빠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초 지하를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누수 때문에 2층으로 임시 이사를 하고 건물주가 건물을 개보수한 후 다시 지하로 내려가기로 했지만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건물 개보수 비용으로 잡혔던 예산은 약 1억원. 임차인 또는 인근 부동산 탐문을 통해 알아낸 내용이다.
건물 상태나 위치는 그렇다 치고 임대수익은 얼마나 나올까? 이 물건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하1층 공실, 1층 3개 점포 임대, 2층 일부 공실, 3층 일부 공실, 4층 주택(임차인) 상태로 총 보증금 8800만원에 월 328만원의 임대료가 발생하고 있다.
최저가 수준인 9억원에 입찰한다고 가정할 때 취득세, 법무비용 등 제세공과금과 컨설팅비용, 임차인 보증금 인수비용 3900만원, 건물 개보수비용 1억원, 명도비용 1500만원 등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약 11억1500만원이 소요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담보대출 없이 순수 100% 자기 자본 투자 시 약 3.8% 수익률이 발생하고,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대출을 이용하면 수익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 낙찰 후 건물 개보수를 통해 임대를 하더라도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 490만원으로 수익률이 5.9%까지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실 없이 전량 임대를 맞췄다는 가정으로, 이 경매물건은 위치상 임대 여건이 그리 썩 좋은 물건은 아니다.
매매가는 어떨까? 토지(390㎡, 117.98평) 시세가 평당 1000만원 정도지만 이는 호가일 뿐 이 가격에 거래는 전혀 기대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호가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현 시세는 약 11억8000만원이지만 이 가격에 거래가 될 수 없는 걸 보면 아마도 거래가 될 수 있는 토지가는 10억원 정도로 추산해야 마땅하다.
임대수익으로 보나 거래시세로 보나 1회 유찰된 지금의 최저가(70%)가 아니라 한번 더 유찰된 후 최저가가 6억2899만원(49%)까지 떨어져야 마땅한 물건으로 사료됐지만 결과적으로 이 물건은 매각기일에 9억1000만원에 개인에게 단독으로 낙찰됐다. 위에서 든 제반비용을 고려하면 약 11억40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거래시세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 물건은 대금미납으로 재경매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13년 2월 21일에 대금을 납부했다. 아마도 약 9000만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 몰수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낙찰자가 나름 현장답사와 분석을 통해 소신 있게 지원했기를 바랄 뿐이지만 필자가 그간 답사했던 내용이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로 보면 분명 어디 부분에서든 아마도 잘못 짚었거나 추위를 이유로 현장답사를 게을리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입찰자 입장에서 혹한이나 혹서는 장애물이나 마찬가지다. 이때에는 꼼짝하기 싫고 그저 경매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진다. 경매정보가 아무리 정확하게 제공된다고 하지만 어디 현장에 나가 조사하는 것만큼이나 정확할까! 특히 거액의 자금이 들어가는 부동산 투자에 있어 그 시기가 언제든 현장조사는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주)이웰에셋(www.e-wellasset.co.kr) 이영진 대표 문의: 02-205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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