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자의 부실한 확인설명으로 인해 부동산 중개사고가 끓이지 않으면서 거래당사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중개업자의 확인설명을 보다 체계화하는 방안으로 부동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양식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자세한 설명에 앞서, 최근에 상담한 또다른 중개사고 피해사례 하나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의뢰인들은, 기존 선순위 저당채무와 전입신고, 확정일자가 빠른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을 공제하면 담보가치가 없는 다가구주택 일부 공간(원룸)을 뒤늦게 임대차계약했는데, 이들은 최근 해당 다가구주택에 대한 경매진행으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될 처지가 되자 필자에게 상담을 의뢰하게 된 것이다.

해당 다가구주택은 감정가 21억원으로 평가되어 경매진행 중인데, 신축 직후 토지, 건물 모두에 9억원의 선순위 근저당 채무가 발생했고, 그후 순차적으로 20개 호실에 대한 임대차계약이 진행되었다. 이들 20명의 세입자 보증금 합계는 총 17억 원에 육박했다. 그 때문에, 배당우선권 있는 국세채무가 전혀 없고, 감정가 21억 원에 낙찰되더라도 세입자 보증금에서 5억 원 정도의 손해는 불가피한 구조였다. 소액임차인 최우선배당을 고려하면 배당순서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전입신고, 확정일자 순서에서 늦은 세입자에게 더 큰 손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다가구주택이 경매되면 세입자들간에도 배당에서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가구주택 임대차 계약과정에서는 이미 체결된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계약이 어떤 형태(전세, 월세 등)인지, 보증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건물주가 기존 임대차계약의 보증금 규모를 축소해서 설명하고, 심지어는 이를 위해 전세계약서를 월세형태의 계약서로 가짜로 꾸미는 사례까지 있다. 때문에, 호실이 많은 다가구주택 임대차계약과정에서는 임대인의 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임대차 계약서를 직접 확인하거나 기존 세입자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확인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이처럼 다가구 세입자의 안전한 보증금 반환을 위해서는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 규모나 형태가 어떠한지에 대한 확인은 필수적인데, 중개업자들은 해당 임대차계약과 직접적이지 않은데다가 임대인의 심기를 건드려 거래성사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기존 세입자에 관한 임대차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을 소홀히 해왔다. 그 때문에 다가구주택에 대한 경매과정에서 전입신고, 확정일자가 늦은 세입자의 손해는 불가피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피해사례가 누적되던 중 2012년 중개업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첫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 대법원 2012.1.26. 선고 2011다63857 판결 [손해배상(기)]
[1] 중개업자는 다가구주택 일부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임차의뢰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다가구주택의 권리관계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여야 하므로, 임차의뢰인에게 부동산 등기부상에 표시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아니 되고, 임대의뢰인에게 다가구주택 내에 이미 거주해서 살고 있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계약내역 중 개인정보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부분의 자료를 요구하여 이를 확인한 다음 임차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자료를 제시하여야 하며,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6조에서 정한 서식에 따른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중개목적물에 대한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아니한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 그 내용을 기재하여 교부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만일 임대의뢰인이 다른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중개업자가 고의나 과실로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임차의뢰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30조에 의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공인중개사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중개업자 갑이 다가구주택 일부에 관하여 임대의뢰인 을과 임차의뢰인 병의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병에게 부동산 등기부에 기재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고지하고 임대차계약서의 특약사항에 이를 기재하였으나,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던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액수, 임대차계약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여 설명하지 않았고 근거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았으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아니한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도 이를 기재하지 않았는데, 그 후 위 다가구주택에 관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다가구주택의 다른 소액임차인 등은 배당을 받았으나 병은 이들보다 후순위에 있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배당받지 못하였고 을에게서도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사안에서,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의하여 갑 및 갑과 공제계약을 체결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하지만, 대법원 판결 선고에도 불구하고 타성에 젖은 중개업자들은 여전히 계약체결에만 급급하여 확인설명을 소홀히 하고 있다. 위 사안의 경우에도, 다가구 건물 내에 총 20가구의 세입자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중 어느 중개업자는 절반 가까운 임대차계약을 자신이 주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입자들에 비해 늦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세입자에 대해 ‘3가구 정도에 대해서만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상태이니 안심해도 좋다’는 취지로 거짓말까지 하였다고 한다. 계약서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상에는 다가구주택 보증금규모에 대해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위 사안의 또 다른 중개업자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상에 계약당시 다가구주택의 총 보증금 규모에 대해 언급하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했지만, 실제와는 전혀 다른 엉터리 기재였다. 즉, 이 의뢰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해당 다가구주택에 대해 체결된 총 보증금 규모는 약 15억 원 정도였는데, 확인설명서상에는 “임대인의 진술에 의하면 다가구주택 보증금은 6억 원이라고 함”이라고 기재한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 선고 이전에는 다가구주택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 규모에 대해 어떠한 식으로든 확인하거나 기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위 대법원 판결 선고를 계기로 중개업자 책임이 분명해지면서 중개업자들의 자구책 차원에서 드물게나마 관련 문구가 기재되는 경우가 보이고 있는데, 위 문구 역시 그러한 차원으로 짐작된다.

이 사건에 관여된 중개업자들의 경우 다가주주택에 대한 권리관계에 대해 임차인들이 무지하다는 점을 악용하여 온갖 거짓말로 임대차계약을 유도한 정황이 엿보이는 바, 그렇다면 단순 민사 사건을 넘어 “사기”라는 형사범죄까지 성립될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임차인이야 어떻게 되던지 중개수수료를 챙기고 보자는 비양심적이고 몰지각한 이런 중개업자들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벌에 처하게 하고 업계에서 조속히 퇴출되어져야 한다. 이 사건 의뢰인들의 경우에도 사회 초년생으로 보증금 1억 5천만 원 전후 금액의 적지 않은 금액들이어서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현재 부동산 거래질서는 매우 무질서한 상황이고, 이는 중개업자들이 관여한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중개업자에 대한 거래당사자의 신뢰 때문에 거래당사자의 주의가 더 소홀해질 수 있는데, 일부 중개업자는 이를 악용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현실 앞에서, 중개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제도의 개선을 제안하고 싶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작성과 교부는 중개업자의 의무사항이고, 이를 양식화하여 일정한 내용에 대한 확인설명을 강제하고 있다.



★ 공인중개사법 제25조(중개대상물의 확인ㆍ설명)
①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를 의뢰받은 경우에는 중개가 완성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확인하여 이를 당해 중개대상물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중개의뢰인에게 성실ㆍ정확하게 설명하고, 토지대장 등본 또는 부동산종합증명서, 등기사항증명서 등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하여야 한다.
1. 당해 중개대상물의 상태ㆍ입지 및 권리관계
2.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
3.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
② 개업공인중개사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확인ㆍ설명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중개대상물의 매도의뢰인ㆍ임대의뢰인 등에게 당해 중개대상물의 상태에 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개정 2014.1.28>
③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가 완성되어 거래계약서를 작성하는 때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확인ㆍ설명사항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서면으로 작성하여 거래당사자에게 교부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동안 그 사본을 보존하여야 한다. <개정 2014.1.28>
④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확인ㆍ설명서에는 개업공인중개사(법인인 경우에는 대표자를 말하며, 법인에 분사무소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분사무소의 책임자를 말한다)가 서명 및 날인하되, 당해 중개행위를 한 소속공인중개사가 있는 경우에는 소속공인중개사가 함께 서명 및 날인하여야 한다. <개

★ 동법 제39조(업무의 정지)
① 등록관청은 개업공인중개사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6월의 범위 안에서 기간을 정하여 업무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인인 개업공인중개사에 대하여는 법인 또는 분사무소별로 업무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1 내지 5호 중략>
6. 제25조제3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중개대상물확인ㆍ설명서를 교부하지 아니하거나 보존하지 아니한 경우
7. 제25조제4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중개대상물확인ㆍ설명서에 서명 및 날인을 하지 아니한 경우


그런데, 현행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제16조는 “영 제21조제3항에 따른 중개대상물 확인ㆍ설명서(영문서식을 포함한다)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고 한 다음, 제1호에는 “중개대상물 확인ㆍ설명서[Ⅰ](주거용건축물) : 별지 제20호서식”, 제2호에는 “중개대상물 확인ㆍ설명서[Ⅱ](비주거용 건축물) : 별지 제20호의2서식”, 제3호에는 “중개대상물 확인ㆍ설명서[Ⅲ](토지) : 별지 제20호의3서식”, 제4호에는 “중개대상물 확인ㆍ설명서[Ⅳ](입목ㆍ광업재단ㆍ공장재단) : 별지 제20호의4서식”으로 총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네 가지 양식 중 제1호 주거용건축물에 대한 확인설명서 양식은 아래와 같다.
[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거래별 양식으로 바꾸자
[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거래별 양식으로 바꾸자
[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거래별 양식으로 바꾸자
결국, 현재는 거래대상물을 토지, 건물(주거용, 비주거용) 정도로 나누어 매우 단조롭게 구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매매나 임대차와 같은 거래형태별 양식도 구분되어 있지 않고 있다. 예를들어 위에서 소개한 사례를 현행 양식에 기재한다면, Ⅱ. 개업공인중개사 세부사항 중 ⑨항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정도에 기재되는 것이 적절한데, 해당 항목은 세밀한 권리관계를 자세히 기재하기에 공간적으로도 매우 협소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이런 협소한 공간 때문에 ‘권리관계를 자세히 기재하지 않아도 무방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만약, 거래대상이나 거래분야별로 좀 더 세분화된 확인설명서 양식을 사용하게 한다면 당해 거래에 맞는 구체적이고 적확한 확인설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적절한 확인설명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개선해나갈 수 있는 중개업계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거래경험을 통해 충분히 확인된 이상, 보다 촘촘한 확인설명서 양식의 사용을 강제하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중개업계 입장에서도 비록 강제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한층 높여 업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개사고 발생률도 대폭 낮출 수 있어 손해배상의 위험으로부터 한층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거래유형별로 보다 세분화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양식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인데, 중개업계와 법조계 공동으로 그동안 실무에서 문제된 거래유형별 중개사고를 토대로 법원 판례를 연구한다면, 능히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새로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제도가 잘 정착될 수만 있다면, 거래성사에만 집착하여 날림으로 이루어지는 우리 중개업계의 구조적인 한계를 넘어서 부동산 거래수준을 대거 높이고 거래당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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