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받은 상담내용이다. 지인 분은 甲이라는 사람과 1/2씩 지분으로 보유하던 토지 전부를 공유물분할판결절차에 따라 경매신청하게 된다. 그런데, 경매개시결정 이전에 甲의 지분에 대해 乙 앞으로 가등기가 되었는데, 저당권 등 다른 선순위 제한물권이 없던 터라 이 가등기는 말소되지 않고 인수되는 권리가 되면서 낙찰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지인 분이 공유물분할과정에서부터 미리 甲의 지분에 처분금지가처분을 해두지 못한 점을 甲이 악용한 것으로 짐작되었다. 하지만 지인 분은 이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서 무심코 토지 전부를 대금 7억 원에 본인이 경락받게 된다. 지인 분이 보기에는 가등기가 정상적이지 않은 허위여서 낙찰받은 후에 소송을 통해 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경매에 문제가 있으면 법원이 경매를 진행했을 수 있겠느냐’는 식으로 선순위가등기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후 지인 분은 배당기일을 일주일 앞두고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가등기가 말소되지 않고 인수됨에도 불구하고 경락대금의 절반인 3억 5천만 원이 甲이라는 사람에게 바로 배당(분배)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직권말소되지 않은, 즉 인수되는 가등기가 달린 1/2 지분을 이전등기한 후 가등기 말소에 실패하게 되면 취득한 1/2 지분은 가등기권자에 대항하지 못해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지만, 이미 甲에게 배당된 지인 분의 낙찰대금 반환이 불확실하게 된다는 사실을 배당기일 임박해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제서야 지인 분은 부랴부랴 평소 알고 지내던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를 찾아가서 사건해결을 의뢰하게 된다. 하지만, 사건을 의뢰받은 법무법인의 대응도 매우 부실했다. 배당기일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적절치 않은 업무처리가 발생한다. 법무법인의 대응은 두 가지였다. 먼저, 경매법원에 대해 甲에 대한 배당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하였는데, 기각되었다. 매각조건상 가등기 인수조건부로 하여 정상적으로 매각되었다는 점에서 매각대금의 1/2은 엄연히 甲의 권리인 것이다. 따라서, 甲에 대한 배당 자체를 거부하거나 보류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도가 좌절되자 이 법무법인은 甲에 대한 배당금을 甲이 수령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를 부랴부랴 다시 시도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실수가 이어진다. 甲의 배당금수령을 막기 위해 법무법인은, 지인 분을 채권자, 甲을 채무자, 대한민국(공탁공무원)을 제3채무자로 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배당금(잉여금)지급금지 가처분신청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이 신청 역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배당금지급금지 가처분신청이 아니라 배당금지급청구권에 대한 가압류신청이 적절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인 분이 甲에 대해 가지는 권리는 금전채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법인에서 가압류신청이 아닌 배당금지급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유사한 판결을 오해하였기 때문이다.



★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다8687 판결 [구상금등]
수익자가 경매절차에서 채무자와의 사해행위로 취득한 근저당권에 기하여 배당에 참가하여 배당표는 확정되었으나 채권자의 배당금 지급금지가처분으로 인하여 배당금을 현실적으로 지급받지 못한 경우,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의 방법은 수익자에게 바로 배당금의 지급을 명할 것이 아니라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지급청구권을 채무자에게 반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결국 배당금지급채권의 양도와 그 채권양도의 통지를 배당금지급채권의 채무자에게 하여 줄 것을 청구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 대법원 2013. 4. 26. 자 2009마1932 결정[가압류취소]
부당이득의 반환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이익을 반환하여 원상으로 회복하는 것을 말하므로, 배당절차에서 작성된 배당표가 잘못되어 배당을 받아야 할 채권자가 배당을 받지 못하고 배당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배당받는 것으로 되어 있을 경우, 배당금이 실제 지급되었다면 배당금 상당의 금전지급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지만 아직 배당금이 지급되지 아니한 때에는 배당금지급청구권의 양도에 의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여야지 그 채권 가액에 해당하는 금전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고, 그 경우 집행의 보전은 가압류에 의할 것이 아니라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의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위 판결 취지를 잘못 생각하면 배당금 지급 이전, 이후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지급금지 가처분이 가능한 것처럼 오해될 수 있지만, 배당금이 수령되기 이전이라고 하여 무조건 가처분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가처분채무자에 대한 배당금지급청구권의 양도청구권이 피보전권리가 될 수 있는 경우에만, 즉 후순위배당권자가 선순위배당의 잘못을 다투는 경우 등 배당금수령권 자체의 귀속을 다투는 구조하에서만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인 분이 甲에 대해 가지는 권리는 금전채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가처분이 아니라 가압류가 보전조치로서 적절했다.

게다가, 법무법인이 피보전권리로 삼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정확하지 못한 것이었다. 선순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 청구로 인해 지인 분이 1/2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될 경우에 지인 분이 甲에 대해 가지는 채권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아니라, 민법 578조, 576조에 기한 청구권이기 때문이다.



★ 민법 제576조(저당권, 전세권의 행사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① 매매의 목적이 된 부동산에 설정된 저당권 또는 전세권의 행사로 인하여 매수인이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취득한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 민법 제578조(경매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① 경매의 경우에는 경락인은 전8조의 규정에 의하여 채무자에게 계약의 해제 또는 대금감액의 청구를 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 채무자가 자력이 없는 때에는 경락인은 대금의 배당을 받은 채권자에 대하여 그 대금전부나 일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21784 판결[손해배상(기)]
가등기의 목적이 된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이 그 뒤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경료됨으로써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 때에는 매매의 목적 부동산에 설정된 저당권 또는 전세권의 행사로 인하여 매수인이 취득한 소유권을 상실한 경우와 유사하므로, 이와 같은 경우 민법 제576조의 규정이 준용된다고 보아 같은 조 소정의 담보책임을 진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민법 제570조에 의한 담보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86.9.23. 선고 86다카560 판결 【배당금반환】
채무명의에 기한 강제경매신청에 의하여 경매목적 부동산에 대한 경락허가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비록 경매개시결정 전에 경료된 제3자명의의 가등기에 기하여 그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본등기가 경료됨으로써 경락인이 경락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경락허가결정이 무효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므로 채권자가 경락대금 중에서 채권의 변제조로 교부받은 배당금을 법률상 원인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이라고 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3다59259 판결 【부당이득금】
경락인이 강제경매절차를 통하여 부동산을 경락받아 대금을 완납하고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나, 그 후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이와 같은 강제경매는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경락인은 경매 채권자에게 경매대금 중 그가 배당받은 금액에 대하여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

★ 대법원 1991.10.11. 선고 91다21640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가.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은 매매의 일종인 경매에 있어서 그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경락인이 경락의 목적인 재산권을 완전히 취득할 수 없을 때에 매매의 경우에 준하여 매도인의 위치에 있는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에게 담보책임을 부담시켜 경락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그 담보책임은 매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매절차는 유효하게 이루어졌으나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등의 하자로 경락인이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이를 잃게 되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고, 경매절차 자체가 무효인 경우에는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
나. 경락인이 강제경매절차를 통하여 부동산을 경락받아 대금을 납부하고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나, 그 후 위 강제집행의 채무명의가 된 약속어음공정증서가 위조된 것이어서 무효라는 이유로 그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 경락인은 경매 채권자에게 경매 대금 중 그가 배당받은 금액에 대하여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 민법 제578조 제2항에 의한 담보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결국, 이런 이유로 가처분신청은 기각되어 버렸고, 배당기일 직후 아무런 저항없이 甲은 배당금 전액을 찾아가 버리게 된다.

이렇게 되자 지인 분은 부랴부랴 필자를 찾아왔고, 이런 과정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난 다음에서야 그간의 과정에서 수많은 실수들이 겹쳐 있었음을 알고 후회하게 된다. 결국, 甲이 자신의 배당금 3억 5천만 원을 수령해버리면서 만약 유효한 가등기로 판단되어 본등기청구가 되면 지인 분은 1/2의 지분을 상실하고도 1/2 지분에 상응하는 낙찰대금반환이 불확실한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대형 법무법인의 미숙한 업무처리로 이런 위험에 노출되게 된 지인 분이 측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무법인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등기말소 소송에서 지인 분이 꼭 승소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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