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정치재판이 있었던 2017년, 경매 투자자 역시 사상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경매물건은 역대 최저 수순으로 급감했고, 현 정부의 각종 부동산규제 여파로 경쟁률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낙찰가율은 더 상승했기 때문이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www.taein.co.kr) 통계 분석 결과 지난해 전국 경매법원에서 총 13만9,119건의 경매가 진행됐다. 이는 그간 사상 최저물량을 기록했던 2016년 16만3,475건 보다 14.9%나 감소했다. 경매투자자나 경매업 종사자 모두 투자물건 찾기에 사상 가장 힘이 들었던 한해를 보냈던 셈이다.

물건종별 구분 없이 모든 종목에 걸쳐 경매진행건수가 감소했고, 서울 부동산시장의 호황을 반영하듯 지방(-10.6%)보다는 수도권(-21.8%), 그 중에서도 특히 서울(-29.1%) 경매물건이 급감했다.

전국 아파트 경매진행건수는 2만1,368건으로 사상 처음 3만건 아래로 감소했던 2016년의 2만3,885건보다 10.5%나 감소한 것을 비롯하여 연립ㆍ다세대(-12.8%), 단독주택(-15.5%), 근린상가(-17.1%), 업무시설(-26.1%), 토지(-12.6%) 등 공장(-8.5%)과 숙박시설(-1.1%)을 제외한 모든 종목에서 두 자릿수 이상 경매물건이 줄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각종 부동산 규제방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강남권발 재건축 바람을 타고 주택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낙찰가율은 더욱 치솟았다. 전국평균 낙찰가율은 75.67%로 2016년 71.71% 대비 3.96%p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아파트 낙찰가율 역시 91.64%로 2016년 90.19% 이후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평균 낙찰가율이 97.19%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점에 이르렀던 2016년 94.44%보다 2.75%p 상승해 경매시장 과열현상이 빚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게 했다. 이 기간 동안 감정가 이상에서 낙찰되는 사례가 속출했음은 물론이다. 2016년 90.16%까지 낙찰가율이 상승하면서 과열양상을 빚었던 지방 아파트 경매시장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2017년 87.37%까지 하락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양상이다.

낙찰가율 상승과 달리 입찰경쟁률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지난해 전국 평균 입찰경쟁률은 4.0대1로 2016년 4.2대1보다 4.8%가 빠졌다. 지방(같은 기간 3.5대1 -> 3.5대1)보다는 수도권(5.2대1->4.2대1)에서의 경쟁률 저하가 두드러졌다. 부동산규제로 인해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됐던 탓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입찰경쟁률이 하락하면 낙찰가율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매물건 급감으로 인한 우량물건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부동산규제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보였던 부동산시장 여파로 입찰가가 필요이상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낙찰가율을 끌어올렸던 것으로 평가된다. 부동산시장 호황기에는 감정평가액이 입찰시점 현 시세보다 현저히 낮아 감정가 이상에서 낙찰되는 사례가 빈번해지기 마련이다. 지난해 하반기에서 올해 1/4분기가 특히 그런 물건이 많이 등장했던 시점이다.

이래나 저래나 입찰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부동산규제로 인해 경쟁률이 저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참 과열됐던 경매시장만을 염두에 두고 입찰가를 무리하게 써내 결과적으로 단독으로 높은 가격에 낙찰되거나 경쟁이 있어도 차순위와 큰 차이로 낙찰되는 사례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다만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지난해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는 점은 있다. 우선 부동산규제에 대한 효과가 점점 시장에 미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시장이 다소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고, 각종 대출규제로 인해 거래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어 이 여파가 경매시장에도 고스란히 녹아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나 올해 4월 1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돼 실수요자를 제외한 투자심리를 잔뜩 움츠리게 만들고 있다. 물론 양도세 중과로 인해 매물이 줄어들면 다시금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당장 거래를 위축시킬 요인임은 분명하다. 경매시장에서 입찰경쟁률 하락은 물론 낙찰가율도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규제 외에 경매시장에 영향을 줄 요인은 또 있다. 바로 저금리 기조 탈피다. 한국은행은 저성장 및 대내외적인 한국경제 불확실성으로 현재 기준금리를 1.50%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현재 1.50%~1.75%)가 이미 역전되었고 향후 미국금리가 더 인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 역시 저금리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시장 침체, 금리인상, 실물경기 불황은 경매시장에 즉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다. 속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당장 올해 2/4분기부터 경매물건 증가, 입찰경쟁률 저하, 낙찰가율 하락은 그리 어렵지 않게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경매시장이 전개될 시점이 바로 올해 하반기 이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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