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단전․단수조치의 실행,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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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차임이나 관리비 징수 등의 목적으로 단전, 단수조치가 취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단전단수조치의 대부분이 임대차계약서나 집합건물 내 관리규약 등에 근거한 것이다보니 위법이라는 생각 없이 쉽게 행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비록 계약서나 관리규약에 따른 단전단수조치라 하더라도 민형사상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 형사적으로는 범죄 문제, 민사적으로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의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형사상 유무죄 판단은 민사상 불법행위 판단과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형사상 유죄인정은 거의 대부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민형사 판단 모두에 공히 적용될 수 있다.
임대차계약상에서 정한 당사자간 합의나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규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단전단수행위의 처벌에 있어 실무상으로는 형법 제20조 “정당행위”라는위법성조각사유가 될 수 있는지의 차원에서 많이 논란이 되어왔다<이와 별도로 형법 제24조 “피해자의 승낙”이라는 위법성조각사유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형법상 “피해자의 승낙”은 구성요건사실행위(단전 등)가 이루어질 당시까지 “계속”되어져야하는 요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초 합의된 계약서나 관리규약에도 불구하고 대상자가 그러한 조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전단수조치가 행해졌다면 피해자 승낙으로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형법 제24조 (피해자의 승낙)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결국 정당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선고된 관련 판결의 취지를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전단수조치의 근거가 되고 있는 주요한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는 임대차계약과 관리규약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임대차계약에 근거한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판단이다.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도9157호 판결이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이 사안은, 차임을 연체하고 있는 임차인 2명에 대해 취해진 임대인의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업무방해죄 공소사실에 대하여, 정당행위이론을 근거로 임차인 1명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한 반면, 다른 1명에 대해서는 유죄판단을 하고 있어, 임차인에 대한 임대인의 일방적인 단전․단수조치와 관련해서 정당행위판단의 기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호텔 내에 각각 주점을 운영하고 있던 임차인 甲과 乙에 대하여 차임연체를 이유로 단전단수조치가 행해졌는데, 임대차계약서상에 ‘차임 2개월 이상 연체시 단전단수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는 상황에서, 임차인들의 장기간 차임연체로 호텔경영이 어려워져 대출금융기관으로부터 독촉을 받다가 급기야는 경매예정통지서까지 받고 있는 상태에서 차임연체 임차인들에 대해 단전단수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당시 상황이 임대인에게 매우 궁박한 상태라는 점은 법원에 의해 수긍되었지만, 임차인에 대한 권리침해 정도가 합리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임차인 甲, 乙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1) 피해자인 임차인 甲에 대한 단전․단수조치의 경우, 단전․단수조치 당시 약정 임대차기간이 이미 만료되었고, 임대차보증금도 연체차임 등으로 공제되어 모두 소멸한 상태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주점이 월 1,000만원씩의 차임지급을 연체하고 있어 약정 임대차기간 만료 전부터 계약해지의 의사표시를 하고, 약정 임대차기간 만료 후에는 2회에 걸쳐 연체차임의 지급을 최고함과 아울러 단전․단수조치를 예고한 후에 1회의 단전․단수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이는 궁박한 상황에서 임차인의 부당한 의무 불이행에 대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로서, 임차인의 권리를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며, 그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그와 같은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2) 다른 피해자인 임차인 乙에 대해서는 단전․단수조치 당시 약정 임대차기간이 7 내지 9개월 이상 남아있고, 임대차보증금이 7,000만원 이상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영업을 하고 있는 주점이 월 300만원씩의 차임지급 등을 연체하고 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의 의사표시와 단전․단수조치의 경고만을 한 후에 2회에 걸쳐 단전․단수조치를 행한 것은, 비록 자신의 궁박한 상황에서 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임차인의 권리를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이어서, 그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그와 같은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하여,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편 원심은, 피해자인 임차인 甲, 乙 모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면서, 그 이유를 형법 제16조 즉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으나, 대법원은 이런 원심의 논리를 인정치 않았다. 즉 대법원은, 형법 제16조는 단순히 법률의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였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인 바, 임대를 업으로 하는 자가 임차인으로 하여금 계약상의 의무이행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약서의 조항을 근거로 임차물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단전․단수조치를 함에 있어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오인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임차인 甲에 대하여 취해진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원심의 무죄판단은 무죄의 이유를 달리해서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무죄로 판단된 반면, 임차인 乙에 대하여 취해진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원심의 무죄판단은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단이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도8074 업무방해 판결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임대차계약서에 근거한 임대인의 일방적인 단전조치에 대해, 임대차계약상의 근거가 있다 하여도 이러한 피해자(임차인)의 승낙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피해자측이 단전조치에 대해 즉각 항의하였다면 그 승낙은 이미 철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 다음, 차임이나 관리비를 단 1회도 연체한 적이 없는 피해자가 임대차계약의 종료 후 임대료와 관리비를 인상하는 내용의 갱신계약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나 명도의무를 지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종료일로부터 16일 만에 피해자의 사무실에 대하여 단전조치를 취한 피고인의 행위는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다른 적법한 절차를 취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아 그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거나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할 수 없고, 또한 그에 관한 피고인의 이익과 피해자가 침해받은 이익 사이에 균형이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단전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사무실 임대를 업으로 하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사정에서 일방적으로 취한 단전조치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한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은, 임대차계약이 아니라 관리규약에서 정한 단전단수조치의 경우이다. 이 역시 정당행위의 잣대인 “상당성” 여부가 쟁점이 되지만, “적정한 건물관리의 필요성”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임대차계약에 기한 단전단수조치 보다는 정당행위 판단에 다소 관대한 경향이 있다.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도2899 판결에 의하면, 어떠한 행위가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서 합목적, 합리적으로 가려져야 할 것인바,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상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피고인이 시장번영회의 회장으로서 시장번영회에서 제정하여 시행 중인 관리규정을 위반하여 칸막이를 천장에까지 설치한 일부 점포주들에 대하여 단전조치를 하여 위력으로써 그들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가 단전 그 자체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위 관리규정에 따라 상품진열 및 시설물 높이를 규제함으로써 시장기능을 확립하기 위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행한 것이고 그 수단이나 방법에 있어서도 비록 전기의 공급이 현대생활의 기본조건이기는 하나 위 번영회를 운영하기 위한 효과적인 규제수단으로서 회원들의 동의를 얻어 시행되고 있는 관리규정에 따라 전기공급자의 지위에서 그 공급을 거절한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것이고, 나아가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을 갖춘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각 행위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시장번영회 회장이 이사회의 결의와 시장번영회의 관리규정에 따라서 관리비 체납자의 점포에 대하여 한 단전조치를 업무방해죄의 무죄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도4732 판결).
하지만, 관리규약에 따른 단전단수조치도 상당성을 상실하게 되면 위법 판단을 면할 수 없다.
★ 대법원 2006.6.29. 선고 2004다3598,3604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및손해배상·채무부존재확인등】
특별승계인인 원고가 체납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를 승계한다고 하여 전(前) 구분소유자의 관리비 연체로 인한 법률효과까지 승계하는 것은 아니어서, 원고가 낙찰로 인해 구분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점만으로 원고가 승계된 관리비의 지급을 연체하였다고 볼 수 없음은 분명한 것이므로, 원고가 구분소유권을 승계하였음에도 전 구분소유자에 대해 해 오던 단전·단수 등의 조치를 유지한 것은 관리규약에 따른 적법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단전·단수 등의 조치가 적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조치가 관리규약을 따른 것이었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와 같은 조치를 하게 된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그로 인하여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에 대하여 행하여진 당초의 단전·단수 등의 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원고가 이를 다투며 관리비 지급을 거부하였다는 것이므로, 그런 와중에 3개월이 경과됨으로써 3개월 이상 관리비 연체라는 관리규약상의 요건이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종전부터 계속되어 오던 피고의 위법한 단전·단수 등의 조치가 그 시점부터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적법행위로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11. 선고 2005가합90730호 판결
전 임차인이 행한 상가 공용부분 훼손행위 (화단이축, 출입구설치)에 대하여 점포 소유자 및 현 임차인에게 관리단규약에 따른 제재금을 부과하고, 이를 납부하지 않자 단전조치를 감행한 사건에서, 점포 소유자는 제재금을 부담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한 반면, 현 임차인은 제재금을 부담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다음(집합건물법 제42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점유자도 구분소유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점유자가 부담하는 의무라는 것은 점유기간 중의 사용에 대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판시), 단전단수 등의 조치가 적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으려면 그 조치가 관리규약을 따른 것이었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와 같은 조치를 하게된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그로 인하여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제재금은 전기료나 기타 순수한 관리비에 비하여 그 체납에 의하여 공동생활유지에 지장을 주는 정도가 크지 않고 그 납부를 강제할 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 반면, 단전조치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는 심각한 것이었으므로, 단전단수조치는 현 임차인은 물론 점포 소유자에 대해서도 상당성을 결여한 위법한 것이다.
★ 서울남부지방법원 2008. 4. 10. 선고 2007고정 4546호
피고인 甲은 서울 영등포구 소재 모 오피스텔을 관리하는 모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 乙은 위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오피스텔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는 자인데,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 丙이 위 오피스텔 00호를 사용하면서 2006년 10월분부터 2007년 6월분까지 관리비 1,666,910원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7. 8. 10. 17:00경 위 오피스텔 00호로 공급되는 전기를 끊고, 같은 해 8. 14. 10:30경부터 단수를 시켜 위력으로써 위 피해자의 건설무역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법원은, “--관리규약이 적법, 유효하게 체결되었다는 자료가 없고(오히려 피고인 甲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에 의하면, 甲이 다른 오피스텔 관리규약을 참조하여 혼자 만든 다음 일방적으로 관리소장에게 팩스로 넣어주었을 뿐이라고 되어 있으며, 제대로 공지되었다는 자료도 없다), 피해자는 위 오피스텔의 하자와 세대별로 전기료를 정확히 계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였다가 피고인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그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로 관리비납부를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하자 문제의 해결이나 전기료와 관련한 충분한 설명 또는 해명을 하지도 않고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다른 적법한 절차 또한 취하지도 않은 채 연체된 관리비를 납부할 것만 독촉하다가 자신들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위와 같이 단전, 단수조치를 취하기에 이른 이상 그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거나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볼 수 없고, 관리소장의 지위에 있는 자가 상사의 지시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여 피고인들 모두에게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단전단수조치의 형사처벌 대부분은 업무방해죄로 다루어지고 있다. 위에서 거론된 판결의 거의 대부분도 업무방해죄 사례이었다.
★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는, 주거 보다 상가점포의 이해관계가 클 수 밖에 없어 기소사건 대부분이 영업용 건물에 집중되어 있었고, 주택 거주자에 대한 단전단수조치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할 조항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주거용 건물 거주자에 대한 수도공급을 끊어버린 행위에 대해 형법상 수도불통죄로 처벌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주거용 건물 거주자에 대한 단전단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례적이고 낯선 판결이 아닐 수 없다.
★ 형법 제195조(수도불통)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을 손괴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4. 27.선고 2017고합1235 수도불통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2016. 5. 19. 서울 강남구 00동 00-00에 있는 주상복합건물의 소유자인 박oo과 위 주상복합건물의 ‘원활한 임대를 위하여 리모델링을 하고, 임차인이 임대차계약해지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지 않는 경우 책임지고 임차인에게 소송 또는 협상 등 소송 외의 방법으로 임차인을 퇴거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된 임대용역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000의 총괄재무이사이다.
피고인은 위 주상복합건물의 지층 및 1층에 대한 리모델링공사를 진행하기 위하여 2016. 7. 12.경 위 주상복합건물의 1층에서 그 정을 모르는 공사업자인 정00으로 하여금 1호 라인 201호, 301호 및 2호 라인 202호, 302호 총 4세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2개의 수도관에 각각 밸브를 설치하고 이를 잠그는 방법으로 공중에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를 불통하게 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형법 제195조의 수도불통죄는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을 ‘손괴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바, 서울 강남구 00동 00-00에 있는 주상복합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201호, 202호, 301호 및 302호(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201호 등‘이라 하고, 구분하여 표시할 때에는 ‘이 사건 ○○호’라 한다)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2개의 수도관(이하 ‘이 사건 각 수도관’이라 한다)은 수도불통죄에서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또한, ①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단순히 잠가두었을 뿐인 점, ② 이 사건 201호 등의 거주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그 아래층인 이 사건 건물 지층 및 1층(이하 ‘이 사건 지층 및 1층’이라 한다)의 누수를 막기 위한 바닥배관공사를 제안받고서도 이를 거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바닥배관공사를 실시한 뒤 수돗물을 사용하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③ 위 거주자들은 이 사건 각 수도관에 설치된 밸브를 열면 손쉽게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수돗물 사용으로 아래층에 누수피해가 발생할 것을 염려하여 피고인에게 수돗물 사용을 요청하거나 스스로 위 밸브를 열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수도관을 ‘손괴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한편, 이 사건 지층 및 1층에 대한 리모델링공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그 위층인 이 사건 201호 등의 각 바닥배관에서의 누수로 인한 누전 등으로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에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자, 피고인은 이 사건 201호 등의 거주자들에게 아래층의 누수를 막기 위한 바닥배관공사를 제안하였으나, 위 거주자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무작정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부득이하게 위 리모델링공사를 진행하고 있던 정00으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도록 하였는바,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는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앞서 채택한 증거들 및 피고인이 제출한 증 제2 내지 10호증, 제18 내지 21호증, 제23호증, 제26호증, 제2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주식회사 000(이하 ‘000’라 한다)는 건물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박00과 사이에, 2016. 5. 19. 이 사건 건물의 ‘원활한 임대를 위하여 리모델링을 하고, 임차인이 임대차계약해지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지 않는 경우 책임지고 임차인에게 소송 또는 협상 등 소송 외의 방법으로 임차인을 퇴거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된 임대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의 목적물은 상가 1채, 투룸 6채로서 이 사건 단수대상 4세대를 포함하고 있고, 계약 당시 특약사항으로 000가 기존 세입자들을 최대한 빨리 퇴실시키도록 정하고 있으며, 000는 건물주로부터 전․월세시마다 일정 수수료를 지급받도록 정하고 있다(계약서 건물의 표시, 제7조, 특약사항, 수사기록 제97~104쪽). 또한, 000와 박00은 2016. 6. 1. 이 사건 단수대상 4세대를 포함한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수사기록 제184쪽).
2) 피고인은 000의 총괄재무이사로서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임대차계약에 따라 이 사건 지층 및 1층을 리모델링하여 임대하기로 계획하고, 2016. 6. 중순경 정00에게 그 리모델링공사(이하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라 한다)를 의뢰하였다.
3) 당시 이 사건 지층 및 1층은 그 위층인 이 사건 201호 등에서의 누수로 인하여 물이 벽면을 타고 흐르고 누전차단기가 상시 내려가 있을 정도의 누전이 발생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에 피고인과 정00은 2016. 6. 하순경 이 사건 201호 등의 거주자들에게 이 사건 지층 및 1층 누수의 원인, 위치 등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그 누수를 막기 위한 바닥배관공사를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하였으나, 그 제안을 받은 거주자들은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에서의 퇴거 문제로 박00과 분쟁 관계에 있던(실제로 박00은 진00 등 이 사건 건물 거주자 6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225042호로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그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자신들을 내쫓기 위하여 핑계를 대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거부하였다.
4) 그 와중에 정00은 이 사건 건물 옥상에서의 누수를 막기 위하여 옥상에 비닐을 덮음과 동시에, 환기구 주변 구멍을 우레탄으로 막고 환기구에 T자형 뚜껑을 설치하였고, 나아가 이 사건 건물 벽면에서의 누수를 막기 위하여 벽면 틈새를 메우는 줄눈공사까지 새로 실시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지층 및 1층의 누수는 계속되었다.
5) 피고인은 2016. 7. 1.경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누수가 심각하여 2017. 7. 11.부터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의 완료일까지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대한 단수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이 사건 건물 곳곳에 부착하였고, 2016. 7. 10.경, 2016. 7. 13.경 및 2016. 8. 2.경에도 같은 내용의 공고문을 추가로 부착하였다.
6) 그 후 피고인은 2016. 7. 12.경 정00으로 하여금 이 사건 1층의 101호 및 102호 각 화장실 벽면 뒤에 있는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게 하였고(이하 ‘이 사건 단수조치’라 한다), 이로 인하여 진00 등 5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201호, 천00 등 3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202호, 박%% 1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301호 및 박## 등 2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302호에 대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었다.
7) 이 사건 201호, 202호의 거주자들은 피고인에게 수돗물을 사용하게 하여달라고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피고인은 ‘수돗물을 사용하다가 아래층에 누수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거나 ‘직접 바닥배관공사를 하여 누수를 막기 전까지는 수돗물을 공급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를 거부하였다.
8) 한편, 진00은 박00, 000 및 피고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카합630호로 수도사용방해제거단행가처분을 신청하여 2017. 3. 16. 위 법원으로부터 이 사건 단수조치에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000는 이 사건 201호에 대하여 진00의 수도설비에 관한 사용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결정을 받았고, 위 결정에 따라 2017. 7.경부터 이 사건 201호에 대한 수돗물 공급이 재개되었다.
9) 그러나 이 사건 202호, 301호 및 302호에 대하여는 현재까지도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고 있다.
나.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각 수도관이 형법 제195조 상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에 관하여 살펴보면, 형법 제195조 상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이라 함은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현실적으로 음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상수도시설인 이상 그것이 공설의 것이건 사설의 것이건 가리지 않고 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그 불통으로 인하여 일반 공중의 음용수 이용 방해라는 공공의 위험이 초래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나 구조를 갖춘 시설에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수도관을 통하여 음용수를 공급받는 자는 이 사건 201호 거주자 5명, 이 사건 202호 거주자 3명, 이 사건 301호 거주자 1명 및 이 사건 302호 거주자 2명 등 총 4세대 11명에 이르러 다수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각 수도관은 형법 제195조 상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근 행위가 형법 제195조 상의 ‘손괴 기타의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에 관하여 살펴보면,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각 수도관은 이 사건 1층의 101호 및 102호 각 화장실 벽면 뒤에 있어 외부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점, ② 피고인은 정00으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게 함으로써 이 사건 201호 등에 수돗물이 전혀 공급되지 못하게 하여 그 효용을 해한 점, ③ 피고인은 이 사건 201호, 202호의 거주자들로부터 수돗물을 사용하게 하여달라고 수차례 요청받았음에도, 직접 바닥배관공사를 등을 하여 바닥누수를 막아야 수돗물 공급을 재개하겠다면서 이를 거부한 점, ④ 이 사건 단수대상 세대 거주자들로서는 밸브가 설치된 이 사건 각 수도관의 위치를 쉽게 찾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설령 발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201호 등에 대한 수돗물 공급 재개시 발생할 누수 피해를 언급하며 그 재개 요청을 수차례 거부한 상태에서 임의로 밸브를 열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단수조치는 이 사건 201호의 경우에는 2017. 7.경까지 약 1년간 유지되었고, 이 사건 202호, 301호 및 302호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1년 9개월 이상 유지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수도관에 앞서 본 것과 같은 방법으로 밸브를 설치하여 장기간 계속적으로 잠근 행위는 형법 제195조 상의 ‘손괴 기타의 방법’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이 사건 단수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임대차계약에 따라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지층 및 1층에 대한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를 실시할 권한이 있었던 점, ② 이 사건 201호 등의 각 바닥배관에서의 누수로 인하여 그 아래층인 이 사건 지층 및 1층에 누전이 발생하고 있던 상태여서,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의 안전한 진행뿐만 아니라, 이 사건 건물 전체의 안전을 위하여서도 이 사건 201호 등에 대한 바닥배관공사가 반드시 필요하였던 점, ③ 특히, 바닥배관공사 없이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를 진행할 경우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던 점, ④ 피고인과 정00은 이 사건 201호 등의 거주자들에게 바닥배관공사를 무상으로 하여주겠다고 제안하였으나, 그 제안을 받은 거주자들은 피고인이 박00의 사주를 받아 자신들을 내쫓으려는 것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이를 거부한 점, ⑤ 피고인은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하기 전후에 걸쳐 4회 가량 단수를 알리는 공고문을 이 사건 건물 곳곳에 부착하는 등 사전에 이 사건 단수조치를 알린 점, ⑥ 피고인은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수도관 자체를 절단하는 방법이 아니라,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언제라도 이 사건 각 수도관을 통한 수돗물 공급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단수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 그러나 ㉠ 이 사건 지층 및 1층은 이미 10년 이상 비어 있던 상태로 누전차단기가 내려져 있었는바,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감전사고나 화재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대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거주자들을 설득할 때까지 리모델링공사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감시 또는 소방시설을 강화함으로써 감전사고나 건물화재에 대한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점, ㉡ 따라서, 피고인이 갑자기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한 목적은 거주자들이나 이용자들의 감전사고 또는 건물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리모델링공사를 빨리 완성하여 임대함으로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서, 피고인은 임대함으로써 얻을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거주자들의 수돗물 공급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점, ㉢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개시 전에 이 사건 201호 등에 대한 바닥배관공사가 필요함을 그 거주자들에게 충분히 설득하거나, 설득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법적 절차 등을 통하여 바닥배관공사를 마친 후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를 개시할 수 있었고,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개시 후라도 위와 같은 예방조치하에 이를 잠시 중단하고 바닥배관공사를 마친 다음 재개할 수 있었던 점, ㉣ 이 사건 201호 등의 각 바닥배관에서의 누수로 인하여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의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이 이 사건 지층 및 1층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성급히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를 개시한 뒤 이를 강행하였기 때문인 점, ㉤ 앞서 본 바와 같이 000가 기존 세입자들을 최대한 빨리 퇴실시키도록 정하고 있는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피고인의 최초 바닥배관공사 제안 당시 ‘각 세대별 공사비를 약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로 예상했었고, 지하 1층과 지상 1층 배관공사가 완료된 이후에 2층과 3층 배관공사를 하려면 다시 인부들을 불러서 새로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 저희가 공사비를 낸다는 게 부담스럽습니다’라는 진술(수사기록 제43쪽)에 비추어 볼 때, 자신들의 책임 없는 사유로 거주 주택에 대한 바닥배관공사를 수인하여야 하는 이 사건 단수대상 세대 거주자들로서는 피고인이 공사비를 부담하겠다는 최초 제안을 의심하고, 자신들의 불편을 보상받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이는바, 피고인이 이 사건 단수조치 전후에 걸쳐 부착한 공고문에는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의 공사기간, 공사비, 이 사건 건물의 누수현황 등에 관한 상세 내용이 누락되어 있어 위 거주자들이 이 사건 단수조치를 수인할 필요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질 만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위 거주자들의 동의를 받거나 위 거주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설득을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최초 공고문 부착일로부터 불과 12일 만에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하였던 점, ㉦ 피고인은 이 사건 단수조치로 인하여 위 거주자들의 주거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단수조치는 충돌 법익 사이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이 인정되지 않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실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는 필요하였던 점, 피해거주자들도 이 사건 지층 및 1층의 누수상황을 확인하였음에도 누수를 막기 위한 피고인의 바닥배관공사 제안을 거부하면서 협의 내지 협조를 소홀히 함으로써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201호에는 1년간, 202호, 301호, 302호에는 1년 9개월 이상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그 거주자들의 생활에 큰 불편이 초래되었음에도 현재까지 완전한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비록 비용부담의무자가 따로 있고 피고인이 법률상 비용부담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서 본 유리한 사정만을 크게 참작하여 피고인에게 관대한 처벌을 하기는 어렵다. 이는 사실상 피해자들에게 다시 민사적 구제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으로서 장기간 현재와 같은 불편 및 추가 비용을 감당하라는 것인데, 피해구제를 바라면서 피고인을 고소한 피해자들에게 가혹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법을 저지름으로써 위법상태를 해소할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잘못을 크게 고려하여 피고인을 엄벌하는 것이 형법 제51조에 정한 양형조건에 따른 적정한 양형이라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한다.
다만, 피고인이 이 판결선고 이후 피해자들에게 공사 및 필요한 이사비용 등을 피고인 또는 소유자가 부담하겠다는 제의를 하면서 피해자들과 적절히 협의하여 바닥배관공사를 할 기회를 부여하고, 그 완료 이후 향후 절차에서 관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고려하여 피고인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단수조치된 여러 호실 중 1개 호실 거주자에 의해 제기된 단수금지가처분신청이 인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1개 호실을 제외한 나머지 호실들에 대해서는 가처분결정 이후에도 그대로 단수조치를 유지함으로써, 생활 필수 재화라고 할 수 있는 수도의 공급이 장기간 중단되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극심했다는 점과, 동일한 사안에서 이루어진 가처분 법원의 판단마저도 무시하고 단수조치를 그대로 유지해온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임대차계약서나 관리규약에 근거를 두었다고 하더라도 단전단수조치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되어져야 한다. 섣불리 이루어진 단전단수조치는 형사처벌과 상대방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로까지 이어져 단전단수를 통해 의도했던 신속한 해결에서 더 멀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임대차계약상에서 정한 당사자간 합의나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규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단전단수행위의 처벌에 있어 실무상으로는 형법 제20조 “정당행위”라는위법성조각사유가 될 수 있는지의 차원에서 많이 논란이 되어왔다<이와 별도로 형법 제24조 “피해자의 승낙”이라는 위법성조각사유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형법상 “피해자의 승낙”은 구성요건사실행위(단전 등)가 이루어질 당시까지 “계속”되어져야하는 요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초 합의된 계약서나 관리규약에도 불구하고 대상자가 그러한 조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전단수조치가 행해졌다면 피해자 승낙으로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형법 제24조 (피해자의 승낙)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결국 정당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선고된 관련 판결의 취지를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전단수조치의 근거가 되고 있는 주요한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는 임대차계약과 관리규약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임대차계약에 근거한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판단이다.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도9157호 판결이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이 사안은, 차임을 연체하고 있는 임차인 2명에 대해 취해진 임대인의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업무방해죄 공소사실에 대하여, 정당행위이론을 근거로 임차인 1명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한 반면, 다른 1명에 대해서는 유죄판단을 하고 있어, 임차인에 대한 임대인의 일방적인 단전․단수조치와 관련해서 정당행위판단의 기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호텔 내에 각각 주점을 운영하고 있던 임차인 甲과 乙에 대하여 차임연체를 이유로 단전단수조치가 행해졌는데, 임대차계약서상에 ‘차임 2개월 이상 연체시 단전단수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는 상황에서, 임차인들의 장기간 차임연체로 호텔경영이 어려워져 대출금융기관으로부터 독촉을 받다가 급기야는 경매예정통지서까지 받고 있는 상태에서 차임연체 임차인들에 대해 단전단수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당시 상황이 임대인에게 매우 궁박한 상태라는 점은 법원에 의해 수긍되었지만, 임차인에 대한 권리침해 정도가 합리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임차인 甲, 乙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1) 피해자인 임차인 甲에 대한 단전․단수조치의 경우, 단전․단수조치 당시 약정 임대차기간이 이미 만료되었고, 임대차보증금도 연체차임 등으로 공제되어 모두 소멸한 상태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주점이 월 1,000만원씩의 차임지급을 연체하고 있어 약정 임대차기간 만료 전부터 계약해지의 의사표시를 하고, 약정 임대차기간 만료 후에는 2회에 걸쳐 연체차임의 지급을 최고함과 아울러 단전․단수조치를 예고한 후에 1회의 단전․단수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이는 궁박한 상황에서 임차인의 부당한 의무 불이행에 대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로서, 임차인의 권리를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며, 그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그와 같은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2) 다른 피해자인 임차인 乙에 대해서는 단전․단수조치 당시 약정 임대차기간이 7 내지 9개월 이상 남아있고, 임대차보증금이 7,000만원 이상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영업을 하고 있는 주점이 월 300만원씩의 차임지급 등을 연체하고 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의 의사표시와 단전․단수조치의 경고만을 한 후에 2회에 걸쳐 단전․단수조치를 행한 것은, 비록 자신의 궁박한 상황에서 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임차인의 권리를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이어서, 그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그와 같은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하여,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편 원심은, 피해자인 임차인 甲, 乙 모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면서, 그 이유를 형법 제16조 즉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으나, 대법원은 이런 원심의 논리를 인정치 않았다. 즉 대법원은, 형법 제16조는 단순히 법률의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였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인 바, 임대를 업으로 하는 자가 임차인으로 하여금 계약상의 의무이행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약서의 조항을 근거로 임차물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단전․단수조치를 함에 있어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오인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임차인 甲에 대하여 취해진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원심의 무죄판단은 무죄의 이유를 달리해서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무죄로 판단된 반면, 임차인 乙에 대하여 취해진 단전․단수조치에 대한 원심의 무죄판단은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단이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도8074 업무방해 판결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임대차계약서에 근거한 임대인의 일방적인 단전조치에 대해, 임대차계약상의 근거가 있다 하여도 이러한 피해자(임차인)의 승낙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피해자측이 단전조치에 대해 즉각 항의하였다면 그 승낙은 이미 철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 다음, 차임이나 관리비를 단 1회도 연체한 적이 없는 피해자가 임대차계약의 종료 후 임대료와 관리비를 인상하는 내용의 갱신계약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나 명도의무를 지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종료일로부터 16일 만에 피해자의 사무실에 대하여 단전조치를 취한 피고인의 행위는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다른 적법한 절차를 취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아 그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거나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할 수 없고, 또한 그에 관한 피고인의 이익과 피해자가 침해받은 이익 사이에 균형이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단전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사무실 임대를 업으로 하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사정에서 일방적으로 취한 단전조치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한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은, 임대차계약이 아니라 관리규약에서 정한 단전단수조치의 경우이다. 이 역시 정당행위의 잣대인 “상당성” 여부가 쟁점이 되지만, “적정한 건물관리의 필요성”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임대차계약에 기한 단전단수조치 보다는 정당행위 판단에 다소 관대한 경향이 있다.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도2899 판결에 의하면, 어떠한 행위가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서 합목적, 합리적으로 가려져야 할 것인바,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상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피고인이 시장번영회의 회장으로서 시장번영회에서 제정하여 시행 중인 관리규정을 위반하여 칸막이를 천장에까지 설치한 일부 점포주들에 대하여 단전조치를 하여 위력으로써 그들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가 단전 그 자체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위 관리규정에 따라 상품진열 및 시설물 높이를 규제함으로써 시장기능을 확립하기 위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행한 것이고 그 수단이나 방법에 있어서도 비록 전기의 공급이 현대생활의 기본조건이기는 하나 위 번영회를 운영하기 위한 효과적인 규제수단으로서 회원들의 동의를 얻어 시행되고 있는 관리규정에 따라 전기공급자의 지위에서 그 공급을 거절한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것이고, 나아가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을 갖춘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각 행위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시장번영회 회장이 이사회의 결의와 시장번영회의 관리규정에 따라서 관리비 체납자의 점포에 대하여 한 단전조치를 업무방해죄의 무죄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도4732 판결).
하지만, 관리규약에 따른 단전단수조치도 상당성을 상실하게 되면 위법 판단을 면할 수 없다.
★ 대법원 2006.6.29. 선고 2004다3598,3604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및손해배상·채무부존재확인등】
특별승계인인 원고가 체납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를 승계한다고 하여 전(前) 구분소유자의 관리비 연체로 인한 법률효과까지 승계하는 것은 아니어서, 원고가 낙찰로 인해 구분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점만으로 원고가 승계된 관리비의 지급을 연체하였다고 볼 수 없음은 분명한 것이므로, 원고가 구분소유권을 승계하였음에도 전 구분소유자에 대해 해 오던 단전·단수 등의 조치를 유지한 것은 관리규약에 따른 적법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단전·단수 등의 조치가 적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조치가 관리규약을 따른 것이었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와 같은 조치를 하게 된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그로 인하여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에 대하여 행하여진 당초의 단전·단수 등의 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원고가 이를 다투며 관리비 지급을 거부하였다는 것이므로, 그런 와중에 3개월이 경과됨으로써 3개월 이상 관리비 연체라는 관리규약상의 요건이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종전부터 계속되어 오던 피고의 위법한 단전·단수 등의 조치가 그 시점부터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적법행위로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11. 선고 2005가합90730호 판결
전 임차인이 행한 상가 공용부분 훼손행위 (화단이축, 출입구설치)에 대하여 점포 소유자 및 현 임차인에게 관리단규약에 따른 제재금을 부과하고, 이를 납부하지 않자 단전조치를 감행한 사건에서, 점포 소유자는 제재금을 부담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한 반면, 현 임차인은 제재금을 부담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다음(집합건물법 제42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점유자도 구분소유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점유자가 부담하는 의무라는 것은 점유기간 중의 사용에 대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판시), 단전단수 등의 조치가 적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으려면 그 조치가 관리규약을 따른 것이었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와 같은 조치를 하게된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그로 인하여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제재금은 전기료나 기타 순수한 관리비에 비하여 그 체납에 의하여 공동생활유지에 지장을 주는 정도가 크지 않고 그 납부를 강제할 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 반면, 단전조치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는 심각한 것이었으므로, 단전단수조치는 현 임차인은 물론 점포 소유자에 대해서도 상당성을 결여한 위법한 것이다.
★ 서울남부지방법원 2008. 4. 10. 선고 2007고정 4546호
피고인 甲은 서울 영등포구 소재 모 오피스텔을 관리하는 모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 乙은 위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오피스텔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는 자인데,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 丙이 위 오피스텔 00호를 사용하면서 2006년 10월분부터 2007년 6월분까지 관리비 1,666,910원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7. 8. 10. 17:00경 위 오피스텔 00호로 공급되는 전기를 끊고, 같은 해 8. 14. 10:30경부터 단수를 시켜 위력으로써 위 피해자의 건설무역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법원은, “--관리규약이 적법, 유효하게 체결되었다는 자료가 없고(오히려 피고인 甲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에 의하면, 甲이 다른 오피스텔 관리규약을 참조하여 혼자 만든 다음 일방적으로 관리소장에게 팩스로 넣어주었을 뿐이라고 되어 있으며, 제대로 공지되었다는 자료도 없다), 피해자는 위 오피스텔의 하자와 세대별로 전기료를 정확히 계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였다가 피고인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그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로 관리비납부를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하자 문제의 해결이나 전기료와 관련한 충분한 설명 또는 해명을 하지도 않고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다른 적법한 절차 또한 취하지도 않은 채 연체된 관리비를 납부할 것만 독촉하다가 자신들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위와 같이 단전, 단수조치를 취하기에 이른 이상 그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거나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볼 수 없고, 관리소장의 지위에 있는 자가 상사의 지시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여 피고인들 모두에게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단전단수조치의 형사처벌 대부분은 업무방해죄로 다루어지고 있다. 위에서 거론된 판결의 거의 대부분도 업무방해죄 사례이었다.
★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는, 주거 보다 상가점포의 이해관계가 클 수 밖에 없어 기소사건 대부분이 영업용 건물에 집중되어 있었고, 주택 거주자에 대한 단전단수조치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할 조항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주거용 건물 거주자에 대한 수도공급을 끊어버린 행위에 대해 형법상 수도불통죄로 처벌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주거용 건물 거주자에 대한 단전단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례적이고 낯선 판결이 아닐 수 없다.
★ 형법 제195조(수도불통)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을 손괴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4. 27.선고 2017고합1235 수도불통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2016. 5. 19. 서울 강남구 00동 00-00에 있는 주상복합건물의 소유자인 박oo과 위 주상복합건물의 ‘원활한 임대를 위하여 리모델링을 하고, 임차인이 임대차계약해지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지 않는 경우 책임지고 임차인에게 소송 또는 협상 등 소송 외의 방법으로 임차인을 퇴거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된 임대용역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000의 총괄재무이사이다.
피고인은 위 주상복합건물의 지층 및 1층에 대한 리모델링공사를 진행하기 위하여 2016. 7. 12.경 위 주상복합건물의 1층에서 그 정을 모르는 공사업자인 정00으로 하여금 1호 라인 201호, 301호 및 2호 라인 202호, 302호 총 4세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2개의 수도관에 각각 밸브를 설치하고 이를 잠그는 방법으로 공중에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를 불통하게 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형법 제195조의 수도불통죄는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을 ‘손괴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바, 서울 강남구 00동 00-00에 있는 주상복합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201호, 202호, 301호 및 302호(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201호 등‘이라 하고, 구분하여 표시할 때에는 ‘이 사건 ○○호’라 한다)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2개의 수도관(이하 ‘이 사건 각 수도관’이라 한다)은 수도불통죄에서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또한, ①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단순히 잠가두었을 뿐인 점, ② 이 사건 201호 등의 거주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그 아래층인 이 사건 건물 지층 및 1층(이하 ‘이 사건 지층 및 1층’이라 한다)의 누수를 막기 위한 바닥배관공사를 제안받고서도 이를 거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바닥배관공사를 실시한 뒤 수돗물을 사용하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③ 위 거주자들은 이 사건 각 수도관에 설치된 밸브를 열면 손쉽게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수돗물 사용으로 아래층에 누수피해가 발생할 것을 염려하여 피고인에게 수돗물 사용을 요청하거나 스스로 위 밸브를 열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수도관을 ‘손괴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한편, 이 사건 지층 및 1층에 대한 리모델링공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그 위층인 이 사건 201호 등의 각 바닥배관에서의 누수로 인한 누전 등으로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에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자, 피고인은 이 사건 201호 등의 거주자들에게 아래층의 누수를 막기 위한 바닥배관공사를 제안하였으나, 위 거주자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무작정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부득이하게 위 리모델링공사를 진행하고 있던 정00으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도록 하였는바,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는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앞서 채택한 증거들 및 피고인이 제출한 증 제2 내지 10호증, 제18 내지 21호증, 제23호증, 제26호증, 제2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주식회사 000(이하 ‘000’라 한다)는 건물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박00과 사이에, 2016. 5. 19. 이 사건 건물의 ‘원활한 임대를 위하여 리모델링을 하고, 임차인이 임대차계약해지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지 않는 경우 책임지고 임차인에게 소송 또는 협상 등 소송 외의 방법으로 임차인을 퇴거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된 임대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의 목적물은 상가 1채, 투룸 6채로서 이 사건 단수대상 4세대를 포함하고 있고, 계약 당시 특약사항으로 000가 기존 세입자들을 최대한 빨리 퇴실시키도록 정하고 있으며, 000는 건물주로부터 전․월세시마다 일정 수수료를 지급받도록 정하고 있다(계약서 건물의 표시, 제7조, 특약사항, 수사기록 제97~104쪽). 또한, 000와 박00은 2016. 6. 1. 이 사건 단수대상 4세대를 포함한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수사기록 제184쪽).
2) 피고인은 000의 총괄재무이사로서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임대차계약에 따라 이 사건 지층 및 1층을 리모델링하여 임대하기로 계획하고, 2016. 6. 중순경 정00에게 그 리모델링공사(이하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라 한다)를 의뢰하였다.
3) 당시 이 사건 지층 및 1층은 그 위층인 이 사건 201호 등에서의 누수로 인하여 물이 벽면을 타고 흐르고 누전차단기가 상시 내려가 있을 정도의 누전이 발생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에 피고인과 정00은 2016. 6. 하순경 이 사건 201호 등의 거주자들에게 이 사건 지층 및 1층 누수의 원인, 위치 등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그 누수를 막기 위한 바닥배관공사를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하였으나, 그 제안을 받은 거주자들은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에서의 퇴거 문제로 박00과 분쟁 관계에 있던(실제로 박00은 진00 등 이 사건 건물 거주자 6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225042호로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그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자신들을 내쫓기 위하여 핑계를 대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거부하였다.
4) 그 와중에 정00은 이 사건 건물 옥상에서의 누수를 막기 위하여 옥상에 비닐을 덮음과 동시에, 환기구 주변 구멍을 우레탄으로 막고 환기구에 T자형 뚜껑을 설치하였고, 나아가 이 사건 건물 벽면에서의 누수를 막기 위하여 벽면 틈새를 메우는 줄눈공사까지 새로 실시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지층 및 1층의 누수는 계속되었다.
5) 피고인은 2016. 7. 1.경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누수가 심각하여 2017. 7. 11.부터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의 완료일까지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대한 단수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이 사건 건물 곳곳에 부착하였고, 2016. 7. 10.경, 2016. 7. 13.경 및 2016. 8. 2.경에도 같은 내용의 공고문을 추가로 부착하였다.
6) 그 후 피고인은 2016. 7. 12.경 정00으로 하여금 이 사건 1층의 101호 및 102호 각 화장실 벽면 뒤에 있는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게 하였고(이하 ‘이 사건 단수조치’라 한다), 이로 인하여 진00 등 5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201호, 천00 등 3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202호, 박%% 1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301호 및 박## 등 2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302호에 대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었다.
7) 이 사건 201호, 202호의 거주자들은 피고인에게 수돗물을 사용하게 하여달라고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피고인은 ‘수돗물을 사용하다가 아래층에 누수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거나 ‘직접 바닥배관공사를 하여 누수를 막기 전까지는 수돗물을 공급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를 거부하였다.
8) 한편, 진00은 박00, 000 및 피고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카합630호로 수도사용방해제거단행가처분을 신청하여 2017. 3. 16. 위 법원으로부터 이 사건 단수조치에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000는 이 사건 201호에 대하여 진00의 수도설비에 관한 사용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결정을 받았고, 위 결정에 따라 2017. 7.경부터 이 사건 201호에 대한 수돗물 공급이 재개되었다.
9) 그러나 이 사건 202호, 301호 및 302호에 대하여는 현재까지도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고 있다.
나.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각 수도관이 형법 제195조 상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에 관하여 살펴보면, 형법 제195조 상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이라 함은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현실적으로 음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상수도시설인 이상 그것이 공설의 것이건 사설의 것이건 가리지 않고 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그 불통으로 인하여 일반 공중의 음용수 이용 방해라는 공공의 위험이 초래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나 구조를 갖춘 시설에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수도관을 통하여 음용수를 공급받는 자는 이 사건 201호 거주자 5명, 이 사건 202호 거주자 3명, 이 사건 301호 거주자 1명 및 이 사건 302호 거주자 2명 등 총 4세대 11명에 이르러 다수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각 수도관은 형법 제195조 상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근 행위가 형법 제195조 상의 ‘손괴 기타의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에 관하여 살펴보면,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각 수도관은 이 사건 1층의 101호 및 102호 각 화장실 벽면 뒤에 있어 외부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점, ② 피고인은 정00으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게 함으로써 이 사건 201호 등에 수돗물이 전혀 공급되지 못하게 하여 그 효용을 해한 점, ③ 피고인은 이 사건 201호, 202호의 거주자들로부터 수돗물을 사용하게 하여달라고 수차례 요청받았음에도, 직접 바닥배관공사를 등을 하여 바닥누수를 막아야 수돗물 공급을 재개하겠다면서 이를 거부한 점, ④ 이 사건 단수대상 세대 거주자들로서는 밸브가 설치된 이 사건 각 수도관의 위치를 쉽게 찾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설령 발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201호 등에 대한 수돗물 공급 재개시 발생할 누수 피해를 언급하며 그 재개 요청을 수차례 거부한 상태에서 임의로 밸브를 열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단수조치는 이 사건 201호의 경우에는 2017. 7.경까지 약 1년간 유지되었고, 이 사건 202호, 301호 및 302호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1년 9개월 이상 유지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수도관에 앞서 본 것과 같은 방법으로 밸브를 설치하여 장기간 계속적으로 잠근 행위는 형법 제195조 상의 ‘손괴 기타의 방법’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이 사건 단수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임대차계약에 따라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지층 및 1층에 대한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를 실시할 권한이 있었던 점, ② 이 사건 201호 등의 각 바닥배관에서의 누수로 인하여 그 아래층인 이 사건 지층 및 1층에 누전이 발생하고 있던 상태여서,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의 안전한 진행뿐만 아니라, 이 사건 건물 전체의 안전을 위하여서도 이 사건 201호 등에 대한 바닥배관공사가 반드시 필요하였던 점, ③ 특히, 바닥배관공사 없이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를 진행할 경우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던 점, ④ 피고인과 정00은 이 사건 201호 등의 거주자들에게 바닥배관공사를 무상으로 하여주겠다고 제안하였으나, 그 제안을 받은 거주자들은 피고인이 박00의 사주를 받아 자신들을 내쫓으려는 것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이를 거부한 점, ⑤ 피고인은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하기 전후에 걸쳐 4회 가량 단수를 알리는 공고문을 이 사건 건물 곳곳에 부착하는 등 사전에 이 사건 단수조치를 알린 점, ⑥ 피고인은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수도관 자체를 절단하는 방법이 아니라,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언제라도 이 사건 각 수도관을 통한 수돗물 공급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단수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 그러나 ㉠ 이 사건 지층 및 1층은 이미 10년 이상 비어 있던 상태로 누전차단기가 내려져 있었는바,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감전사고나 화재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대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거주자들을 설득할 때까지 리모델링공사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감시 또는 소방시설을 강화함으로써 감전사고나 건물화재에 대한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점, ㉡ 따라서, 피고인이 갑자기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한 목적은 거주자들이나 이용자들의 감전사고 또는 건물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리모델링공사를 빨리 완성하여 임대함으로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서, 피고인은 임대함으로써 얻을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거주자들의 수돗물 공급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점, ㉢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개시 전에 이 사건 201호 등에 대한 바닥배관공사가 필요함을 그 거주자들에게 충분히 설득하거나, 설득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법적 절차 등을 통하여 바닥배관공사를 마친 후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를 개시할 수 있었고,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개시 후라도 위와 같은 예방조치하에 이를 잠시 중단하고 바닥배관공사를 마친 다음 재개할 수 있었던 점, ㉣ 이 사건 201호 등의 각 바닥배관에서의 누수로 인하여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의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이 이 사건 지층 및 1층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성급히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를 개시한 뒤 이를 강행하였기 때문인 점, ㉤ 앞서 본 바와 같이 000가 기존 세입자들을 최대한 빨리 퇴실시키도록 정하고 있는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피고인의 최초 바닥배관공사 제안 당시 ‘각 세대별 공사비를 약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로 예상했었고, 지하 1층과 지상 1층 배관공사가 완료된 이후에 2층과 3층 배관공사를 하려면 다시 인부들을 불러서 새로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 저희가 공사비를 낸다는 게 부담스럽습니다’라는 진술(수사기록 제43쪽)에 비추어 볼 때, 자신들의 책임 없는 사유로 거주 주택에 대한 바닥배관공사를 수인하여야 하는 이 사건 단수대상 세대 거주자들로서는 피고인이 공사비를 부담하겠다는 최초 제안을 의심하고, 자신들의 불편을 보상받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이는바, 피고인이 이 사건 단수조치 전후에 걸쳐 부착한 공고문에는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의 공사기간, 공사비, 이 사건 건물의 누수현황 등에 관한 상세 내용이 누락되어 있어 위 거주자들이 이 사건 단수조치를 수인할 필요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질 만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위 거주자들의 동의를 받거나 위 거주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설득을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최초 공고문 부착일로부터 불과 12일 만에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하였던 점, ㉦ 피고인은 이 사건 단수조치로 인하여 위 거주자들의 주거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단수조치는 충돌 법익 사이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이 인정되지 않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실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는 필요하였던 점, 피해거주자들도 이 사건 지층 및 1층의 누수상황을 확인하였음에도 누수를 막기 위한 피고인의 바닥배관공사 제안을 거부하면서 협의 내지 협조를 소홀히 함으로써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201호에는 1년간, 202호, 301호, 302호에는 1년 9개월 이상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그 거주자들의 생활에 큰 불편이 초래되었음에도 현재까지 완전한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비록 비용부담의무자가 따로 있고 피고인이 법률상 비용부담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서 본 유리한 사정만을 크게 참작하여 피고인에게 관대한 처벌을 하기는 어렵다. 이는 사실상 피해자들에게 다시 민사적 구제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으로서 장기간 현재와 같은 불편 및 추가 비용을 감당하라는 것인데, 피해구제를 바라면서 피고인을 고소한 피해자들에게 가혹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법을 저지름으로써 위법상태를 해소할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잘못을 크게 고려하여 피고인을 엄벌하는 것이 형법 제51조에 정한 양형조건에 따른 적정한 양형이라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한다.
다만, 피고인이 이 판결선고 이후 피해자들에게 공사 및 필요한 이사비용 등을 피고인 또는 소유자가 부담하겠다는 제의를 하면서 피해자들과 적절히 협의하여 바닥배관공사를 할 기회를 부여하고, 그 완료 이후 향후 절차에서 관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고려하여 피고인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단수조치된 여러 호실 중 1개 호실 거주자에 의해 제기된 단수금지가처분신청이 인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1개 호실을 제외한 나머지 호실들에 대해서는 가처분결정 이후에도 그대로 단수조치를 유지함으로써, 생활 필수 재화라고 할 수 있는 수도의 공급이 장기간 중단되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극심했다는 점과, 동일한 사안에서 이루어진 가처분 법원의 판단마저도 무시하고 단수조치를 그대로 유지해온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임대차계약서나 관리규약에 근거를 두었다고 하더라도 단전단수조치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되어져야 한다. 섣불리 이루어진 단전단수조치는 형사처벌과 상대방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로까지 이어져 단전단수를 통해 의도했던 신속한 해결에서 더 멀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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